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과 헷갈리네…뭐든 잡으면 손 떨리는 이병의 실체 [건강한 가족]

이민영 2023. 9. 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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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태성 떨림 치료법

손 사용할 때 나타나는 떨림 현상
3년 이상 증상 지속되면 진단
고령일수록 머리 떠는 증상 많아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은데, 무언가를 집으려 하거나 도구를 사용할 때 손이 떨리는 사람들이 있다. 물을 따르거나 젓가락질을 할 때, 단추를 잠그거나 필기를 하는 상황 등에서 의도치 않게 손이 떨린다. 긴장하면 증상은 더 심해진다. 이런 경우 ‘본태성 떨림’이란 질병일 가능성이 크다. 본태성은 특별한 원인이 없다는 뜻이다.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유상원 교수는 “본태성 떨림은 완치되는 질병은 아니나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함으로써 불편감을 완화할 수 있다. 문헌 보고뿐 아니라 임상에서도 환자의 50% 이상에서는 가족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본태성 떨림으로 진단받는 환자는 주로 손·고개 떨림으로 병원을 찾는다. 유 교수는 “환자가 손 떨림을 스스로 자각해 직접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영업·사업 등 사람을 주로 상대하는 직업군에서는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집에서 주로 생활하는 경우엔 가족이 환자의 떨림 증상을 보고 걱정돼 병원에 가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시적인 떨림과 본태성 떨림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떨림 증상은 손뿐 아니라 고개·목소리에서도 나타난다. 또 과도한 카페인·알코올 섭취와 피로, 심리적 불안감 등의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의 하나로 떨림이 나타나기도 한다. 유 교수는 “단독으로 나타나는 목소리·고개 떨림은 본태성으로 보지 않고, 손(상지) 떨림을 동반해야 한다”면서 “가만히 있을 때보다는 손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손 떨림이 3년 이상 있어야 본태성으로 진단한다”고 말했다. 본태성 떨림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머리를 떠는 증상이 많다.


완치 안 돼, 약물치료 불편 해소 도움


본태성 떨림에는 약물치료를 먼저 한다. 치료 여부는 증상에 따른 환자의 불편감을 기준으로 한다. 어느 정도 떨림이 있어도 일상에 지장이 없으면 치료받지 않는다. 유 교수는 “본태성 떨림에서 약물치료는 당뇨·고혈압 치료처럼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고 합병증이 생기는 걸 예방하는 개념으로 쓰이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이 불편해 삶의 질이 떨어지면 증상을 조절하는 치료가 도움된다. 이때 환자는 치료 목적과 효과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좋다. 이 질환에서는 기존의 떨림을 경감해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다. 유 교수는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라서 치료해도 손 떨림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는다. 약물치료를 해도 시간이 지나면 떨림의 진폭이 점차 커지는 경과를 보인다”고 했다.

약물치료에 가장 잘 반응하는 부위는 손 떨림이다. 반면에 머리나 목소리 떨림에는 아직 약물 효과가 크지 않다. 유 교수는 “신체 다른 부위의 떨림도 모두 잘 조절될 거라 기대했다가 치료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많다. 치료 효과는 신체 부위에 따라 다르다는 점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약은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먹어도 된다. 외출하거나 사람들을 만날 때만 떨림으로 인해 스트레스받으면 집에서는 약이 불필요하다. 평소에는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불편감이지만 고객을 접대하거나 발표 등 긴장된 상황에서 증상이 악화하면 이에 맞춰 약을 먹으면 된다. 유 교수는 “약물에는 보통 30~70%가 반응한다. 질환의 자연 경과에 따라 떨림 진폭이 커지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으면 일부에서는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수술적 치료는 약물이 잘 듣지 않는 난치성 환자가 대상이다. 떨림과 관련된 신경 회로 부위를 표적한다.


노인층은 파킨슨병과 구분해야


고령에서 나타나는 떨림은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과의 감별이 중요하다. 파킨슨병은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답이다. 그래야 일상생활을 최대한 유지한다.

파킨슨병 증상의 특징은 안정 시 떨림이다. 가만히 있을 때, 즉 의자에 앉아 팔다리 근육을 충분히 이완한 상태에서 떨림이 나타난다.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떨림이 나타나는 본태성과는 차이가 있다. 유 교수는 “다만 본태성 떨림 환자여도 질환이 오래되거나 고령이면 파킨슨처럼 안정 시 떨림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문가 집단에서도 두 질환은 조금 혼동되기 쉬운 만큼 떨림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우므로 진찰을 통해 정확히 감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복용 중인 약물 때문에 떨림이 나타나기도 한다. 천식·기관지 질환 치료에 쓰이는 기관지확장제, 신경 안정제나 우울증 치료 약의 일부가 떨림증을 유발한다. 갑상샘기능항진증과 저혈당 등 대사성 질환도 떨림을 일으킨다.

떨림 증상 완화에 도움되는 생활습관은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모든 종류의 떨림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흥분하면 심해진다. 마음을 편히 갖고 긴장을 이완하려는 습관이 도움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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