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 참변에 홍범도 관여?…팩트체크 들여다보니

윤슬기 2023. 9. 3. 06: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육군사관학교 내부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 중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외부로, 나머지 4인의 흉상은 교정 내 적절한 곳으로 이전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홍 장군의 소련 공산당에 가입 이력과 독립군을 몰살시킨 '자유시 참변'에 관여한 의혹을 언급하며 홍 장군의 흉상을 육사 내에 두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지만 홍범도 연구자들은 이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범도 흉상 이전, 역사적 사실 논쟁으로 번져

육군사관학교 내부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 중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외부로, 나머지 4인의 흉상은 교정 내 적절한 곳으로 이전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홍 장군의 소련 공산당에 가입 이력과 독립군을 몰살시킨 '자유시 참변'에 관여한 의혹을 언급하며 홍 장군의 흉상을 육사 내에 두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지만 홍범도 연구자들은 이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앞서 국방부는 28일 오후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관련 입장' 자료를 배포해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여 기념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 시 적절하지 않다"며 "홍 장군이 1921년 6월 러시아공산당 극동공화국 군대가 자유시에 있던 독립군을 몰살시켰던 참변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시 참변은 1921년 6월28일 러시아 자유시에서 러시아 공산당 극동공화국 군대가 무장해제를 거부한 독립군 부대(대한의용군)를 공격한 사건으로 우리나라 독립운동사 가운데 최대 비극으로 꼽힌다. 사상자 규모는 자료마다 차이가 있지만 사망 303명, 행방불명 250여명, 포로 917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홍범도 연구자들은 홍 장군의 자유시 참변 개입 의혹, 공산주의자 논란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홍범도 평전' 저자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 관장은 30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자유시 참변에 대해 당시 소련군 측이 요구한 무장 해제를 두고 우리 독립군 내부에서 이견이 발생해 벌어진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당시 독립군은 일본제·소련제·체코제 무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소련군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를 회수해 러시아제로 일괄 지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독립군 무기 반납 문제를 두고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소련 적군과 무기 반납을 지지했던 세력이 반대파를 공격하면 자유시 참변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홍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독립군을 재판하는 위원으로 활동한 데 대해서는 "홍 장군은 포수 역할을 할 때부터 멧돼지라든가 짐승을 잡으면 부하들하고 똑같이 나눴는데 아주 정의로운 장군, 공정한 장군으로 불렸고 그래서 맡게 됐다"며 "엄청난 비극 사태였는데도 단 몇 사람에게만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홍 장군 관련 연구를 42년 동안 이어온 이동순 시인 역시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홍 장군은 당시) 현장에 계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동순 시인은 "그 소식을 듣고 황급히 와보니까 길가에 시신이 널브러져 있고 어마어마한 동족상쟁이 타국에서 펼쳐졌고 통곡하면서 뒷수습을 시신을 땅에 묻고 황급히 뛰어다니면서 현장을 정리하고 나중에 재판관이 되기도 했다. 어떻게든지 석방시키려는 혼신의 노력을 당신이 하시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장군의 '소련공산당 가입 이력'과 관련 홍 장군이 공산주의자라 주장에 대해서도 이 시인은 "(홍 장군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며 "연금을 받기 위해서 입당원서를 내야 된다라든지 기타 여러 가지로 해서 거기(러시아) 살면서 받아들인 그런 형식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전 관장도 "홍범도 장군은 이념적으로 공산주의에 매몰된 그런 분이 아니고 오히려 성향을 따진다고 그러면 민족주의"라며 "블라디보스토크 이런 데에서 체류할 때 '단군을 구심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대종교라든가 민족종교, 관학 회복 이런 데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