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10점' 손흥민, 번리전 해트트릭+5-2 대승→감독 "케인 대체자 안 데려온 이유" 극찬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를 이끄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해리 케인 대체자를 영입하지 않은 이유로 해트트릭을 터트리면서 평점 10점을 받은 손흥민의 존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토트넘은 2일(한국시간) 영국 번리에 위치한 터프 무어에서 열린 번리와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 4분 만에 선제 실점했으나 손흥민의 해트트릭과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역전골, 제임스 매디슨의 추가골에 힘입어 5-2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손흥민은 4-2-3-1 전형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해 해트트릭을 달성하면서 시즌 첫 골을 신고했을 뿐만 아니라 시즌 개막 후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월드 클래스 공격수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23/24시즌이 개막한 후 줄곧 원톱 자리에 브라질 공격수 히샤를리송을 배치했지만 큰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하자 히샤를리송을 벤치로 내리고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시켰다.
손흥민이 뛰던 왼쪽 윙어 자리엔 이번 여름 새로 영입된 이스라엘 윙어 마누엘 솔로몬이 출격했다.
손흥민이 원톱으로 출격한 시즌 첫 경기에서 번리는 홈구장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전반 4분 미드필더 루카 콜레오쇼가 왼쪽 측면에서 돌파에 성공해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온 뒤 골문 앞으로 패스했고, 이를 중앙에서 대기하던 라일 포스터가 가볍게 밀어 넣으며 토트넘 골망을 열었다.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이후 토트넘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매서운 반격을 펼치면서 계속 번리 골문을 두드렸다. 전반 16분 토트넘의 동점골이 터졌는데, 동점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번리가 빌드업 플레이를 위해 수비 라인이 높게 올라온 틈을 이용했다. 전반 16분 후방에서 날아온 패스가 한 번에 손흥민에게 연결됐고, 손흥민이 잘 잡아 솔로몬에게 내줬다. 솔로몬은 수비 시선을 끈 후 다시 손흥민에게 연결했다.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이한 손흥민은 골키퍼가 앞으로 나오자 살짝 툭 찍어 차는 오른발 로빙슛으로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번리전 동점골로 손흥민은 2023/24시즌 개막 후 모든 대회 통틀어 5경기 만에 시즌 첫 골을 신고하는데 성공했다. 손흥민의 동점골이 터진 후 토트넘은 전반 추가시간에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역전골까지 나오면서 2-1로 역전했다.
전반 종료 직전에 경기를 뒤집은 토트넘은 후반전이 시작된 후 공세를 지속하면서 추가골까지 만들었다. 후반 9분 번리의 패스 미스를 틈 타 빠르게 역습을 가져갔는데, 공을 이어받은 제임스 매디슨이 전진 드리블 후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차 골망을 갈랐다. 이번 여름 토트넘에 새로 영입된 신입생 매디슨은 번리전 득점을 포함해 합류 후 5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하면서 이번 여름 토트넘 최고의 영입으로 등극 중이다.
번리의 패색이 점점 짙어지는 가운데 후반 18분 손흥민의 멀티골이 터지면서 점수를 더욱 벌렸다. 이번에도 솔로몬과의 호흡이 빛났다. 드리블로 왼쪽 측면을 허문 솔로몬은 한 박자 늦게 침투한 손흥민에게 컷백을 내줬다. 손흥민은 아무런 방해 없이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 넣어 멀티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이 내친김에 해트트릭까지 완성했다. 이번에는 포로의 패스가 절묘했다. 3분 뒤 포로가 오른쪽 측면에서 전방으로 크게 찔러줬고 수비와 동일 선상에서 침투한 손흥민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깔끔하게 왼발로 마무리하며 시즌 3호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건 지난해 9월 17일 레스터 시티전 이후로 약 1년여만이다. 손흥민은 2015년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후 번리전을 포함해 해트트릭을 총 4차례 기록했다. 또 번리전에서 3골을 폭발시키면서 프리미어리그 통산 106득점을 기록한 손흥민은 첼시 레전드 디디에 드로그바(104골)를 제치고 대런 벤트와 공동 30위가 됐다.
해트트릭으로 화끈한 골 결정력을 뽐낸 손흥민은 후반 27분 히샤를리송과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이후 번리가 후반 추가시간에 만회골을 터트리면서 점수 차를 좁혔지만 경기를 뒤집는 건 무리였고, 결국 토트넘이 손흥민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편안하게 5-2 대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토트넘은 3승 1무(승점 10)을 기록, 선두 맨체스터 시티(승점 12)에 2점 뒤진 리그 2위로 올라섰다. 반면 승격팀 번리는 리그 3연패에 빠지면서 최하위로 추락했다.
경기가 끝나고 이날 해트트릭을 달성한 손흥민을 향해 엄청난 찬사가 쏟아졌다. 온갖 매체들은 손흥민을 번리전 최고의 선수로 꼽으면서 토트넘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축구통계매체 '풋몹(FotMob)'은 이날 3번의 유효 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 지으면서 3골을 터트린 손흥민에게 평점 9.6점을 줬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손흥민에게 평점 10점 만점을 줬다. 흠잡을 데 없는 활약을 펼쳤다고 판단한 매체는 손흥민에 대해 "솔로몬과 패스를 주고받은 후 수비수와 골키퍼를 제치고 터트린 그의 이번 시즌 첫 골은 아름다웠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그러고 나서 손흥민은 페드로 포르의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해트트릭을 달성하기 전에 냉정하게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라며 "그는 좀 다르지만 중심적인 역할을 매우 효과적으로 채웠고,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시스템은 손흥민의 경기에서 완벽하게 작동했다"라고 덧붙였다.
