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만의 방으로 초대합니다. ITZY 유나 단독 화보!
Q : 오늘 촬영은 런던에 사는 소녀를 상상하며 준비했어요. 하지만 있지(ITZY)의 투어 북 브이로그를 보니 정작 런던에는 가본 적 없는 것 같아요(웃음)
A : 아쉽게도요. 상상 속 런던은 오래된 건축물과 오피스 빌딩이 많은 도시예요. 다들 분주하게 일하고요. 언젠가 느긋하게 여행하고 싶어요.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예쁜 바를 발견하면 ‘스윽’ 들어가 구경하기도 하면서요.
Q : 세계 곳곳을 다닌 기록들이 있지 유튜브 채널에 잘 남아 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A : 데뷔 초 쇼케이스로 찾았던 미니애폴리스는 겨울 왕국에 온 것 같았어요. 공항을 나서자마자 차가운 온도와 낯선 냄새가 엄습하던 기억이 정말 강렬해요. 세상은 이렇게 넓은데 지구 반대편에 저희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여전히 신기해요.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도 다 함께 웃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요.
Q : 올해 4월 반년 넘게 이어진 월드 투어를 마쳤고, 5월에는 뉴욕에서 열린 페스티벌 ‘Head in the Clouds’에 헤드라이너로 섰어요. 콘서트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있었을 것 같아요
A :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축제이기에 즐거운 분위기에서 공연할 수 있어요. 비가 내리면 내리는 대로, 야외 공연이면 야외대로 재미와 행복이 있죠.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어 긴장도 하지만요. 사실 무대 위에서 신발이 벗겨지거나 인이어가 빠지는 사고쯤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진짜 공포는 라이브 중 ‘음 이탈’ 같은 실수를 하는 거죠. 다행히 아직까지 기억에 남을 정도로 큰 실수를 한 적은 없지만요!
Q : 올여름 일곱 번째 미니 앨범〈Kill My Doubt〉으로 컴백했습니다. 총 세 편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됐어요. 있지로서는 새로운 시도인데
A :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타이틀곡 ‘Cake’ 외에도 두 편의 수록곡 뮤직비디오를 촬영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덕분에 저희 곡을 잘 알릴 수 있게 됐죠. 볼거리가 풍부해진 만큼 ‘믿지(MIDZY)’들도 좋아해줄 테고요. 특히 ‘None of my business’가 기억에 남아요. 청량하면서도 약간 나른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Q : 먼저 공개된 ‘Bet on me’ 가사는 ‘떨어질 용기 없이 뭔가를 이룰 수는 없으니 날 믿어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죠. 데뷔 5년 차인 있지에게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무대 밖에서도 유나는 자신을 믿나요
A : 저를 믿는다기보다 제가 쌓아온 시간을 믿기 위해 노력해요. 일이든 사람이든 같이 보낸 시간에 대해 믿음을 갖고 그 경험을 토대로 선택을 하죠. 혹시 겁이 나거나 도전할 용기가 없다면 내가 충분한 시간을 쌓은 것인지 돌아봐요. 현실적 판단을 내리고 싶어요.
Q : 신중한 성격인가 보네요
A : 아뇨! 되게 충동적이고 즉흥적이에요. 오감과 육감에 따라 움직이는 성격이라는 걸 알아서 더 신중해지려고 노력해요.
Q : 강인하거나 긍정적인 메시지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은 취약한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이야기에 더 공감해요. 유나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A :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잖아요. 거기에 휘둘리기 쉽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뿐이고 단 하나밖에 없는 내가 되고 싶다’는 ‘Wannabe’ 가사는 제가 바라는 당당한 모습과 마음가짐을 담고 있어서 가장 공감이 가요. 노래를 듣는 우리 모두는 각자의 매력과 고유함이 있다는 걸 깨닫길 바라는 마음도 여전합니다.
Q : 이번 앨범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세 편이나 공개됐습니다. 그 과정을 공개한 이유는
A : 이번 앨범을 사람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다큐멘터리는 꾸밈없고 솔직한 모습을 담아내잖아요. 제가 겉으로만 밝아 보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어떤 마음으로 노래하는지 진심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방향성은 다르지만 있지로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정확해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자는 거죠. 그러나 이걸 풀어내는 방식에 저희도 고민과 어려움이 있어요. 다큐멘터리는 그 과정을 보여줍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한 분들이 저희의 모습에 공감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힘이 되지 않을까. 그게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유입니다.
