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리치처럼 조용한 ‘부티’… 올드머니룩이 뜬다
올 가을·겨울 시즌 가장 뜨거운 패션 키워드는 ‘올드머니룩’이다. ‘올드머니’는 집안 대대로 재산을 물려받은 부유층을 뜻하는 말이다. 부를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소재와 심플한 디자인으로 여유로운 상류층의 분위기를 내는 것이 올드머니룩의 핵심이다. 미국 드라마 ‘가십걸’을 연상케 하는 짧은 치마나 레이스류의 ‘귀한 딸’ 패션과는 거리가 멀다. 단정한 셔츠, 니트 등으로 중년에 가까운 성숙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이 이번 올드머니룩 트렌드의 특징이다.
이는 지난 몇 년 간 지속됐던 ‘뉴머니룩’의 반대급부로 떠오른 유행이다. 그간 ‘Y2K(2000년대 전후 패션)’ 트렌드의 일환으로 과감한 색상과 로고플레이로 명품을 과시하는 뉴머니룩이 각광을 받았었다. 구찌, 발렌시아가 등의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패션업계가 뉴머니룩에 피로감을 느끼면서 정반대의 유행으로 흘러가고 분위기다.
미국 모델 카일리 제너와 켄달 제너 자매의 패션 변화가 이같은 흐름을 대변한다. 과감한 노출을 동반한 캐주얼한 코디로 오래 사랑받았던 이들의 패션은 최근 올드머니룩으로 급선회했다. 몸에 달라붙는 미니 드레스와 티셔츠·레깅스를 벗고, 흰색 혹은 검정색 단색의 단아한 옷차림으로 파파라치 사진에 나타나는 중이다. 뉴머니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던 이들 자매는 모델 소피아 리치와 함께 올드머니룩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올드머니룩을 인간화한 버추얼 모델까지 나타났다. 가상 모델 ‘펠리(@feli.airt)’는 올드머니룩을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한 모습이다. 펠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전형적인 금발의 백인 여성이 셔츠, 드레스 등을 입은 사진이 올라온다. 자연스러운 메이크업과 단색의 옷이 특징이다. 이 계정의 팔로워는 318만명에 이른다.
브랜드로는 로고를 최소화하고 좋은 소재로 승부하는 곳들이 주목받고 있다. 로로피아나, 막스마라, 브루넬로 쿠치넬리, 르메르 등이 대표적이다.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샤넬, 에르메스의 인기도 이어진다. 명품 거래 플랫폼 트렌비에서 올해 상반기 거래액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샤넬로 나타났다. 지난해엔 구찌가 1위였는데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트렌비는 이같은 순위 변화가 올드머니룩 트렌드에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명품이 아닌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강세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패션 브랜드다. 대개 백화점 브랜드 수준의 좋은 품질과 로고가 없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롯데온에는 올 2월부터 온앤더패션에 닉앤니콜, 틸아이다이, 엽페, 시야쥬 등 디자이너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입점하기 시작했다. 이 브랜드들의 매출은 매월 전월보다 평균 4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드머니룩은 단순히 비싼 가격의 명품이 아니라 일명 ‘부티’를 패션으로 소비한다. 채도가 낮은 기본 디자인의 니트, 하얀색의 바지가 올드머니룩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베스트도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이외에도 스트라이프 등 클래식한 디자인의 의류와 화려함을 절제한 진주 액세서리 등으로 올드머니룩을 연출할 수 있다.
옷의 디자인이 단순해지는 대신 원단이 중요지면서 옷 소재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패션 플랫폼 29CM에서는 지난 7월 한 달 간 ‘린넨’ ‘시어서커’ ‘실크’ ‘트위드’ 등 소재 이름을 찾은 검색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증가했다. 대표적인 고급 원단으로 꼽히는 ‘실크’와 ‘캐시미어’의 검색량은 지난해보다 각각 37%, 60% 늘었다.
홈쇼핑들은 각종 올드머니룩 아이템들을 확대 편성했다. CJ온스타일은 에르메스 토트백, 샤넬 가방, 버리 퀄팅재킷, 몽클레어 롱다운패딩 등을 선보인다. 명품이 아니지만 깔끔한 디자인이 특징인 ‘지스튜디오’의 트렌치 원피스, 아이코닉 롱베스트 등의 상품도 소개한다. GS샵 역시 프렌치 시크 감성을 표현한 김재현 디자이너의 ‘아뜰리에 마졸리 울블렌드 어텀 니트 탑’과 프리미엄 소재로 옷을 만드는 브랜드 ‘쏘울’의 ‘메리노울 100 하이넥 카디건’을 선보였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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