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트남과 최고 단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추진

전웅빈 2023. 9. 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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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베트남 국빈 방문 때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하는 성명을 발표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현재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단숨에 최상위 관계로 두 단계나 격상한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관여를 확대해 중국 견제를 강화하려는 미국 전략의 일환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미국과 베트남은 경제와 기술 관계를 크게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베트남은 지금까지 중국, 러시아, 인도, 한국 등 소수의 국가에만 부여해 왔던 ‘포괄적 전략 동반자’ 지위를 미국에 부여할 것”이라고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와 복수의 베트남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P는 “역내에서 중국 공세가 강화하는 시기에 과거 적대국이었던 두 국가가 가까워지는 것”이라며 “베트남에 있어 미국과의 더 긴밀한 관계는 중국 영향력에 대한 균형추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다.

베트남은 현재 조약 동맹국이 없다. 대신 다른 국가들과 파트너십 형태의 양자 관계를 맺고 있다. 크게 포괄적 동반자, 전략적 동반자, 포괄적 전략 동반자 3단계로 나누는데, 미국은 2013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베트남과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시작했다. 수년 동안 관계를 심화한 뒤 파트너십을 격상하는 일반적 관행과 달리, 이번에는 단계를 단축하는 ‘패스트 트랙’을 통해 단번에 최고 단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역내에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한 것이 베트남과 미국의 협력관계 강화 동력이 된 것으로 평가했다. WP는 “이번 협정은 베트남이 중국을 분노하게 할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베트남은 같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과 친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공격적인 활동으로 새로운 파트너를 찾으려는 동기를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싱크탱크 랜드연구소 데릭 그로스먼 국방 부문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베트남이 수교를 시작한 1995년 이후 양국 관계가 크게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역내 및 세계 다른 국가들에도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중국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와 파라셀 군도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겪어 왔다. 최근엔 중국이 파라셀 군도의 한 섬에 활주로를 건설하는 장면으로 추정되는 위성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번 협정은 바이든 행정부가 먼저 제안했고, 수개월 간 설득 작업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강압에 맞서는 보루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도·태평양에서 경제 및 안보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미국 전략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백악관도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알리며 양국이 ‘기술에 초점을 맞춘 혁신 주도 경제 성장 촉진’ ‘역내 평화와 번영, 안정 증진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WP는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을 벗어나 제조 공급망을 다각화하려고 하고, 베트남도 첨단 기술 개발을 열망하고 있다”며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이런 야망을 지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폴리티코도 “이번 협정은 반도체 생산과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첨단 기술 분야를 발전시키려는 베트남의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국 관계자들은 또 “미국 항공모함 전개와 무기 판매 확대, 합동 군사 훈련 실시 등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러시아 무기를 주로 수입해 왔는데, 최근 군사 무기고를 다양화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다.

전문가들은 다만 이번 양국 관계 격상이 곧바로 베트남과 중국 관계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레고리 폴링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동아시아 선임은 “베트남은 두 강대국(미국과 중국)의 균형을 유지해 자국의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인도네시아 외교정책협회가 개최한 글로벌 싱크탱크 대회 축사에서 “중국은 관련국들과 대화를 통해 이견을 해결하고 남중국해 상황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를 원한다”며 “우리는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해 남중국해를 평화의 바다, 우정의 바다, 협력의 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역외 세력의 남중국해 평화 파괴 시도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위기가 아시아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며 대화와 협력을 통해 지역 안보를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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