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 50조 넘는다는데…"추경 없다" 나랏빚 막을 히든카드

정진호 2023. 9. 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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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수 펑크 규모가 역대 최대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자금 여유가 있는 기금에서 돈을 끌어오는 식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이른바 ‘기금 저수지’로 불리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투입해 나랏빚을 늘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최근 국가채무가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등을 통한 국채 발행엔 선을 긋고 있다.
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수 펑크, 50조원 넘을 듯


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세 수입은 217조6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4000억원 덜 들어왔다. 8월부터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세수가 들어온다고 해도 올해 세입예산(400조5000억원)보다 48조원 부족하다. 올해 법인 실적이 좋지 않은 만큼 하반기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도 지난해보다 나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세수 결손 규모가 50조~60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세수 펑크를 메우기 위해 공자기금으로 20조원가량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자기금은 연기금 등 각종 기금의 여유자금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금이다. 여유가 있는 기금에서 재원을 빌리고, 재원이 부족한 기금에는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 기금의 자금 조달 창구인데 정부의 일반회계로도 투입이 가능하다.

김주원 기자

일단 외국환평형기금을 조기 상환으로 공자기금을 확보한다. 외평기금은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할 때 원화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활용하는 기금이다. 지난해부터 달러 가격이 상승하면서 정부가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였을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이 돈으로 공자기금에서 빌린 돈을 갚을 예정이다. ‘외평기금→공자기금→정부 일반회계’로 자금이 흐르는 구조다.


불용·잉여금 더하면 추경 불필요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불용’을 통해서도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집행이 어려운 불용 예산이 10조원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초과 징수로 인해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이 약 6조원이다. 공자기금과 불용액, 세계잉여금을 더하면 부족한 36조원을 채울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한 건 부채를 더는 늘릴 수 없다고 봐서다. 정부는 내년이면 국가채무가 1196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일 올해 세수 펑크를 막기 위해 빚을 더 진다면 12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국가채무 중에서도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국가채무는 내년도 792조4000억원에 달한다. 올해(721조3000억원)보다 9.9% 증가하면서다.


내년 나랏빚 이자만 27조원


김주원 기자
국가채무는 적자성 채무와 금융성 채무로 나뉘는데 이 중에서 적자성 채무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빚이다. 2017년 374조8000억원이었던 적자성 채무는 2022년엔 676조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몇 년 새 가파르게 늘었다. 채무 증가는 이자 지출 확대로 이어진다. 올해 22조9000억원인 이자 지출은 내년엔 27조4000억원으로, 2027년엔 34조8000억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연평균 증가율만 11%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건전재정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는 만큼 추경은 애초부터 선택지에서 배제했다”며 “여유가 있는 기금을 활용하면 국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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