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눈높이와 제작비 ‘UP’…드라마·예능 “협력해야 생존” [확대되는 콘텐츠 공동 제작①]
500억.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의 제작비다. 한효주, 조인성, 류승룡 등 화려한 라인업에 초능력을 표현하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CG) 등 후반작업 등이 포함된 비용이다. 어지간한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많은 제작비의 결과는 높은 완성도와 ‘호평’이다. 앞서 넷플릭스의 2021년 작품 ‘오징어 게임’ 역시 9부작 제작에 약 280억을 투입했다.
시청자들의 눈은 높아졌고, 막대한 제작비 투입 흐름은 바로 TV 드라마에 영향을 미쳤다. 이제는 다수의 드라마가 과거보다 높아진, 회당 평균 1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다. 물론 ‘스케일이 크다’라고 인식되는 일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드라마들은 회당 2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쏟아붓기도 한다. 높아진 배우들의 몸값과 스태프 인건비 상승의 이유도 있지만, IP 확보를 위해 전액을 투자해 더 큰 가능성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제작사들이 과감하게 전액 투자를 진행하는 글로벌 OTT의 행보를 쫓아가긴 버겁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이전에도 종종 보였던 ‘공동 제작’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하고 형태를 변화시키는 이유다. 특히 과거에는 공동 제작이라 하더라도, 타 방송의 콘텐츠를 송출만 하는 형태가 적지 않았다면, 이제는 제작 단계부터 논의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화됐다.
현재 방송 중인 ‘나는 솔로’, 방송을 앞둔 ‘강철부대3’을 각각 SBS PLUS, 채널A와 공동 제작한 ENA가 대표적인 예다. 제작비 부담을 덜고, 채널의 낮은 인지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는데, 그 결과 ‘강철부대’는 현재 시즌3의 방송을 앞둘 만큼 인기 시리즈가 됐으며, ‘나는 솔로’ 역시도 2021년부터 꾸준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장수 예능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ENA 외에도 MBC와 라이프타임이 함께 만든 ‘빈집살래 시즌3-수리수리 마을수리’를 비롯해 다수의 예능프로그램이 공동 제작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드라마만큼 극적인 상승세는 아니지만, 예능프로그램 역시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회당 7~8000만원 수준이던 평균 제작비가 지금은 1억원을 훌쩍 넘기고 있는 현재, 이러한 협업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MBC는 지난 2021년 예능프로그램 ‘피의 게임’을 웨이브와 공동 제작하며 OTT와도 손을 잡았다. 이후 공동 제작은 아니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피지컬: 100’,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제작하며 지상파와 OTT 협업의 한 모델을 제시했다. 마찬가지로 SBS가 지난 2021년 드라마 ‘모범택시’를 웨이브와 함께 제작했으며, 이후 ‘국가수사본부’, ‘브로 앤 마블’로 각각 웨이브,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였다. 이 콘텐츠들의 제작진들 모두 OTT라 가능했던 규모, 소재였다며 협업의 이점을 강조했었다.
‘IP 확보’가 콘텐츠 제작 업계의 가장 큰 숙제가 된 현재, IP 교류를 위해 분야를 넘나드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5월 CJ ENM은 웹툰, 웹소설 등 선보이는 콘텐츠 기업 리디와 전략적 제휴 맺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리디는 “양사가 보유한 고품질 원천 IP와 콘텐츠 제작 역량을 토대로 사업을 확대하고자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리디는 제작사 오에이치스토리와 함께 드라마 ‘미실’도 공동 제작한다.
국가 간의 경계도 허물고 있다. CJ ENM은 영화 ‘써니’, ‘극한직업’의 미국 리메이크를 유니버설 픽쳐스와 공동으로 추진 중이며, ‘기생충’은 미국의 HBO와 함께 드라마로 리메이크할 예정이다. 단발성에 그치는 것이 아닌,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또 지난 2021년부터 파라마운트 플러스 운영사 바이어컴CBS와 콘텐츠 투자·제작 파트너십 계약해 협력 관계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며,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기업 토에이 애니메이션과도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공동 제작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콘텐츠 업계에서 공동 제작은 이미 익숙하게 이어져 온 방식이다. 콘텐츠 제작에 많은 제작비와 인원이 투입되는 만큼 많은 이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 자연스럽다”면서 “규모가 더 커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는 시대도 지났다. 각자가 가지지 않는 부분들을 찾아 함께하는 과정에서 공동 제작 사례는 더 많아지고,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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