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동료를 또 잃었다"…국회 앞 교사 20만명 '검은 물결'
2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검은 물결’로 가득했다. 이날 국회 앞에서 서울 서이초 사망 교사를 추모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7차 집회가 열렸다. 추모 집회에 참여한 교사와 시민들은 상·하의 검정색 옷을 맞춰 입고 검정 모자를 썼다. 손에는 '악성민원인 강경대응', '아동복지법 즉각개정'이라고 쓴 팻말을 들었다.
집회를 주최한 ‘교육을 지키려는 사람들’에 따르면 이번 집회 참석을 위해 전국에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버스 600여대, 비행기 2대를 대절했다. 당초 주최 측은 10만명 참가를 예상했으나, 주최 측이 마련한 국회의사당역부터 여의도역 일대 12개 구역 모두 집회 시작 전 입장이 마감돼 여의도공원에까지 인파가 몰렸다. 주최측은 예상치를 넘어서 20만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지난달 26일 열린 6차 집회 참가자 6만명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엄정 대응하겠다’는 교육부에 “집결하자”
이번 집회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앞두고 참여 인원이 급증했다. 앞서 교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4일 연가·병가·재량휴업을 이용한 ‘우회 파업’이 예고되자 교육부는 “불법적인 연가는 엄정대응하겠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일부 교사들은 반감을 보이며 2일 집회에 대규모로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전날 서울과 전북에서 초등교사 2명이 추가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오전 9시에 경북 상주에서 왔다는 초등교사 박모(25)씨는 “집회가 계속되는 중에도 그런 일이 벌어져 더 강력하게 요구하기 위해 왔다”며 “4일 ‘공교육 멈춤’에도 참여할 생각이다. 주변 선생님들도 많이 동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교사는 “이날 집회에 처음 왔는데 다들 똑같이 살고 있구나, 지옥을 겪고 있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임산부와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초등교사라고 밝힌 정모(41)씨는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참석했다. 정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말을 안 듣고,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더욱 심해지는 걸 느낀다”라며 “아이들한테 함께 힘을 합치면 변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서울·전북 사망 교사 “진상규명하라”
서이초 사망 교사의 동료 교사와 대학 동기들이라고 밝힌 참가자들도 무대에 섰다. 사망 교사가 서이초에 발령되기 전 함께 기간제 교사를 했다는 참석자는 “고인이 서이초에 발령이 나자 ‘이름이 예쁜 학교’라며 좋아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서울교대 교육전문대학원 초등미술교육전공 동문은 “(고인은) 미술도 음악도 공부도 잘해 못하는 게 없었고 누구에게나 친절했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다”라며 “다시는 교사들이 떠나지 않도록 변화를 만들어달라”고 외쳤다.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일이 또 한 번 일어났다”며 “어제 선생님의 빈소를 다녀왔다. 고인의 사망과 악성 민원과의 관련성이 확인되면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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