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공재’ ARM 기업공개에 결국 삼성·애플·AMD 총출동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RM에 구글, 애플, 삼성전자 등이 전략적 투자자로 대부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때 최대 700억 달러(약 92조원)까지 평가받았던 기업 가치는 500억~550억 달러로 다소 낮아졌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ARM에 삼성전자와 애플, 엔비디아, AMD, 인텔 등이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미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기업) AMD, 세계적인 반도체설계 자동화(EDA) 기업인 케이던스디자인, 시놉시스 등이 투자를 위한 막바지 협상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각각 2500만 달러(약 330억원)에서 최대 1억 달러(약 1320억원)를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주요 기업들이 경쟁사에 밀리지 않고 ARM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결국 이번 IPO에 참여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ARM은 영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자산(IP) 회사로 특히 저전력 칩 설계에 강점을 갖고 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의 90%가 ARM의 IP를 기반으로 설계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한다.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이 모두 ARM의 반도체 설계(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칩을 만들고 있다.
ARM을 소유하고 있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ARM의 기업 가치를 500억~550억 달러(약 66조~73조원) 수준으로 책정해 투자자들과 최종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47~51달러 수준으로 시장에서 당초 전망했던 600억~700억 달러를 다소 밑도는 기업 가치다.
주요 투자자로 협상을 벌여왔던 아마존은 이번 IPO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엄청나게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지만 반도체 제작에 있어 필수적인 자산을 보유한 만큼 대부분의 기업이 전략적으로 방어하는 선에서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투자 자회사 비전펀드와 함께 2016년 320억 달러에 ARM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후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기업에 ARM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각국 경쟁 당국의 반대로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ARM의 반도체 설계 기술은 업계에서 ‘공공재’처럼 모두가 사용하고 있어 이를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이후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로 전략을 바꾼 ARM은 이달 중 미국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한다. 소프트뱅크는 IPO를 통해 ARM 지분 중 약 10%를 상장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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