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막으려 '돌봄휴가'도 반려

박현광 2023. 9. 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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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행사 참가 움직임이 확산하자, 일부 수도권 지역 초등학교에선 교사의 병가를 포함 가족돌봄휴가까지 반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환절기에 유행하는 질병에 걸린 아이의 몸 상태를 이유로 돌봄휴가를 내려는 A 교사에게 "월요일(서이초 교사 49재)은 특별사안이라서 돌봄휴가를 허가해 줄 수가 없다"며 "아이가 아프면 부군(남편)되시는 분이 하루 연차를 쓰시면 되지 않느냐.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저로서는 뭐라고 얘기하기가 어렵다"고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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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역 초등학교 교감 "특별사안이라 허가 못 해줘"... 병가 보류 움직임도

[박현광 기자]

 시민들이 지난 7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앞에서 1학년 교사의 극단적 선택에 가슴 아파하며 국화꽃과 위로의 메시지를 놓고 가고 있다.
ⓒ 유성호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행사 참가 움직임이 확산하자, 일부 수도권 지역 초등학교에선 교사의 병가를 포함 가족돌봄휴가까지 반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환절기에 유행하는 질병에 걸린 아이의 몸 상태를 이유로 돌봄휴가를 내려는 A 교사에게 "월요일(서이초 교사 49재)은 특별사안이라서 돌봄휴가를 허가해 줄 수가 없다"며 "아이가 아프면 부군(남편)되시는 분이 하루 연차를 쓰시면 되지 않느냐.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저로서는 뭐라고 얘기하기가 어렵다"고 거부했다.

A 교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같은 이유로 1학기 때도 돌봄휴가를 냈는데, 그때는 당연하게 승인해 줬다"며 "남편이 연차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설명해도 안 된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토로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족돌봄휴가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가족돌봄휴가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재량휴업 지정 학교였는데, 병가 보류한다고..."
 
 지난 7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앞에 전국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1학년 교사의 극단적 선택에 가슴 아파하며 근조화환을 보냈다.
ⓒ 유성호
 
일부 수도권 초등학교 중심으로 교사들의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행사 참가를 막으려는 시도 또한 포착됐다. 다른 수도권 지역 한 초등학교 B 교사는 "교장과 교감, 선생님들의 회의에서 교장과 교감이 '교사들의 병가 신청이 많아지면 모두 보류될 수 있다'고 했다"며 "우리 학교는 49재를 재량휴업일로 지정했었는데, 교육부의 공문이 내려온 뒤 방침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일부 수도권 학교의 '교사 단속'은 최근 정부의 입장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교육부는 지난 8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행사'를 '우회집회'로 규정하고, 교사가 추모 행사에 참가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장성윤 교육부차관은 지난 8월 27일 "9월 4일 대규모 집회 참석을 위한 학교장의 임시휴업일 지정과 교원의 연가, 병가 등의 사용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면서 "정부는 현재 불법적 집단행동을 선동하는 행위를 모니터링하고 있고, 법과 원칙에 따라 복무 관리가 이루어졌는지를 점검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강경 대응에 반발도 만만치 않다. '9월 4일 학교 재량휴업일 추진을 지지하는 서울지역 교감들'은 27일 긴급 성명을 내어 "저희들 소속 학교 선생님들의 90% 이상이 9월 4일에 연가나 병가를 신청하려고 하고 있다"며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7조 ②항은 '학교의 장은 비상재해나 그 밖의 급박한 사정이 발생한 때에는 임시휴업을 할 수 있다'며 판단 주체를 학교의 장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선생님들 90% 이상이 학교에 나오지 않겠다고 하는 전무후무한 일이 바로 급박한 사정이 발생한 때"라며 "교육부는 법령을 준수해주시기 바란다. 법령을 준수하여 학교 공동체 자율 결정을 존중하라"고 요구했다(관련 기사 [단독] 서울교감들 "9.4 수업 불가능... 교육부가 위법" https://omn.kr/25dls).

이번 집단 추모 분위기는 지난 8월 21일 초등 교사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스쿨'에 올린 한 교사의 제안을 시작으로 자발적으로 발생했다. "서이초 교사의 49재에 연가나 병가를 내자"는 글이 호응을 얻어 오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한 현직 교사가 만든 '공교육 멈춤의 날' 홈페이지에 따르면, 연가를 제출하고 추모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서명한 교사는 8만 명을 넘어섰다. 전국 교사 수(2022년 기준 50만 7793명)의 15%를 상회하는 숫자다.

한편,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았던 교사가 사망한 채로 발견했다. 해당 교사는 학부모들의 항의에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망한 교사 추모 물결과 동시에 추락한 교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전국 각지의 교사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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