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호의가 계속 되어도 됩니다

김동표 2023. 9. 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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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대사가 있다.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2010년에 개봉한 '부당거래'에 나온다.

"장애에 대한 호의가 권리로 인식되진 않길".

호의 또는 친절함이 상장 폐지된 일상의 풍경은 삭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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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대사가 있다.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2010년에 개봉한 '부당거래'에 나온다. '호이가 계속되면은 지가 둘리인 줄 알아요(만화 둘리에서 둘리가 마법을 부릴 때 하는 주문 '호이'를 활용한 언어유희) 등 패러디를 낳은 강렬한 이 대사는 전국민의 마음 속 한 쪽에 단단히 자리 잡았다.

영화 '부당거래'에 나온 배우 류승범.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라는 대사를 했다.

온라인 기사 모니터링에는 내용뿐만 아니라 댓글도 포함된다. 장애인 특수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지의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장애에 대한 호의가 권리로 인식되진 않길". 이런 댓글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파업 때, 퀴어퍼레이드 개최 장소 논란 때, 경력단절여성 복지강화 내용의 기사가 나올 때에도 눈에 띄었다. 매번 '베스트 댓글'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호의 또는 친절함이 상장 폐지된 일상의 풍경은 삭막하다. 한 치의 양보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호의는 호구의 길이라 믿는 사람들의 세상은 피곤할 뿐만 아니라 자해적이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만큼 지능도 높았다. 체력은 더 좋았다. 그런데 살아남은 건 우리, 호모 사피엔스다. 협력에 능했기에 지독한 빙하기를 함께 견뎌낸 것이다.

"멍청이를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잔인한 사람을 찾는 것입니다." 미국 일리노이 재선 주지사 J.B 프리츠커가 지난 6월 12일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졸업식 연설을 했다. 축사라면 아무래도 스티브 잡스의 'Stay hungry, Stay foolish(늘 갈망하라, 우직하게)'가 최고로 추앙받는 것 같은데(ㅡ서점에서 '축사로 배우는 영어', '명연설로 배우는 영어'라는 식의 책을 본다면 거기엔 반드시 이 연설이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수없이 인용되고 읽혀야 할 축사는 바로 이 축사라고 생각한다.

"뭔가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과 부닥쳤을 때, 모든 사람의 뇌는 두려움과 판단을 요구받습니다. 이는 진화의 결과입니다. 예전의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의심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죠. 그렇기에 친절해지려면 동물적 본능을 차단해야 합니다. 뇌가 자동으로 반응하게 두지 않고, 다른 길을 찾도록 강제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공감과 연민은 더 진화된 상태입니다. 우리에겐 가장 원초적인 충동, 두려움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회가 본능적 반응에만 머물러있다면, 그 사회는 실패할 것입니다. 친절한 사람들이 가진 상상력과 창의력이 부족한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정치와 비즈니스 분야에서 수년 동안 일하며 발견한 보편적 진리가 있습니다. 그건, 가장 친절한(kindest) 사람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인생은 한 번이라고들 한다. 한 번이기에 가장 아름다운 가치를 갈구하고 찾아 헤맨다. 인생을 여러 번 살 수 있었던 사람이라면 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 영화 '어바웃 타임'은 시간여행 초능력을 가진 부자(父子)의 이야기다. 아빠는 시간여행 능력을 통해 삶을 여러 번 살았다. 찰스 디킨스를 세 번씩 정독했다는 이 현자가 아들의 결혼식에서 남긴 말은 이것이었다. "누구든 결혼하려는 사람에겐 한가지 조언만 하고 싶어요. 우리의 삶은 끝에 가선 다 비슷합니다. 모두가 늙고 같은 얘기를 반복하게 되죠. 그러니 결혼은 다정한(kind) 사람과 하세요." 공교롭게도 이 영화는 한국인이 최고별점을 준 영화 5위에 올랐다. '부당거래'는 그 목록에 없었다.

이슈2팀장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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