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 DF→벤치 강등→MF '땜빵' 출전…김민재 대활약, 더리흐트 '대굴욕'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김민재가 바이에른 뮌헨 입단 후 시즌 첫 풀타임을 소화한 가운데 유럽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인 마테이스 더리흐트가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3일(한국시간) 독일 묀헨글라트바흐에 위치한 보루시아 파크에서 열린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와의 2023/24시즌 분데스리가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르로이 사네와 마티스 텔의 역전골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뮌헨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1년 연속 정상을 차지할 정도로 리그 최강의 팀이지만 유독 묀헨글라트바흐를 만나면 힘든 경기를 펼쳤다. 뮌헨이 묀헨글라트바흐 상대로 승리한 건 2021년 5월(6-0 승) 이후 6경기 만이며, 원정 경기 승리는 2019년 3월(5-1 승)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그전까지 5번의 원정에서 1무 4패로 단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했다.
묀헨글라트바흐는 이날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뮌헨 킬러'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듯 했다. 전반 30분 코너킥 상황에서 묀헨글라트바흐 두 명의 센터백이 득점을 합작했다. 막시밀리안 뵈버가 머리로 골대 먼 쪽을 향해 돌려놨고, 마침 대기하고 있던 일본인 수비수 이타쿠라 고가 노마크 상태에서 편안하게 헤더로 마무리했다.
전반전을 0-1로 마친 뮌헨 묀헨글라트바흐 무승 행진을 끊기 위해 계속 골문을 두드렸다. 마침내 후반 13분 요주아 키미히의 로빙 패스를 받은 사네가 절묘한 침투 움직임으로 일대일 상황을 만들면서 결정적인 동점골 기회를 맞이했다.
사네는 왼발 바깥으로 밀어 차면서 공을 골문 구석에 꽂아 넣어 동점포를 만들었다. 골키퍼는 낮게 깔리는 슛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골키퍼 옆을 노리는 슈팅이었기에 막을 수 없었다.
무승부에 만족할 수 없었던 뮌헨은 공격수 숫자를 늘리면서 역전골까지 노렸다. 홈팀처럼 후반 42분 코너킥 공격을 통해 득점을 만들었다. 키미히의 코너킥을 막기 위해 묀헨글라트바흐 수비수들이 힘껏 뛰어올랐으나 텔이 완벽한 타이밍으로 공중볼 경합에서 승리했다. 골키퍼가 텔의 헤더 슈팅을 막기 위해 팔을 뻗어 막아봤지만 손끝에 스친 공은 그대로 골문 구석에 꽂혔다.
경기를 뒤집은 뮌헨은 후반 추가시간 7분을 포함해 남은 시간 동안 묀헨글라트바흐의 공격을 잘 막아내면서 리드를 지키는데 성공. 결국 원정에서 귀중한 2-1 승리를 거뒀다. 리그 3연승을 질주했을 뿐만 아니라 묀헨글라트바흐 무승 행진도 끊었다.
경기가 끝나고 뮌헨 선수들은 승리를 자축했는데 여기엔 1실점 허용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를 펼친 김민재도 있었다. 김민재는 이날 선발로 출전해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에 남으면서 뮌헨 입단 후 시즌 첫 풀타임 경기를 가졌다.
반면 시즌 시작 전 김민재와 함께 주전 수비수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더리흐트는 이날 경기에서도 벤치에서 출발해 눈길을 끌었다.
김민재는 직전 아우크스부르크전에서 잦은 패스 미스와 불안한 수비를 보여주며 후반 35분 더리흐트와 교체됐다. 독일 언론 유로스포르트도 김민재에게 팀 내 꼴찌에 해당하는 평점 6점을 주며 아쉬운 활약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묀헨글라트바흐전에선 달랐다. 김민재는 리그 개막 후 3번째 경기만에 처음으로 풀타임 활약하면서 투헬 감독의 핵심 수비수로 거듭났다는 걸 증명해냈다. 이날 김민재는 나폴리에서 보여주던 압도적인 공중볼 장악 능력과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뒷공간 커버 등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며 뮌헨의 리그 3연승을 도왔다.
축구통계매체 '풋몹(FotMob)'에 따르면, 묀헨글라트바흐전에서 김민재는 패스 성공률 91%(85/93), 롱패스 성공률 67%(2/3), 걷어내기 2회, 헤더 클리어 1회, 가로채기 2회, 리커버리 8회, 공중볼 경합 승률 73%(8/11) 등을 기록하면서 드디어 팬들이 알고 있던 김민재 모습으로 돌아왔다. 평점도 7.7점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더리흐트는 벤치에 있다가 미드필더 자리로 들어가 시선을 집중시켰다.
