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지금 '미술 열기'로 후끈...키아프와 프리즈 6일 동시 개막
프리즈 120여 개 갤러리
키아프 210개 갤러리 참여
총 330여개 부스 차려져
한국 역사상 미술 시장이 지금처럼 뜨거웠던 적이 있었을까. 올해 9월은 한국 미술사에 또 한 번 새로운 기록을 남기는 한 달로 기록될 전망이다. 영국 아트페어 '프리즈(Frieze)'와 한국 대표 아트페어 '키아프(Kiaf)'가 오는 6일 VIP 관람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나란히 개막하는 가운데 서울이 달아오르고 있다.
해외에서 갤러리·미술관 관계자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고, 해외 작가들도 미리 도착해 곳곳에서 열리는 자신들의 전시 준비를 마치고 한국 미술 탐색에 나섰다. 국내 각 갤러리 역시 9월 한국 작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총성 없는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 일반 관람객은 7일부터 프리즈와 키아프를 볼 수 있으며 프리즈는 9일까지, 키아프는 10일까지 열린다.
프리즈 "동시대 최고 작가를 보라"
국제갤러리에서는 단색화 선구자인 박서보와 하종현, 이승조를 비롯해 최욱경, 정연두 등을, PKM은 윤형근, 정창섭, 유영국과 구정아, 조현갤러리는 김종학, 이배, 윤종숙 등을 선보인다. 일본 마호 쿠보타 갤러리는 일본의 도시 풍경을 묘사한 나오키 토미타의 유화를 솔로 부스로 선보인다.
마스터스 섹션에는 폴 세잔, 루시안 프로이트, 앙리 마티스, 루치오 폰타나 등 서양 모더니즘 거장들의 작품이 다수 나온다. 마스터스 섹션에 참여하는 갤러리현대는 60여 년 동안 자신만의 서정적 추상화를 추구해온 이성자(1918~2009) 작가의 솔로 부스를 꾸린다. 또 올해 60주년을 맞이한 시카고의 그레이갤러리는 프리즈 서울 첫 참가를 기념해 짐 다인,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하우메 플렌자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현재 서울은 아시아에서 가장 흥미로운 예술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프리즈에서 동시대 최고의 작가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아프 "젊고 역동적인 페어로 차별화"
해외 갤러리 참여도 눈에 띈다. 독일의 디갤러리 초현실주의 화가 안드레 마손, 최근 서울에 지점을 낸 일본 화이트스톤 갤러리는 1996년생 신진 작가 세바스찬 쇼메톤의 신작을 선보인다. 독일 페레스프로젝트도 올해 젊은 작가 씨씨 필립스, 안톤 무나르 작품을 선보인다.
특별전도 눈에 띈다. 전통 한국화의 대가인 박생광과 박래현의 특별전을 통해 한국 전통 채색화의 우수성을 알린다. 두 작가의 작품 중 대표 수작 40여 점을 선보인다. 지난해 서울 강남 세텍에서 별도로 열렸던 '키아프 플러스'는 올해는 키아프와 같은 공간에서 열린다. 신진작가와 NFT(대체불가토큰), 뉴미디어 아트를 소개하고, 참가 갤러리 작가 중 20명을 선정해 지원하는 '키아프 하이라이트'도 선보인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프리즈와의 차별화를 위해 젊고 역동적인 페어를 지향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프리즈와 키아프는 세계적 규모의 행사인만큼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 프리뷰를 포함해 5일간 관람할 수 있는 입장권 25만원, 7일부터 볼 수 있는 당일 입장권이 8만원이다. 이에 대해 황달성 화랑협회장은 "국제 아트페어 입장권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고려해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한국미술'에 힘 실은 이유
행사 기간 중엔 행사장(코엑스) 밖에도 볼거리가 넘친다. 서울 전역의 미술관과 갤러리가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자존심 걸고 전시를 준비했다. 이를테면 삼청동에선 한국 실험미술 1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조망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1950년대부터 비디오아트, 설치, 판화,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작업해온 ‘총체 예술가’ 김구림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갤러리현대에선 국내 개념미술 개척자 성능경의 시대별 대표작 140여점을 모은 개인전, 리안갤러리에선 한국 실험미술을 이끌어온 이강소 개인전이 열린다. 지난 1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개막한 ‘한국 실험미술 60~70년대’ 전과 더불어 한국 전위예술 거장들을 세계에 알리는데 힘을 실었다.
한편 7월부터 김범 개인전을 선보여온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은 7일부터 강서경 개인전을 함께 연다. 한국 최고의 사립미술관이 올해 세계에 소개하는 두 중견 작가로 김범과 강서경을 택한 것이다. 또 서울 삼청동 아트선재센터 서용선 개인전 '내이름은 빨강', PKM갤러리 구정아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사진작가 정연두 전시도 한국 중견 작가들의 오늘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젊은 작가들 전시로는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우성, 지근욱 두 작가의 개인전, 기체갤러리의 옥승철 개인전이 눈에 띈다.
서울, ‘아트 도시’로 자리매김하나
관건은 동시에 열리는 프리즈와 키아프가 궁극적으로 한국 미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다. 지난해 화려한 프리즈에 관람객이 쏠리며 상대적으로 주목 을 덜 받은 키아프가 올해 얼마나 선전할지도 주목된다. 올해는 지난해까지는 코로나19로 못 온 중국의 '큰 손' 컬렉터까지 대거 방문할 예정이어서 시장은 더 달궈질 분위기다. 황달성 화랑협회장은 "프리즈와 키아프의 공동개최로 서울이라는 도시 브랜드와 한국미술이 해외에 널리 알려졌다. 경쟁은 훨씬 치열해진 게 사실이지만 이를 통해 한국 미술이 질적 성장을 더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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