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요? 제가요? 왜요?" 공무원 확산...'공무원 출신' 尹 칼 뺐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
기업뿐 아니라 요즘 공직사회에서도 이른바 ‘3요 주의보’가 불고 있다. 업무를 지시했을 때 “이걸요? 제가요? 왜요?”와 같은 반응부터 나오는 공무원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중앙부처의 한 국장급 간부는 “‘3요’가 MZ 세대만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며 “공직사회 전반의 사기가 떨어져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이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모든 행정관을 투입해 전 부처 복무 점검에 나선 것도, 이같은 ‘사기 저하’ 혹은 ‘책임 결여’와 무관치 않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3요 공무원’ 현상에 대한 일부 언론 보도를 보고 답답함을 드러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무원 출신인 윤 대통령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공직에 대한 책임의식”이라고 말했다.
여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의 복무 점검도 ‘통상’의 감찰과는 달리 진행될 것이란 후문이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공직 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국정과제 드라이브를 위한 채찍질의 성격도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점검은 고충 처리 등 민정(民情·마음을 살핀다)의 성격을 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실제 분위기를 살피고 ‘3요 공무원’으로 대표되는 사기 저하의 원인을 면밀히 진단하는 취지도 포함됐단 뜻이다. 여권 관계자는 “민정수석이 폐지되기 전까진 민정수석실의 업무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도 복지부동한 공직사회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공무원이 철밥통이란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공직자는 민간에 있는 인재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또 교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인사혁신처엔 “고성과자에겐 관행을 뛰어넘는 파격적 승진과 연봉 인상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근무하다 각 부처 차관으로 옮겨간 이른바 ‘윤심(尹心) 차관’들도 이같은 국정철학을 공직사회에 반영하려 소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국정과제비서관 출신인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이른바 ‘레드팀’을 구성해 환경부의 인사 혁신 방안을 논의 중이고, 기획비서관 출신인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과 과학기술비서관 출신인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관리비서관 출신인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 모두 MZ세대 공무원과 간담회를 하거나 도시락 식사를 하며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조성경 차관은 중앙일보에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동의하면 공무원도 자기 일에 가치를 부여하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며 “그게 안 되면 그냥 시한에 맞춰 떨어지는 업무를 처리하는 것 자체가 목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직사회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나설지라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쉽게 변화하진 않을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상당하다.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된 인사 교체와 이른바 ‘적폐 청산’으로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최근 윤 대통령이 질타한 통일부나 산업부 등 일부 부처는 용산의 분위기만 살피며 더욱 움츠러든 상태”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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