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대신 워터 페스티벌”… 물놀이에 빠진 2030
“올해는 여름휴가 대신 ‘싸이 흠뻑쇼’에 갔어요. 모르는 사람들과 물총을 쏘면서 노니까 즐거움이 배가 됐습니다. 당일 가까운 곳에서 시원한 계곡처럼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더라고요. 내년에도 갈 예정입니다.” (29세 직장인 신모씨)
청년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무더운 여름을 보내기 시작했다. 여름휴가 대신 워터 페스티벌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워터 페스티벌의 인기는 점점 커지는 규모와 관객수가 증명한다. ‘흠뻑쇼’는 2011년 서울에서 처음 열려 2만5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나, 올해 전국 9개 도시에서 3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워터밤’은 2015년 서울 공연으로 시작해 올해 서울, 인천, 대구 등 국내 8개 지역에서 개최했고 일본과 태국 등 해외 확장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워터밤’ 전국 투어 관객 중 93.5%가 2030세대로 조사됐다.
SNS에서도 워터 페스티벌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1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워터밤’을 검색하면 21만2000여개, ‘흠뻑쇼’는 19만9000여개의 게시글이 나온다. 2017년 ‘흠뻑쇼’ 관련 게시글은 1000여개에 불과했지만, 2018~2019년 5000여개, 지난해 1만7000여개로 크게 늘어났다. 올해도 벌써 1만4000여건이 넘었다.
청년, 물놀이 페스티벌=일상 탈출
청년들에게 워터 페스티벌은 만족감 높은 일탈의 장소다. 올해 ‘흠뻑쇼’를 다녀왔다는 강혜지(27)씨는 “평소 할 수 없는 강도의 물놀이를 경험했다”라며 “일탈하는 느낌이 매력적”이라고 회상했다. 김모(31)씨도 “물리적인 자극이 즐거웠다”라며 물놀이 경험에 만족했다. 이어 “친한 친구 혹은 여자친구와 함께 한 번 더 갈 의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밝은 야외에서 많은 사람들 속에 흥을 발산할 수 있는 점 역시 매력이다. 평소 “흥이 넘치는 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모(27)씨는 “젊은 시절에 넘치는 흥을 잘 발산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흠뻑쇼를 통해 흥을 나눌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마약 등 문제로 가기 두려운 클럽을 대신하는 놀이 문화이기도 하다. 그는 “공개된 장소에서 다 같이 흥을 나눈 경험을 잊지 못한다”라며 “내년에도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여름휴가를 계획해서 즐기는 청년들은 줄고 있다. 지난 7월 초 온라인 조사업체 피앰아이가 전국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커리어 플랫폼 잡코리아가 직장인 65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여름휴가를 떠날 예정’이란 응답이 27.4%에 그쳤다.
과거 여름휴가 때면 어딘가로 여행을 가서 숙박하던 것과 달리, 요즘 청년들은 당일치기로 페스티벌에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정윤서(28·직장인)씨는 “휴가라고 해서 꼭 1박2일 이상 숙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휴가철에 여행보다 ‘흠뻑쇼’처럼 재밌는 페스티벌이나 행사에 간다”라고 밝혔다. 신모씨도 휴가 대신 페스티벌을 가는 이유로 “성수기 때 다른 지역에 가서 숙박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여름을 만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스티벌, 자극 추구하는 청년세대와 잘 맞아”
워터 페스티벌 인기와 함께 관련 패션 판매량도 증가했다. 지난 7월1일~24일 에이블리 판매 및 검색 데이터 분석 결과, ‘비치 상의’ 품목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배(520%) 증가했다. 워터 페스티벌 필수 소품으로 불리는 물총, 타월, 방수팩 등 ‘물놀이 액세서리’ 거래액도 470% 대폭 증가했다. ‘물총’ 검색량은 무려 980%, 물놀이 후 활용하기 좋은 ‘타월’도 350% 가량 많이 검색됐다.
워터 페스티벌에서 평소에 입지 못하는 옷을 입는 것 역시 청년들에겐 의미가 있다. 워터 페스티벌에 가면 크롭티부터 비키니, 나시 등 일상생활에서 입기 힘든 옷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A(27)씨는 “평소 못 입는 등이 파인 옷을 입고 워터밤 축제를 즐겼다”라며 “현장에서 대부분 비키니 등 수영복을 입고 있어 부끄럽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극을 추구하는 청년들의 성향이 워터 페스티벌과 맞아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경우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라며 “워터 페스티벌은 단순히 노래를 듣고 춤을 추는 것뿐 아니라 물을 뿌리며 화끈하게 즐기는 등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이다. 자연을 즐기고 해수욕장에서 수영하는 여행보다, 재미를 위해 기획된 행사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터 페스티벌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은희 교수는 “청년들이 일반적인 콘서트보다 물을 뿌리는 페스티벌과 콘서트를 선호하고 있다”라며 “자극적이고 짜릿함을 선호하는 청년들의 수요와 맞기에 앞으로도 워터 페스티벌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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