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캐릭터가 '못생긴 여자'…1000:1 뚫은 '마스크걸' 그녀
잘 안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을 때 기회는 찾아왔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신인 배우 이한별(31)은 “‘마스크걸’ 오디션을 보면서도, 다른 일을 찾아야 할 수도 있겠다, 연기를 전업으로 하기 힘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데뷔작인 드라마 ‘마스크걸’(넷플릭스, 7부작)은 공개 2주 만에 넷플릭스 ‘톱10’ 비영어권 TV 부문 주간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했다. 고현정·나나와 함께 세 명의 배우가 주요 인물인 김모미를 연기하는데, 이한별은 극 중 27살의 회사원인 첫 번째 김모미를 맡았다. 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민낯에 광대 부각 흑칠…연기할 기회 얻어 행복”
이한별은 “원작인 웹툰의 팬이 있고 연기파 선배들이 많아서 작품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잘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열었다. 신인 배우인 자신에 대한 관심 역시 신기하고 얼떨떨한 듯했다. 그는 “공개되기 전에 미리 완성본을 봤는데, ‘내가 (연기를) 잘한 것이 맞나’ ‘대중은 어떻게 볼까’ 생각했다”면서 “연기할 당시엔 물론 최선을 다했지만, 그런데도 아쉬운 점이 보여서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한별이 연기하는 20대 후반의 김모미는 외모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어릴 적 꿈인 연예인의 길을 일찌감치 접고 평범한 회사에 들어가지만, 여전히 대중의 관심을 갈망한다. 퇴근 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개인방송 BJ로 활동하는 이유다. ‘마스크걸’ 공개 후 이한별은 웹툰 속 김모미와의 싱크로율로 화제가 됐다. 화려한 BJ 김모미와 확 구별되도록 회사원 김모미는 초췌한 분장에 공을 들였다. 그는 “원래 했던 메이크업을 하나하나 지우고, 민낯에 광대를 부각하는 흑칠을 해가며 수정 작업을 반복했다”면서 “촬영 중에는 '화면에서 너무 못 생겨 보이면 어떡하지' 걱정할 여유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인생 첫 캐릭터로 ‘못생긴 여자’를 맡게 됐지만 이한별은 “연기할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다”고 했다.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대 초반. 지금은 제목도 잘 기억 나지 않는 연극을 우연히 보고 배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소극장에서 한 배우가 몇 시간 동안 혼자 걸어 다니며 1인극을 펼쳤는데, 눈이 반짝였고 침을 튀기며 대사를 하는 모습이 너무 열정적이었다. 나도 저런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본격적으로 연기하기로 결심하고, 대학 졸업 후 고향인 구미를 떠나 서울로 올라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단편 영화 등에서 연기 경험을 쌓았다.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이한별은 “당시엔 작은 성취가 필요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너무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는 불안감과 함께 스트레스로 몸이 안 좋아졌고, 금전적인 압박도 느낄 무렵이었는데 그때 ‘마스크걸’ 오디션 기회가 왔다”면서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최선을 다하되, 이미 운명은 정해져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다스리며 오디션에 임했다”고 말했다.
'작은 성취'로 여겼던 오디션 도전이 금세 큰 성과로 이어졌다. 4개월가량 이어진 오디션 끝에 ‘김모미 A’로 낙점됐다. 김용훈 감독은 지난달 중순 제작발표회에서 "이한별을 운명적으로 만났다. 연기하고 싶은 그의 커다란 열망이 김모미가 느끼는 감정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30대에 들어서 원하던 연기에 첫발을 내딛게 된 그는 데뷔작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롤모델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같이 한 선배님들을 보며 내 안에서 좋은 기준이 세워졌다”고 덧붙였다. 특히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던 배우 안재홍(주오남 역)에 대해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많고, (내가) 캐릭터 표현에 있어 헤매고 있으면 옆에서 연기 합을 맞춰 주고 조언도 해줬다. 정말 크게 의지했다”고 말했다.
영화 ‘소공녀’, ‘윤희에게’와 같은 작품을 좋아한다는 이한별은 앞으로 “보다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연기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미와 다르게 감정선과 호흡을 촘촘하게 쌓아가는 연기를 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누구라도 내 연기를 보고 위로와 힘을 받을 수 있도록 관객과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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