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타이틀은 中에 빼앗겼다? 맞수 삼성·LG의 'TV'전쟁 [IFA 2023]

고석현 2023. 9. 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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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TCL이 1일(현지시간) 'IFA 2023'에서 공개한 163형 4K 마이크로LED 제품 ‘시네마월’. IFA에 전시된 TV 제품 중 가장 큰 크기다. 베를린=고석현 기자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23’에선 국내 가전 업계 맞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전쟁’이 이어졌다. 두 회사가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국 업체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메세베를린 전시관에서 삼성전자는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 전략하에 98형 초대형 TV 라인업을 선보였고, LG전자는 ‘기술력’을 강조하며 세계 첫 무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TV ‘시그니처 올레드 M’ 단 한 대만을 전시했다. 서로 다른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1일(현지시간) IFA 2023이 열리고 있는 독일 메세 베를린 IFA 2023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Neo QLED 8K TV'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LG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3'에서 TV라인업 중 세계 첫 무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제품인 ‘시그니처 올레드 M’ 단 한대만을 전시했다. 베를린=고석현 기자

삼성 “100형 넘는 제품 계획” vs LG “시장 없다”


정강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차세대기획그룹 상무는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큰 TV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점점 더 초대형·고해상도 TV에 대한 니즈가 증폭되고 있다”며 “초대형 TV를 위해 다양한 가능성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는데, 100형 이상의 제품도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LG전자는 100형 넘는 초대형 제품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백선필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상품기획담당 상무는 이날 열린 기술설명회에서 “중국 TCL이 115형 제품을 전시해 판매처를 물으니 ‘중국에 별장이 2000만 개 있다. 별장에만 팔아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세계적으로 100형 이상 제품의 시장이 보이지 않고, 그 아래에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우리는 중국 별장에 판매할 제품을 만들 생각이 없다”고 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3'에서 정강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차세대기획그룹 상무(왼쪽)와 백선필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상품기획담당 상무가 각각 지난 1~2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각사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코로나19 이후 TV 수요가 줄어들며 올해 글로벌 TV 시장은 965억 달러(약 127조5200억원)로 지난해보다 5.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초대형과 프리미엄 TV 제품은 지속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70형 이상 제품은 20.2(지난해)→26.3%(2027년)로, 60~65형은 22.5(지난해)→26.1%(2027년) 등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50~59형은 32.6(지난해)→27.6%(2027년), 40~49형은 16.5(지난해)→13.7%(2027년), 40형 미만은 8.3(지난해)→6.3%(2027년) 등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中 추격에 삼성 “기술력 차이” vs LG “아이디어”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3'에서 중국업체 하이센스는 미니LED 기반의 ULED 85형 TV 제품 전시하며 ‘가성비’ 내세웠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기업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액정표시장치(LCD)의 일종인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제품을 대거 출시하며 두 회사를 경쟁상대로 콕 짚어 말했다. 이에 대한 두 회사의 대응 전략도 달랐는데, 삼성은 ‘기술력’으로 LG는 ‘폼팩터 아이디어’를 내세웠다.

정 상무는 “같은 미니 LED라도 다양한 화질 알고리즘과 노하우로 훨씬 더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을 만들 수 있어 기술 자체의 네이밍이 같다는 건 문제가 안 된다”고, 백 상무는 “27형 모니터가 20만~30만원인데, 같은 크기의 스텐바이미는 100만원이다. 격차를 벌릴 폼팩터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LED 제품에 대한 견해도 달랐다. 삼성이 “마이크로 LED는 현존하는 디스플레이의 단점과 제한점을 다 극복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차기 전략제품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LG는 “중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만들어진 제품도 1억4000만~1억5000만원을 넘는다. 제품가가 1000만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시장은 안 큰다. 시장이 크기까진 5년 이상 걸릴 것 같다”고 했다.


中 가성비 앞세우고…韓 기술 ‘상표 갈이’도


CHiQ는 55형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크린을 전시했다. 지난해 말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투명 OLED 스크린과 비슷한 제품이다. 베를린=고석현 기자

한편 이번 IFA에서 ‘최대 사이즈 TV’ 타이틀은 중국 TCL이 가져갔다. 163형 4K 마이크로 LED 제품 ‘시네마월’을 전시하면서다. 다만 마이크로 LED의 경우 모듈을 이어붙이는 식으로 조립하는 제품인 만큼 소형화가 기술 경쟁력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LED 다이오드를 하나씩 촘촘하게 박아야 하는데 간격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 제품을 자세히 보면 (접합부에) 금이 간 것처럼 보더라인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국 업체 하이센스는 미니 LED 기반의 ULED 85형 TV 제품 전시하며 ‘가성비’를 내세웠고, CHiQ는 55형 투명 OLED 스크린을 전시하며 기술 경쟁력을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CHiQ의 투명 OLED 스크린은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활용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삼성·LG 동맹’으로 화제를 모았던 삼성전자 OLED TV 제품의 데뷔가 무산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당초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활용한 ‘83형 OLED 4K TV’ 제품을 IFA 사전 공개 행사에 선보였지만, 개막일엔 전시를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두 회사는 서로 패널과 제품 중 문제점을 두고 ‘네탓 공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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