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스타트업 중동 특급호텔 뚫었다...H2O, 스마트체크인 등 디지털 전환 주도 [신기방기 사업모델]
전 세계에 145개 호텔을 보유한 글로벌 하이엔드 호텔 체인 중 하나다. 이런 호텔 일부 지점에 한국 스타트업이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기로 해 화제다. 정확히 말하면 ‘H2O호스피탈리티(이하 H2O)’가 오는 10월부터 두바이에 있는 5성급 호텔 ‘그랜드 밀레니엄 알 와다’에 H2O의 호텔 DX 서비스인 ‘H2OFlow(플로우)’를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중동과 아프리카에 있는 57개 호텔로 해당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플로우’ 서비스는 호텔 이용객들이 예약 확인, 서비스 문의, 스마트 체크아웃 등 서비스를 모바일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플로우’ 명칭은 모든 서비스를 물이 흐르는 것처럼 연결해 고객들에게 최대 편의를 제공하고자 하는 뜻을 담았다고.
국내 IT 대기업도 뚫기 힘들다는 외국계 럭셔리 호텔 납품에 성공한 이는 누굴까. 이웅희 H2O 대표다. 이 대표는 대학 시절(코넬대 호텔경영학) 동문 모임이 본인 인생을 바뀌었다고 말한다. 당시 호텔경영학과 출신의 유명 호텔 경영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에게 ‘자신의 호텔이 가진 장점’을 물었다. 그런데 이 대표가 기대했던 답변은 아니었다. 그들은 ‘세계 정상급 셰프’ ‘호텔 침구는 최고급’ 등과 같이 물품이나 특정 사람에 대한 자랑이 대부분이었다. 호텔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어떤 방식으로 첨단화됐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 대표는 “그때부터 호텔 산업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지만 호텔 운영은 아직도 100년 전과 같다. 호텔 경영 수업의 전공 교재에서 나오던 100년 전의 호텔 경영 방식이 아직도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다. 호텔은 좋은 접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본질을 지켜야 한다. 오래된 운영 방식을 고수한다면 발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호텔들이 운영을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이후 행보는 일문일답을 통해 들어봤다.
A. 숙박과 레저 산업의 디지털 전환(DX)을 이끌어가는 기업이다. 호텔 가면 처음에 방 배정받기 위해 프런트에 가서 직원과 직접 대면하고 신분증을 내는 과정을 겪지 않나. 이걸 모바일 체크인과 체크아웃, 100% 자동 예약해주는 소프트웨어를 호텔 대상으로 제공하는 일을 한다. 더불어 호텔이나 리조트의 세일즈 확장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내를 넘어 일본과 동남아시아, 중동 등 34개 주요 도시에서 사업을 확장했다. 주요 투자사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 KDB산업은행, 삼성벤처투자 등으로 총 누적 투자 금액은 약 480억원이다.
Q. 최근 중동 소식이 눈길 끈다.
A. 지난해부터 중동 사업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를 하고 제품 적합성을 파악해왔다. 그 결실을 올해 맺게 됐다. 지난 1월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UAE에 방문했다. 중동 경제 인사들을 만나 H2O를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중동 진출을 위해 미리 준비한 덕에 사절단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난 3월 사우디 스타트업 행사에 참여해 사우디 경제부와 MOU를 맺었다. 5월에는 중동 지역 최대 관광박람회인 ATM(Arabian Travel Week)과 문체부가 UAE 정부 등과 주최한 ‘한-아부다비 관광기업 협력 포럼’에 참여했다. 사업 진행과 더불어 중동의 여러 투자 기관과도 꾸준히 소통했다. 그 결과 올해 초 아부다비 투자청이 지원하는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한국 기업으로는 역대 2번째다.
중동 정부와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해 관광, 여행 업계에서 인지도를 높여 중동에 진출하는 기반을 쌓고 있다. 성공적인 해외 진출에 매우 중요하다. 정부(왕실)와의 관계가 시장을 진입하는 핵심 요소다. 중동은 특히 왕정 국가가 많아 중요한 사업과 그에 대한 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특성 때문에 B2C나 B2B보다 B2G(기업 대 정부) 요소가 강하다는 말도 있다. 한국 정부 사절단 기회는 우리 회사에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A. 중동 시장 내에서도 우리 H20 서비스를 자사 호텔 산업 발전의 ‘키 아이템(key item)’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호텔 산업은 OTA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호텔 객실을 판매하고 홍보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 OTA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동의 5성급 럭셔리 호텔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OTA에만 의존하기에는 호텔 입장에서 수수료 부담이 있고 미래 사업을 주체적으로 펼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때 H2O의 DX 솔루션은 호텔들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자체 판매(호텔 자체 예약 사이트 등)와 멤버십 가입을 늘려 결과적으로 호텔과 고객들 사이의 연결을 한층 더 강화해준다. 중동 호텔에 꼭 필요한 솔루션이다.