Q : 다큐멘터리에서 유나는 가장 힘든 것으로 ‘마음과 달리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 너무 적을 때’라고 했어요. 어떨 때 내 마음 같지 않은가요
A : 지난해 〈Cheshire〉 앨범 준비 때 그런 걸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중학교만 졸업하고 데뷔했잖아요.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건 직업이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똑같이 일어나는 건데 그 전까지는 제가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했던 거죠. 특별히 어떤 일이 있었다기보다 남들이 겪는 일을 그제야 겪으며 힘들어한 것 같아요.
Q : 2003년 12월생이죠. 만 나이가 바뀌면서 유나의 10대가 길어졌습니다. 나름 기분 좋은 일일까요
A : 만 나이를 따지는 건 별 의미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숫자죠(웃음).
Q : 플로어볼 팀에서 활약하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운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몸을 움직이는 일에서 얻는 즐거움이 있다면
A : 순간 집중력이 좋은 편이에요. 예를 들어 공을 넣어야 하는 목표가 있다면 그 시간만큼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잖아요. 그런 순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활력이 돼요. 학교 대표팀으로 플로어볼을 했을 때는 운동 끝나고 뭔가 시켜 먹는 시간이 가장 좋았지만요. 다 같이 모여 앉아 피자를 몇 판씩 시켜 먹던 게 생각나네요.
Q : 있지 인스타그램에 유나가 올린 셀피를 보면 배경이 연습실인 경우가 많더군요
A : 회사에 있는 여러 연습실 중에서 저희는 데뷔 때부터 ‘제임스 브라운’ 방을 꾸준히 쓰고 있어요(웃음). 정말 익숙한 출근 후 제자리 같아요. 어떤 날은 퇴근시간 기다리듯 시계만 보게 되고, 열정이 타오르는 또 어떤 날은 땀범벅이 될 때까지 있기도 해요. 멤버 언니들과 수다도 떨고 맛있는 것도 나눠 먹는 아티스트 라운지도 추억이 많이 쌓인 공간이죠.
Q : 쉬는 날에는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요. 우정은 유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 친구는 시간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이 친구와 잘 맞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그때 같은 공감대를 가진 다른 친구가 제 옆에 있을 수도 있고요. 그래도 같이 있을 때 서로 위로가 돼준다면 그게 친구인 것 같은데 우정은 조금 달라요. 제 모든 걸 아는 12년 지기가 있는데, 그 친구와 있으면 우정이란 게 뭔지 느껴져요. 이 친구와 제가 사는 세상은 다르지만, 서로를 무조건적으로 응원할 것이라는 사실. 할머니가 돼도 만날 거라는 걸 알 수 있죠.
Q :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유나가 오히려 에너지를 얻었던 순간은
A : 최근 함께 일한 분으로부터 “고마웠다. 너를 보고 많이 배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마음에 남아요. 사적으로 만난 관계가 아니라 함께 일한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는 게 뿌듯했죠. 인정받은 느낌도 들었고요.
Q : ‘쌓아온 시간을 믿는다’고 했어요. 시간이 가진 힘을 가장 크게 느끼는 때는
A : 갑작스럽게 캐스팅되어 처음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던 중학교 1학년 때 저는 완전 ‘제로(0)’ 상태였어요. 음치, 박치, 몸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력적으로 많이 뒤처져 있었죠. 항상 지적받는 게 일상이었는데 이런 연습의 조각들이 모여 한 번에 ‘펑’ 터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갑자기 왜 이렇게 늘었냐는 이야기를 듣는 시점이 시기마다 있었죠. 집중해서 노력한 시간은 어느 순간 드러난다는 걸 확실하게 믿어요.
Q : 지적을 많이 받을 때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나요
A : 집에 가는 길에 펑펑 울긴 했는데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이 일을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분명 그만뒀을 텐데, 그런 와중에도 명확했어요. 지금 배우는 것들이 재미있고, 내가 하고 있는 경험이 소중하다는 걸.
Q : 이 인터뷰가 나올 즈음에는 열심히 준비해 온 이번 활동도 끝나가고 있을 거예요. 자신이 어떤 상태이길 바라나요
A : 이 더운 여름을 재미있고 즐겁게 보냈구나. 준비한 걸 잘 보여줬고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그렇게 만족스러운 상태라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많은 분이 ‘시원시원하다’ ‘밝다’고 하시는데, 저는 보여지는 것보다 더 큰 에너지를 갖고 있거든요. 앞으로 그런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게 제 자신감이에요.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