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 드러낸 '치매 원인 치료제'…'만반의 준비 갖춰야 제대로 쓴다'
'DMT' 레카네맙·도나네맙 개발 마무리단계
효능 확실하지만 ARIA 등 부작용 우려 커
PET·뇌척수액·피 검사 등 동반진단법 논쟁도
에자이 "레켐비, 내년 하반기 국내출시 전망"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카네맙(제품명 레켐비)'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이 성공적 임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 조절 치료제(DMT)를 통한 '치매 정복'이라는 꿈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에자이가 레카네맙의 국내 승인을 신청하면서 조만간 국내에도 DMT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들 치료제의 장단점과 실제 도입을 위해 어떠한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최성혜 인하대 의대 신경과 교수는 2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열린 '2023 대한치매학회 스페셜 심포지엄'에서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의 임상효과 분석'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이들 약제의 허가 임상 결과를 소개하면서 상당히 의미 있는 효과를 보여줬다고 짚었다. 확실한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임상 결과 수치는) 평균치로 모든 환자가 똑같이 그만큼만 좋아진 게 아니다"라며 "도나네맙의 중·저 타우 실험군에서 47%는 질병의 진행이 없었다는 것은 유의미하게 호전된 분도 상당히 많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앞으로는 정밀 의료로 가야 하는 만큼 어떤 이가 효과가 좋고 어떤 이는 나쁜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도나네맙의 임상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큰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병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치매 항체치료제는 현재 뇌 속 혈관부종, 미세출혈 등의 '아밀로이드 관련 비정상적 영상 소견(ARIA)'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크다. 항체치료제가 치매의 발병 요인으로 꼽히는 혈관 내의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뇌혈관에 출혈 등이 생기는 것이다.
한설희 건국대 신경과 교수는 "'러시안룰렛'이 될 것이라는 글도 나오고 있다"며 "너무 장밋빛으로만 볼 게 아니라 최선보다는 최악의 사례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희진 한양대 신경과 교수는 "대부분의 ARIA는 3~4개월 지나면 사라진다"면서도 "아포지단백(Apo)E ε4의 유무를 보고, 치료 과정에서는 용량 증강 시 다시 한번 봐야 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한국만의 가이드라인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알아야 쓰는 약' DMT…PET·뇌척수액·혈액, 어떤 걸로 진단할까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DMT의 도입을 위해서 어떤 준비가 갖춰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들 약제는 치매의 병인으로 꼽히는 Aβ 또는 인산화 타우(pTau)가 축적된 정도, ApoE ε4의 유무 등이 임상 대상자 선별이나 효능 분석에 있어서 중요한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가 된다. 즉 치매 관련 바이오마커들을 낮은 비용으로 지속해서 관찰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야 효과적인 약물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어떠한 검사법이 주력으로 쓰여야 할지를 두고 각자 다른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기존에는 이들 바이오마커의 측정 등 치매 진단 수단으로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 주로 쓰여왔다. 이찬녕 고려대 의대 신경과 교수는 "레카네맙, 도나네맙, 간테네루맙(로슈) 등 모두 임상에서 아밀로이드 PET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며 "아밀로이드 PET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부검 분석에서 각각 85.7%와 100%로 나오는 굉장히 정확도가 높은 진단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외국은 PET을 찍기 어려울지 몰라도 한국은 서울에만 PET 센터가 43개 있다"며 "접근성이 해외보다 높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아밀로이드 PET은 발병 초기부터 Aβ가 상당히 많이 쌓이기 때문에 이를 통한 질병의 진행 정도 파악은 힘들고, 무엇보다도 촬영 비용이 비싸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받아왔다. 이찬녕 교수 역시 "증상이 없는 경우, 치매의 심각도를 보기 위한 경우,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확실한 경우 등은 굳이 쓰지 않는 게 좋다"고 짚은 이유기도 하다.
이에 최근 뇌척수액(CSF) 분석, 혈액 진단 등의 방법이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한 번에 볼 수 있지만 CSF는 허리뼈에 직접 바늘을 찔러 넣어야 해 추출이 쉽지 않아 의료진과 환자의 부담이 크고, 혈액 진단은 아직 정확도가 낮다는 우려가 크다.
"CSF는 '저렴한 검사'"라고 강조한 박선아 아주대 의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한 번 뽑아 여러 바이오마커를 볼 수 있는데 가격은 (PET 대비) 7분의 1 정도"라며 "'추가검사로서의 이득을 확인할 근거가 없다'거나 분석적인 문제 등 과거의 장애물들은 이제 DMT가 나왔고, 전자동 분석 시스템이 최근 국내에도 나와서 곧 쓰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CSF를 통해 Aβ와 p타우181을 확인할 수 있는 한국로슈진단의 CSF 분석 검사 '일렉시스'를 허가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피플바이오, 퀀타매트릭스 등이 승인받아 상용화에 나선 혈액진단에 대해 고성호 한양대 의대 신경과 교수는 "PET 같은 이미징은 정확하지만 비싸고 자주 하기 어렵고, CSF는 침습적 문제 등으로 어르신들의 거부감이 커 10~15% 정도만이 수락한다"며 "혈액검사도 Aβ, p타우 등의 바이오마커를 다 측정할 수 있는 만큼 사전 선별검사나 치료 효과의 조기 평가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간 진단 통해 투약 지속 여부 정해야"…에자이 "레카네맙, 내년 출시 예상"
이어진 토론에서는 DMT의 국내 도입 현황과 그 필요성 등을 두고 치열한 논의가 오갔다. 국내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인 양동원 가톨릭대 의대 신경과 교수는 "모든 사람은 아니더라도 필요한 사람은 있다"며 "의사는 최선의 치료를 해야 하고, 부작용이 있지만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써야 하는 만큼 학회 이사장으로서 들어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성혜 교수는 비용 효과적인 측면에서의 대안으로 도나네맙의 임상 방식에 주목했다. 도나네맙은 임상 3상에서 투약군 가운데 중간결과에서 Aβ 제거가 확인된 환자들을 위약군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설계를 도입했다. 최 교수는 "이들도 1년간 관찰했더니 지속 투약군과 동등하게 점수가 호전됐다"며 "고가인 약을 무한정 평생 맞는 게 아니고 최대 18개월을 정해 Aβ 제거가 나타날 때까지 투약하거나 p타우 수치가 높아지면 투약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김민영 한국에자이 의학부 이사는 "레카네맙의 국내 허가 신청을 완료한 상태로 식약처의 생물학적 제제 허가(BLA) 타임라인에 따라 1년~1년 반이 예상된다"며 "2024년 하반기가 되면 국내 출시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반면 도나네맙의 경우 국내에서 임상이 진행되지 못해 FDA 승인을 받더라도 국내 승인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엄영인 한국릴리 의학부 상무는 "국내 도입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한국인 참여 추가 임상을 빠르면 올해 안에 등록할 것이고, 식약처와 허가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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