"돈 못 빌릴라" 한달새 1.5조 늘었다...가계대출 '규제의 역설'
정부 긴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더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늘어나는 가계 빚을 막고자 일부 대출 상품을 규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더 몰려서다.
5대 은행, 가계 대출 1조원 넘게 늘어
기준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에 줄어들던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증가로 다시 돌아섰다. 다만 지난 4월 가계대출 증가는 특례보금자리론 같은 정책 모기지 출시 효과가 반영된 특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후 가계대출 수요는 정책 모기지 뿐 아니라 일반 시중은행으로 확대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잔액은 지난 5월부터 늘기 시작해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전월 대비 증가 폭은 1431억원(5월)→6332억원(6월)→9755억원(7월)→1조5912억원(8월)으로 확대 중이다. 지난 6월부터는 일반개별주택담보대출이 정책 모기지의 증가 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돈 못 빌릴라”…규제 방침이 불안 자극
문제는 갑작스러운 정부 대출 규제가 “집을 사고 싶어도 돈을 못 구할 수 있다”는 불안 심리를 키웠다는 점이다. 실제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정부 규제 소식이 전해진 이후 지난달 말 2조8867억원까지 증가했다. 7월 말 잔액(8657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 새 2조원 넘게 늘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취급 중단을 선언한 NH농협은 지난달 25~31일 주택담보대출이 5082억원 급증했다.
부동산 공급부족 우려, 가계대출 키워
우려는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가격이다. 부동산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재상승 우려가 확산할 경우 문재인 정부 때처럼 '더 늦으면 아예 못 산다'는 식의 '영끌 가계대출'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 충분한 부동산 공급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 규제만 강화하다 오히려 집값 불안을 자극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아파트 공급은 원자재 가격 오름세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제한으로 급격히 축소한 상태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사태가 터지면서, 공급이 더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부동산R114가 입주자모집공고를 분석한 결과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8576가구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다. 이 때문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부동산 공급 부족이) 분명히 초기 비상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9월 중 부동산 공급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긴축 강화 부작용 고민…“탄력적 대응 필요”
확실한 부동산 공급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잡고자 긴축 기조를 강화하면, 부동산 공급이 더 줄어들 수 있다. 가계대출뿐 아니라 부동산PF 대출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또 건설 경기 하강으로 경기 침체를 가속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섣부르게 긴축 기조를 완화하면 최근 커지고 있는 집값 재상승 우려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미국이 긴축 정책을 전환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만 돈줄을 풀기도 부담스럽다. 통화가치 하락과 물가 재상승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상승에도 전반적인 돈줄 죄기가 아니라 특정 대출 상품에 ‘핀포인트’성 규제를 내놓은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수요 측면에서 일부 가계대출은 제한할 필요가 있지만, 부동산PF 등 공급 측면은 오히려 금융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탄력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결국 언제든 집을 살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 시장 불안이 진정될 것”이라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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