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골을 3골로…번리전 '손흥민 해트트릭'은 기적→기대득점(xG) 불과 1.13

김현기 기자 2023. 9. 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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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1골을 3골로 만들었다. 이게 바로 손흥민의 실력과 광록이다.

손흥민이 3일 끝난 번리전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입단 뒤 프리미어리그 4번째, 공식전 5번째 해트트릭을 폭발한 가운데 그의 이번 경기 기대득점(xG)이 1.13골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골 들어가면 적당한 슈팅이었는데 손흥민의 번뜩이는 골 감각이 불을 뿜으면서 3골로 연결됐다는 뜻이다.

손흥민은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소속팀 토트넘이 홈팀 번리와 싸운 원정 경기에서 전반 한 골, 후반 두 골을 터트리며 해트트릭을 기록하고 팀의 5-2 대역전승 일등 공신이 됐다.

이날 4-3-3 포메이션에서 지금까지 왼쪽 윙어에서 벗어나 중앙 공격수로 보직 변경한 손흥민은 전반 16분 1-1을 만드는 동점골을 뽑아낸 것에 이어 후반 18분엔 4-1로 훌쩍 달아나는 쐐기골을 넣었다. 그리고 후반 21분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토트넘에 5-1 리드를 안겼다.



손흥민의 해트트릭은 지난 2015년 8월 토트넘에 입성한 뒤 5번째다. 그는 앞서 지난 2017년 3월12일 FA컵 밀월전에서 3골을 퍼부으며 잉글랜드 진출 뒤 첫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이어 2020년 9월20일 사우샘프턴전에선 4골을 넣으며 프리미어리그 첫 해트트릭을 이른 바 '포트트릭'으로 장식했다.

지난해엔 두 차례나 해트트릭을 뽑아냈다. 2022년 4월9일 애스턴 빌라전에서 3골을 넣어 자신의 2022/22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기반으로 삼았다. 같은 해 9월17일 레스터 시티전에선 후반 교체로 들어가 순식간에 3골을 몰아치고 시즌 1~3호골을 한꺼번에 기록했다.

그리고 1년여 만에 다시 해트트릭의 사나이가 된 것이다.

손흥민은 1-1이던 전반 16분 오른쪽 수비수 페드로 포로가 롱킥을 전방에 뿌리자 이를 상대 수비수 두 명 사이에서 잡아 반대편에서 달려들던 왼쪽 날개 마노르 솔로몬에게 내줬다. 이어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오른쪽 빈 곳을 찾아들어가자 솔로몬이 다시 리턴 패스를 내줬다.

번리 선수 2명이 솔로몬을 마크하느라 손흥민은 자연스럽게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았다. 손흥민은 이 때 강슛이 아닌 오히려 박자를 살짝 늦춰 상대 골키퍼 타이밍을 빼앗은 뒤 오른발 로빙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슛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느릿느릿 홈팀 골문을 출렁인, 감동적인 골이었다.


손흥민은 두 팔을 새처럼 벌리며 환호하고 번리 홈관중 앞에서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쳤다. 자신의 시즌 첫 골을 존재감 넘치는 슈팅으로 터트렸다.

손흥민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역전골, 후반 9분 제임스 매디슨의 추가골을 묶어 소속팀이 3-1로 앞선 상황에서 두 골을 쾅쾅 폭발하며 터프 무어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손흥민은 후반 18분 토트넘의 왼쪽 측면 공격 때 솔로몬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횡패스를 뿌리자 순간 스피드를 발휘해 반박자 빠른 오른발 강슛으로 번리 골문을 다시 한 번 흔들었다.

이어 3분 뒤엔 왼발 슛으로 해트트릭 대미를 장식했다. 포로가 반대편을 보고 내준 중거리 패스를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잡아 통렬한 왼발 슛으로 쏘고 환호했다. 이날 경기 토트넘의 마지막 골이었다.

쉽지 않은 상황과 위치에서 3골을 터트려 더욱 가치가 빛났다.

축구통계매체 풋몹과 xG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xG 필로소피'에 따르면 손흥민의 이날 슈팅 5개를 모두 합친 xG는 각각 1.12, 1.13이었다.


기대득점이란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어떤 선수가 슈팅 한 개를 했을 때 기대되는 득점 확률을 의미한다. 0과 1 사이에 위치하며 특정 슈팅의 xG가 0.5라면 들어갈 확률과 들어가지 않을 확률이 반반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xG보다 실제 득점이 많을수록 좋은 골잡이로 간주할 수 있다. xG보다 실제 득점이 낮다면 골결정력이 낮다는 쪽으로 해석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페널티킥의xG는 0.75 안팎이다.

그런데 손흥민의 이날 슈팅을 모두 합친 값이 1.13으로 드러난 것이다. 바꿔 말하면 한 골 넣었으면 무난했을 상황에서 손흥민은 자신의 기량을 한껏 끌어올려 3골 뽑아냈다는 뜻도 된다.

이날 프리미어리그에선 손흥민 외에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괴물 골잡이' 엘링 홀란과 프리미어리그 돌풍을 이끄는 브라이턴의 19세 공격수 에반 퍼거슨이 나란히 해트트릭 주인공이 됐다. 그런데 xG는 다 달라서 퍼거슨이 0.92로 가장 낮았고, 손흥민이 1.13로 나타나 다음으로 낮았다. 홀란의 xG는 1.60이었다.


xG에서 어느 덧 31살이 된 손흥민의 골 감각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이 잘 드러났다. 대한민국 축구팬들과 국민들의 초가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렸다.

손흥민은 토트넘 입성 뒤 프리미어리그 통산 xG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축구 통계사이트 '스태츠 봄(Stats Bomb)'는 SNS를 통해 토트넘 입단 8주년을 맞은 손흥민을 그의 골로 조명했는데 번리전 직전까지 그가 터트린 프리미어리그 103골에 대한 xG가 71.69인 것으로 집계됐다.

손흥민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31골을 더 넣었다는 얘기다. 이번 번리전 해트트릭으로 인해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통산 106골을 기록하게 됐고, xG는 72.82로 골과 xG의 간격이 더 벌어졌다.

강슛과 로빙슛, 왼발슛과 오른발슛을 모두 꺼내들면서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은 물론 실력에서도 팀의 핵심 멤버임을 알린 손흥민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사진=연합뉴스,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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