Q. 코로나 기간 동안 여행업계는 매우 힘들었다. H2O에는 이 기간에 어떤 도전이 있었는가.
A. 코로나 이전까지 여행업계는 승승장구했다. 저비용항공사 등장으로 해외여행이 매우 활발해졌고 인터넷과 SNS 발달로 여행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됐다. 호텔도 좋은 숙박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기만 해도 호재를 누리며 급성장했다. 변화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발전에 둔감했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여행 인구 자체가 없어지자 호텔 운영은 불가능했다. 적자를 감내하기 위해 호텔을 폐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변화를 수용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H2O는 창업을 준비하던 2014년부터 이미 호스피탈리티의 운영 체계가 100년 전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인지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은 언제든 다가올 것이라 생각해 신제품을 준비해왔다. 그 과정에서 도입된 자사의 DX 솔루션은 코로나 기간에 빛을 발했다.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호텔들은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했고, DX 솔루션이 그들의 니즈를 충족해줬다. 덕분에 수요도 급증했다.
Q. 호텔 산업은 화려하고 트렌드에 민감하지만 DX는 뜻밖에 더디다. 현황과 향후 전망을 설명해 달라.
A. 세계 최고급 호텔은 당연히 최첨단 기술을 갖췄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모든 호텔이 그렇진 않다. 하루 숙박 비용이 수십만원에 달하는 5성급 호텔에 입실하는 데 여전히 프런트에서 줄을 서야 한다. 심지어 OTA를 통해 예약과 결제까지 했는데도 프런트에서 개인정보와 신용카드를 다시 적어야 하는 일도 잦다. 모두 디지털 전환이 안 됐기 때문이다.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글로벌 상위 기업의 R&D 규모는 모든 산업과 비교했을 때 하위권이다. 소매업에 비교했을 때는 무려 92%나 낮은 규모로 나온다. R&D에 투자가 적으니 디지털 전환이 더뎠다. 우리는 영화나 항공기 티켓도 온라인으로 예매한다. 하지만 호텔은 아직 아니다. 예약은 OTA로 해도 고객 정보는 호텔에 닿지 않는다. H2O는 이 빈 공간을 모두 메워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A. 호텔 DX는 단순히 호텔 안에 ‘디지털’을 채워 넣는 것이 아니다. H2O는 전체적이고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 ‘H2OFlow(플로우)’라는 제품을 개발했다. 호텔 운영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이 디지털로 연결되고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제품은 크게 4가지 모듈로 구성됐다. 우선 ‘H2O Smart CRS’는 예약 운영을 자동화하고 통합했다. 체크인 과정은 ‘H2O Smart Check-in’, 호텔 서비스와 이용은 ‘H2O Smart Concierge’, 이용객 데이터 관리는 ‘H2O Smart Engage’ 등으로 디지털 전환했다. 이 제품은 호텔리어들은 매일 아침, 호텔 예약을 접수하기 위해 수많은 서류를 일일이 확인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돌며 예약 접수 내역을 확인해야 하는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준다. 특히 H2O의 서비스 중 하나인 ‘Smart CRS’는 OTA와 호텔, 이용객을 모두 연결한다. 이용객이 OTA 등을 통해 예약한 내용을 호텔에 직접 연결하기에 이용객 불편도 덜어준다. DX를 통해 쌓인 수많은 데이터는 호텔의 서비스 향상에도 기여한다.
Q. 호텔 디지털 전환이 어떤 구체적인 성과를 가져오는지.
A. 호텔은 이용객 데이터 관리, 분석을 통해 ‘직접 판매 채널’을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호텔을 자주 찾는 고객에게는 맞춤형 패키지나 멤버십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고, 고객이 가장 좋아하는 서비스를 추천할 수도 있다. 실제 H2O플로우를 도입한 한 호텔은 이전보다 객실 직접 판매 비율이 3배 이상 상승했고, 호텔 자체 멤버십 전환율은 15% 증가했다. 호텔의 평균 수익률이 이전보다 20% 증가한 사례도 있다.
호텔 이용객들은 번거로운 앱 설치, 가입 없이도 호텔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모바일로 서비스가 처리됐다면 대기줄에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게 된다. 호텔이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공받으며, 객실과 상품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Q. 목표는.
A. 여행 산업은 이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호텔 입장에서는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이라는 갑옷을 입고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꿔야 하는 시기다. H2O가 추구하는 DX는 그 정의와 목적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호텔 운영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이 디지털로 연결되고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호텔 운영 플로우와 밸류체인 혁신이 목표다.
박수호 기자, 이유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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