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미의 더쿠미] ‘좀100’ 회사에 출근하느니 차라리 좀비가 되겠어!
권혜미 2023. 9. 3. 08:45
누구나 눈을 반짝이면서 시청했던 ‘인생 만화’ 한 편쯤은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요?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세계관이지만, 만화 속 인물들과 스토리에 우리의 삶은 더 즐거워지거나 위로를 받기도 하죠. ‘더쿠미’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누구나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장르의 만화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살아남을 바에야 차라리 좀비가 되는 게 나아!”
좀비로 변한 사람들 틈에서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는 남성 텐도 아키라. 좀비에게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닌, 고작 편의점에 있는 맥주를 갖고 오기 위해서다.
최근 넷플릭스, 티빙 등 OTT 플랫폼에 ‘좀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이하 ‘좀100’)가 공개됐다. ‘좀100’은 블랙 기업에 다니던 사회초년생 아키라가 어느 날 갑자기 좀비 떼가 출몰한 세상에서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천해나가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자 아소 하로는 ‘좀비’와 ‘회사에 혹사당하는 주인공’에 초점을 맞춰 신작을 구성했고, 실제 직장인을 취재하던 중 “이럴 거면 좀비가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면서 ‘좀100’을 탄생시켰다.
좀비로 변한 사람들 틈에서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는 남성 텐도 아키라. 좀비에게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닌, 고작 편의점에 있는 맥주를 갖고 오기 위해서다.
최근 넷플릭스, 티빙 등 OTT 플랫폼에 ‘좀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이하 ‘좀100’)가 공개됐다. ‘좀100’은 블랙 기업에 다니던 사회초년생 아키라가 어느 날 갑자기 좀비 떼가 출몰한 세상에서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천해나가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자 아소 하로는 ‘좀비’와 ‘회사에 혹사당하는 주인공’에 초점을 맞춰 신작을 구성했고, 실제 직장인을 취재하던 중 “이럴 거면 좀비가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면서 ‘좀100’을 탄생시켰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직장인보다 좀비가 낫겠느냐 하겠지만, 아키라의 회사는 범상치 않다. 한 광고제작회사에 들어간 아키라는 첫 출근날 환영 회식을 한 뒤 다시 회사로 복귀한다. 이때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탈출하기엔 너무 늦었다. 고강도 야근에 집에도 못 들어가는 날은 부지기수. 팀장 코스기의 폭언은 상상을 초월하며, 아키라가 회사를 다니는 유일한 낙이었던 여직원은 알고보니 사장과 불륜 관계였다. 아키라는 3년 사이에 우울감이 온몸을 지배한 산송장이 돼버렸다.
그러던 중 아키라는 어느 순간 갑자기 변해버린 세상을 발견한다. 눈앞에 보이는 거리의 사람들이 모두 좀비가 된 것. 패닉이 찾아올 상황이지만 아키라는 “그럼 이제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되는 건가?”라며 오히려 행복감을 느낀다. 그 순간, 흑백으로만 보였던 세상이 색을 되찾고 다시 알록달록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키라는 결심한다. 좀비가 되기 전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정하고, 이를 하나하나 실천해나가기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좀비가 되는 게 나으니까.
좀비를 소재로 한 대부분의 작품은 주인공의 ‘생존’을 위해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다. 대중도 이 생존의 과정이 얼마나 박진감 넘치고 흥미있게 구성됐는지 궁금해 좀비물을 택한다. 그런 의미에서 ‘좀100’은 흔한 좀비물의 전개를 시작부터 뒤집어 놓았다. 누군가에겐 좀비로 변한 세상보다 지금 이 현실이 더 끔찍할 수도 있다는 발상을 심어준 것이다.
매일 사직서 한 장을 가슴에 품고 출근하는 게 직장인의 삶이라지만 유독 소모됐다는 감정이 밀려오는 날이 있다. 평생 이렇게 회사에 매여 사느니, 차라리 내일 지구가 멸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드는 날.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고단한 삶에 매여있는 사람 누구나 마찬가지다. 모든 의무를 집어던지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로 하루하루를 채울 수 있는 날이 인생에서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달성해나가며, 좀비들 사이에서도 희열을 느끼는 아키라의 모습에 시원한 쾌감이 느껴진다. 나는 감히 쫓을 수 없는 자유를 쟁취하는 아키라에 내 모습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매일 사직서 한 장을 가슴에 품고 출근하는 게 직장인의 삶이라지만 유독 소모됐다는 감정이 밀려오는 날이 있다. 평생 이렇게 회사에 매여 사느니, 차라리 내일 지구가 멸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드는 날.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고단한 삶에 매여있는 사람 누구나 마찬가지다. 모든 의무를 집어던지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로 하루하루를 채울 수 있는 날이 인생에서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달성해나가며, 좀비들 사이에서도 희열을 느끼는 아키라의 모습에 시원한 쾌감이 느껴진다. 나는 감히 쫓을 수 없는 자유를 쟁취하는 아키라에 내 모습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만약 ‘좀비 세상’이 아니었다면 아키라는 영원히 회사에 갇혀있었을까? 작가는 이에 대한 해답을 6회에 숨겨두었다. 아키라가 우연히 코스기를 재회하는 장면에서다. 코스기는 아키라에게 여전히 강압적인 말투로 이렇게 말한다. “좀비는 회사의 부품일 뿐이야. 아무런 의지도 생각도 없으니까. 그리고 너도 좀비와 똑같은 부품이지.” 이 말에 아키라는 한 가지를 깨닫는다. 회사에서의 자신은 이미 좀비였고, 비로소 의지를 가지게 된 자신은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을. 코스기 앞에서 늘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아키라의 눈빛이 달라지는 순간, 아키라의 감정이 시청자에게도 전달된다. 비록 현실은 그대로일지라도 의지만 있다면, 변화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을 말이다.
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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