스코어 2-1로 앞서가던 뮌헨이 후반 추가시간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을 빼고 더리흐트를 투입한 것이다. 팬들은 수비를 강화하기 위한 교체로 이해했지만 더리흐트가 수비수 자리가 아닌 중원에 배치된 것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뮌헨을 이끄는 토마스 투헬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더리흐트를 '6번' 미드필더로 기용해 본 것이라고 인정했다.
투헬 감독은 "선수단에 약간의 불균형이 있다. 공격 쪽엔 각 포지션마다 선수가 2명이나 있지만 수비엔 약간의 행운이 필요할 수도 있다"라며 "누사이르 마즈라위가 경고 누적 위험이 있었기에 미드필더인 콘라트 라이머가 후반전 라이트백으로 뛰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결국 우리는 더리히트를 6번 미드필더로 데려가야 했다"라며 "난 선수단 성과에 대해 의심하지 않지만 우리에게 수비수가 6명 밖에 없다는 건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2023 여름 이적시장 마감일을 앞두고 뮌헨은 미드필더 영입을 시도했다. 이는 클럽을 이끄는 토마스 투헬 감독의 요청으로, 투헬 감독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수적으로 넉넉하지 않다. 우리에겐 수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미드필더가 3명뿐이다"라며 공개적으로 6번 미드필더 영입을 구단에 요구했다.
현재 뮌헨 1군 선수들 중 6번 자리에서 뛸 수 있는 선수는 요주아 키미히, 레온 고레츠카, 콘라트 라이머까지 총 3명이다. 4-2-3-1 전형을 애용하는 투헬 감독은 6번 미드필더 숫자가 최소 4명이 되기를 원했다.
투헬 감독의 요청에 따라 뮌헨 포르투갈 미드필더 주앙 팔리냐(풀럼)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키 190cm에 나오는 피지컬을 활용한 수비 능력과 넓은 커버 범위 그리고 준수한 볼 배급 능력을 갖춘 팔리냐는 뮌헨에 합류한다면 요주아 키미히, 레온 고레츠카 등과 함께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로 여겨졌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적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우선 팔리냐가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뮌헨으로 합류할 기회를 갖게 되자 이적을 열망했다. 풀럼도 적절한 이적료와 대체자를 구할 수 있다면 핵심 선수이지만 뮌헨에 팔리냐를 보낼 의향이 있음을 드러냈다.
그 결과, 팔리냐는 구단으로부터 뮌헨의 메디컬 테스트를 받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이적시장 마감까지 단 몇 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 팔리냐는 독일로 날아가 메디컬 테스트를 마치면서 구단의 최종 승인만 기다리고 있었다.
팔리냐가 정식으로 뮌헨 선수가 되는 순간만을 오매불망하고 있는 가운데 돌연 풀럼이 거래를 중단하면서, 뮌헨의 팔리냐 영입은 무산됐다. 이는 풀럼이 팔리냐 대체자로 영입을 추진했던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토트넘 홋스퍼)가 풀럼 이적을 거절하면서 생긴 결과였다. 대체자를 구하지 못하게 된 풀럼은 거래를 중단하고 팔리냐에게 복귀 명령을 내렸다.
팔리냐 영입이 불발된 투헬 감독은 결국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묀헨글라트바흐전을 통해 더리흐트를 6번 미드필더로 기용하면서 상황에 따라 포지션 변화가 가능한지 테스트했다.
다만 이를 통해 투헬 감독은 이번 시즌 뮌헨의 주전 센터백 조합을 '김민재-우파메카노'로 여기고 있는 게 확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즌 개막 후 뮌헨이 치른 리그 3경기에서 김민재와 우파메카노 모두 선발로 나왔지만 더리흐트는 3경기 모두 교체로 나왔다.
이는 더리흐트에게 씁쓸한 상황이다. 네덜란드 수비수 더리흐트는 뛰어난 수비력으로 월드 클래스 센터백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3월과 4월에 뮌헨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면서 자타 공인 뮌헨 최고의 수비수로 등극했다.
그렇기에 김민재가 뮌헨으로 이적한 후 더리흐트와 함께 호흡을 맞출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막상 시즌이 개막된 후 김민재 파트너로 낙점 받은 건 프랑스 센터백 우파메카노였다. 게다가 우파메카노는 개막 후 리그 3경기에서 선발 풀타임을 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좋은 경기력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더리흐트를 완전히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센터백 한자리를 우파메카노가 차지한 가운데 투헬 감독은 새로 영입한 김민재를 계속 선발로 내세우면서 이번 시즌을 '김민재-우파메카노' 조합으로 갈 것을 선언했다. 그 결과, 더리흐트는 선발에서 밀렸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 포지션도 아닌 미드필더로 나서는 굴욕까지 맛봤다. 김민재 입단과 함께 뮌헨 수비라인의 판이 바뀐 셈이다.
사진=DPA, EPA, AP/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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