매체들뿐만 아니라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에게 찬사를 보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먼저 이날 골을 터트린 3명의 선수들을 언급하면서 "난 오늘이 손흥민, 매디슨, 로메로에 대한 진정한 증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주장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토트넘은 손흥민을 클럽의 새로운 주장으로 삼았다. 부주장 자리는 매디슨과 로메로에게 주어졌다.
그는 "그들 모두 득점에 성공했지만 내가 주장 자리에 앉힌 세 사람이 경기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말과 행동으로 책임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내게 무엇보다도 격려가 된다"라며 "그들 모두 환상적인 선수이지만 3명 모두 팀 윤리를 받아들였다"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케인이 떠난 이후 9번 공격수를 영입하지 않은 이유는 손흥민의 존재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토트넘은 지난 2일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뛰던 웨일스 공격수 브레넌 존슨을 영입했지만 주로 오른쪽 윙어에서 뛰기에 케인의 대체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에 대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정확한 이유는 아니지만 이유 중 하나"라며 손흥민이 있기에 케인 대체자를 영입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는 "나는 팀이 어떤 모습이 됐으면 하는지 머릿속에 그림을 그렸는데, 우리는 아직 시작 단계이며 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면서 해야 할 일이 많다"라며 "이는 모든 조각을 하나로 모으는 것과 동시에 기존에 있던 것들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클럽엔 정말 좋은 축구선수들이 몇 명 있고, 내 생각엔 그들이 토트넘이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라며 "손흥민은 중앙에서 뛰든, 측면에서 뛰는 간에 모든 특성을 갖고 있다. 그는 어떤 시스템에서도 경기를 뛸 수 있지만 우리가 경기하는 방식은 이상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토트넘 주장단에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토트넘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던 선수들이 모두 클럽을 떠나거나 이별을 앞두면서 캡틴 자리에 공석이 생겼다. 토트넘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해리 케인도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고, 2012년부터 토트넘에서 뛴 베테랑 골키퍼 위고 요리스는 아직 팀에 남아 있지만 구단이 이적을 허용하면서 사실상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된 상태이다.
요리스와 케인이 모두 주장 완장을 내려놓으면서 토트넘은 새로운 주장을 선임할 필요성이 생겼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비롯해 토트넘 수뇌부가 결정한 새로운 주장은 다름 아닌 손흥민이었다.
토트넘은 지난 13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구단의 주장으로 임명됐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1882년에 창단된 토트넘 141년 역사 속에서 비유럽 선수가 팀 주장을 맡은 건 손흥민이 처음이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 대륙을 벗어난 국적 선수로는 첫 주장이다.
토트넘은 1882년 보비 버클이 첫 주장으로 선임된 것에 이어 잭 줄, 스탠리 브릭스 등 잉글랜드 선수들이 캡틴을 맡다가 1897년 웨일스 출신 잭 존스가 주장으로 낙점되면서 비잉글랜드 출신 첫 주장이 됐다.
하지만 영국 국적 외 선수들에게 왼팔뚝 완장을 허용한 것은 무려 132년이 지나서였다. 2014년까지 토트넘은 38명이 구단 주장으로 활약했는데 잉글랜드 26명, 스코틀랜드 7명, 웨일스 3명, 북아일랜드 2명 등으로 모두 영국 국적 선수들이었다. 그 만큼 영국 출신이 아니면 팀의 구심점이 되기 어려웠다는 뜻도 된다.
그러다가 지난 2014년 프랑스 국가대표 유네스 카불을 주장으로 낙점하더니 2년 뒤 프랑스 국가대표 골키퍼 요리스에 캡틴을 맡겨 7년간 뛰게 했다. 그리고 손흥민이 비유럽 선수 최초 토트넘 주장이 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토트넘은 아시아 출신이 감독과 주장을 모두 맡는 신기원을 펼치게 됐다.
많은 기대 속에서 주장 완장을 달고 나선 첫 경기인 브렌트퍼드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때 손흥민은 전반전에 페널티킥을 내줘 2-2 무승부로 끝내면서 아쉬운 결과를 남겼지만, 시즌 첫 홈경기인 리그 2라운드 맨유전에서 개막전 때와 전혀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다.
당시 손흥민은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토트넘 주장으로서 그라운드 곳곳에서 번뜩이는 패스를 뿌려 프리미어리그 전통의 강호 맨유를 위협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맨유전에 이어 본머스전에서도 득점보다 플레이메이킹 역할에 집중하면서 동료들에게 득점 찬스를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이어 토트넘에서도 주장으로서 어울리는 행동과 실력을 연달아 보여주던 손흥민은 번리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면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토트넘을 리그 4경기 무패(3승1무) 행진을 이끌었다.
주장 손흥민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지난달 22일 영국 '풋볼런던'은 "손흥민의 주장 선임은 놀라운 것이었지만 당연한 선택이었다. 이전에는 단순히 인기 있는 선수였으나 이제는 적극적인 리더가 됐다"라며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준 선택을 호평했다.
이어 "브렌트퍼드와의 개막전에서 응원을 온 토트넘 원정팬들에게 선수들을 데려가 인사를 시키기로 한 것도 손흥민의 아이디어였다"라며 손흥민이 토트넘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고 조명했다.
손흥민이 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면서 지난 시즌 리그 8위로 마무리해 유럽대항전 진출에 실패했던 토트넘은 초반이지만 4경기 무패를 달리면서 팀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손흥민이 몰고 온 바람이 시즌이 끝날 때쯤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사진=PA Wire, AP/연합뉴스, 토트넘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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