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서 쐈지만 죽일 생각 없었다"…'희귀 곰' 사살에 충격에 빠진 伊

김현정 2023. 9. 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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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중동부 아브루초 지역의 마스코트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어미 곰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 보도에 따르면 전날 밤 아브루초·라치오·몰리세 국립공원 인근에서 '아마레나'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어미 곰이 한 남성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마을에 자주 출몰했던 이 어미 곰은 블랙 체리를 특히 좋아해 지역 주민들이 이 같은 애칭을 붙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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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마리 남은 멸종위기종…새끼 행방 묘연
총 쏜 남성 "내 집서 곰 발견…겁나서 쐈다"

이탈리아 중동부 아브루초 지역의 마스코트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어미 곰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곰의 사망 소식에 지역 사회는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 보도에 따르면 전날 밤 아브루초·라치오·몰리세 국립공원 인근에서 '아마레나'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어미 곰이 한 남성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소식은 국립공원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알려졌는데, 국립공원 측은 총을 쏜 50대 남성의 신원을 확인한 뒤 그를 경찰에 인계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 남성은 "겁이 나서 쐈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다"며 "내 집에서 곰을 발견했고,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행동이었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26일 어미 곰' 아마레나'가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산 세바스티아노 데이 마르시 마을에 나타난 모습[사진출처=AP 연합뉴스]

아마레나는 이탈리아어로 '블랙 체리'라는 의미를 지닌다. 마을에 자주 출몰했던 이 어미 곰은 블랙 체리를 특히 좋아해 지역 주민들이 이 같은 애칭을 붙여줬다.

아마레나는 지구에서 가장 희귀한 종류의 곰으로 불리는 마르시칸 갈색곰이다. 이 곰은 현재 60마리 정도만 생존해 있어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꼽힌다.

세계자연기금(이하 'WWF') 이탈리아지부는 지난해 마르시칸 갈색곰 보호 캠페인을 벌이면서 "추가적인 보호 조치가 없다면 마르시칸 갈색곰이 30년 내로 멸종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WWF는 "숲을 가로지르는 도로 확장 등으로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먹이 부족으로 인해 목장주, 농부 등과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르시칸 갈색곰은 비교적 온순한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에 대한 공격성 또한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국립공원 측은 "(어미 곰의 사살은) 공원 역사상 가장 많은 새끼를 낳은 암컷 중 한 마리에 영향을 미쳐 약 60마리 개체군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며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또 "아마레나는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일을 정당화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국립공원 측은 어미를 잃은 아마레나의 새끼들이 자력으로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새끼 두 마리를 찾고 있으나, 현재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레나의 비극적인 죽음이 알려지자 국립공원 페이스북에는 아브루초 주민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수천개의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오늘은 아브루초뿐만 아니라 국가 애도의 날이다", "아마레나의 죽음은 엄청난 고통이다" 등 아마레나를 애도하는 글들이 주를 이뤘으나 일부 누리꾼들은 총을 쏜 남성을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마르코 마르실리오 아브루초 주지사도 곰의 죽음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역 전체에 고통과 분노를 안긴 매우 심각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아마레나는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달 26일 새끼 두 마리와 함께 아브루초의 산 세바스티아노 데이 마르시 마을을 활보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당시 어미 곰이 관광객과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을 한복판에서 길을 건너려다 뒤처진 새끼들을 기다리는 동영상은 큰 화제가 됐다.

아마레나는 지난 1월 교통사고로 3살 난 새끼 한 마리를 잃기도 했다. 사고를 당한 후안 카리토는 아마레나가 2020년에 낳은 네 마리 새끼 중 하나로, 식탐이 많기로 유명했다. 후안 카리토는 2021년 11월 산악 마을 로카라소의 빵집에 침입해 난장판으로 만들고 비스킷 한 판을 먹어 치워 '빵집 털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후안 카리토는 겨울인데도 동면하지 않고 마을에서 먹을 것을 찾아다니다 결국 사고를 당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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