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여명 탈북민 운명이 달린 자리, ‘에스더’ 심정으로 연설했죠”
IPAC, 공동선언문 이행결의안 발표하며 세계적 연대하기로
최근 북한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탈북민 비밀 송환에 이용된 북·중 국경의 ‘난핑-무산’ 세관과 가까운 허룽시 변방대가 구금 시설을 크게 증축한 것으로 알려져 탈북민 강제 송환이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전망되고 있다. 오는 23일 중국에서 열리는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중국 내에서 북송 위기에 처한 2600여명 탈북민의 송환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영국 등 28개 회원국이 소속된 ‘대중국 의회간 연합체’인 IPAC(Inter-Parliamentary Alliance on China)는 지난 31일부터(이하 현지시간) 사흘간 체코 프라하 하원 툰궁전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탈북민 강제 북송 저지를 위한 공동선언문 이행결의안을 결의했다. 지금까지 홍콩 티베트 위구르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다룬 IPAC 인권 분과에서 탈북민 북송 문제를 논의한 것은 이번 회담이 처음이다.
탈북민 출신인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2일 국민일보와 SNS 인터뷰에서 “‘난핑-무산’ 세관도는 중국 지린성 난핑과 북한 함경북도 무산을 잇는 세관으로 인구 밀도가 낮고 접근성이 떨어져 탈북민의 비밀 송환에 이용된 곳”이라며 “2019년 초소밖에 없던 이곳이 현재 펜스로 둘러친 구금 시설을 증축된 것이 위성사진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말했다.
지 의원은 탈북민의 강제 송환 중지를 세계에 호소하기 위해 2일 IPAC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 내 탈북민의 위기’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마치 조국 이스라엘을 구하기 위해 ‘죽으면 죽으리라’는 심정으로 나아간 에스더의 심정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 자리에 2600여명 생명이 달려있다는 에스더와 같은 절박한 심정으로 연설에 임했다”며 “탈북 과정에서 북송돼 고문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으로, 세 살배기 딸을 먼저 보낸 아빠의 심정으로 그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지 의원은 연설에서 “이 순간도 수십만 명의 탈북민이 중국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며 “탈북민이 북송되면 북한에서 반체제 혐의로 공개 처형을 당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고문 성폭행 강제낙태 노동착취 등 비인간적 대우를 겪게 될 것”이라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인 중국이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에 암묵적으로 가담하지 않도록 전 세계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다.
북한의 비참한 생활과 목숨 건 탈북 과정도 나눴다. 그는 14세 때인 1996년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려다 굶주림에 쓰러진 사이 사고를 당해 왼팔과 다리를 잃었다. 2006년 목발을 짚은 채 중국과 동남아를 9600㎞ 횡단해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었다.
IPAC 회원국은 자국에서 효력을 가지는 공동선언문 이행결의안에 탈북민 강제 북송 저지를 결의했다. ‘2023 IPAC 공동선언문’에는 “우리(각 회원국) 정부가 중국에 탈북민 송환 중단을 촉구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도록 압력을 가한다”는 이행 결의를 포함해 북한 국경 개방으로 인한 중국 내 탈북민의 북송 위기 현황이 상세히 담겼다. 지금까지 홍콩 티베트 위구르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다룬 IPAC 인권 분과에서 탈북민 북송 문제를 논의한 것은 이번 회담이 처음이다.
지 의원은 “각국 의원들이 예상보다 더 뜨거운 지지를 해주셨다”며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 대표를 지낸 이언 던컨 스미스 의원 등은 다음 주부터 탈북민 북송 문제를 자국 의회에 공론화할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에도 기도 제목을 나누며 이들을 향한 기도와 관심을 요청했다. “구금된 탈북민의 영육을 굳건하게 하시고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탈북민이 나라와 민족, 복음 위해 쓰임 받는 하나님의 군사가 되도록 기도해주세요. 한국 사회에 정착한 탈북민을 향해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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