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내가 만들어 낸 하나님은 아닌가요?”
지난해 6월 경북 포항시의 한 다세대 건물 집 안방에서 세입자가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침대에 반듯이 누운 상태로 속옷만 입은 채 발견된 세입자는 50대 박영광(가명)씨였습니다. 단순 고독사나 병사로 종결될 뻔한 이 사건은 당시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일기장 하나로 전환점을 맞습니다.
그 일기에는 영광씨의 사망 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신의 부패 과정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일기를 기록한 건 영광씨와 함께 살던 한 청년 이다윗(가명)씨였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을 지시한 건 숨진 영광씨의 친형이자 목사라 불리던 박찬양(가명)씨였습니다.
2일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소개된 이른바 ‘포항 부활 일기 미스터리’ 사건입니다.
방송에 따르면 찬양씨가 다윗씨에게 시신 부패과정을 기록하라고 지시한 이유는 영광씨가 부활할 것이라는 믿음에서였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찬양씨가 내세운 논리에 빠진 다윗씨는 일기장에서 찬양씨를 ‘가돌 코헨’으로 칭하며, 신적인 인물로 묘사하는 등 목사 이상의 존재로 맹신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이단·사이비 종교 단체들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교리 중 하나인 ‘시한부 종말론’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습니다.
시한부 종말론은 정통 개신교의 신앙관인 종말론을 잘못 해석한 이단 교리입니다. 정통교회의 종말론은 하나님의 나라가 언젠가 이 땅에 임하리라 믿고, 그를 소망하는 신앙입니다. 또 그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서 온전히 이뤄질 것을 바라보며 더욱 이 세상을 소중히 여기는 신앙입니다. 하지만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하는 이단·사이비 종교단체는 자신들의 교주 말을 듣지 않으면, 혹은 자신들의 교리를 따르지 않으면 멸망의 때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겁을 줍니다. 현재의 삶은 중요치 않으니 오로지 지금 당장 종교 생활에만 몰두하게 만들고 벼랑 끝으로 몰아갑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방송에서 이를 두고 “(정통) 기독교적 종말론은 그 종말의 때나 날을 우리가 알지 못한다는 거다”며 “특정한 시기를 정해 그날 종말이 온다는 비성경적인 주장을 하는 시한부 종말론은 지금까지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쟁과 전염병, 자연재해를 마치 종말의 징조라 여기고, 삶을 포기하거나 만사를 제쳐두고 골방에 들어가 기도에만 전념하는 것이 성경이 말하는 종말의 때를 살아가는 신자가 가져야 할 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그것이 인간의 이기심과 죄에서 비롯된 건 아닌지 돌아보고, 이를 통해 하나님이 말씀하시려는 바는 무언지 그 뜻을 기도하며 구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신자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방송을 통해 드러난 이단·사이비 종교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하나님으로부터 특정한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한다는 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이후 마지막 때를 향해 달려가는 요즘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특별한 한 사람을 택해 계시했다는 주장은 전혀 성경적이지 않습니다. 이단 전문가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특별계시 외에 다른 계시나 복음은 없다고 말합니다. 교계에서는 때론 마귀도 마치 실제로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보이게끔 만들어 사람들을 미혹한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신자는 그것이 정말 하나님의 뜻인지, 마귀가 주는 헛된 거짓의 영에 속고 있는지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끝없이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다윗씨가 쓴 가돌 코헨이란 표현은 히브리어로 대제사장이라는 뜻을 가진 ‘코헨가돌’을 잘못 표기한 것으로 봤습니다. 이를 단순히 히브리어의 어순을 잘 알지 못해 잘못 표기한 것이라 치부하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성경에 대한 어설픈 해석이, 단편적인 지식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위험한 신념을 심어줄 수 있는지 알 수 있어서입니다.
이단 전문가들은 늘 이단·사이비 종교가 내세우는 교리가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정통교회 교리로 분석해보면 너무 허무맹랑하고 그 주장의 모순은 너무나도 쉽게 발견된다고 지적합니다. 그만큼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특정 종교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에 반성경적인 부분은 없는지 또 정통교회의 교리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비판적 시각을 갖는다면,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뜻과 다른 그릇된 신념에 빠지는 일은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다윗씨가 적은 일기장에는 “하나님의 뜻이니 우리는 감내해야 하고, 그날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혹 지금도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하며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데 그것이 기쁨이 되거나 마음이 평안하지 않다면, 스스로 물어볼 때입니다.
“나를 만든 하나님의 뜻인가, 아니면 내가 만들어 낸 하나님의 뜻인가.”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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