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 디 카이아로사, 최고급 올리브유 생산지에서 와이너리로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2023. 9. 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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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어느 해보다 무더웠던 이번 여름도 어느덧 벌써 끝나간다. 본격적인 가을을 앞둔 요즘, 서늘한 가을 햇살과 어울리는 가성비 좋은 ‘아리아 디 카이아로사(Aria Di Caiarossa)’ 와인을 추천한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인이지만, 프랑스 보르도 그랑 크뤼 정서를 잘 표현한 와인으로 평가받는다.

카이아로사는 토스카나 피렌체 남서쪽 해안 리파르벨라(Riparbella) 지역에 위치한 중세 마을 발 디 체치나(Val di Cecina) 중심부에 있는 와이너리다. 기원전 4세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 머리에 포도가 있는 디오니소스 흉상이 발견되는 등 오랜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지역이다. 와이너리 브랜드명인 ‘카이아로사(Caiarossa)’는 해당 포도밭 토양에 포함된 붉은 자갈을 뜻하는 이탈리아 방언 ‘Ghiaia Rossa’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레이블 그림은 도시 근처에서 출토된 디오니소스 흉상을 활용했다.

카이아로사는 처음부터 와이너리는 아니었다. 예로부터 최고급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수 세기 동안 게라르데스카 가문이 해당 지역 올리브밭을 관리하면서 만든 올리브유 브랜드 ‘포데레 세라 올로리오(Podere Serra all’Olio)’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던 1998년, 벨기에 와인 애호가이자 록 음악 프로듀서인 잔 테이(Jan Theys)가 인수하면서 올리브밭 일부를 포도밭으로 변경하고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2004년 네덜란드 기업가면서 당시 프랑스 보르도 마고(Margaux)의 그랑 크뤼 클라쎄 3등급인 샤토 지스꾸르(Chateau Giscours) 회장이자 5등급 샤토 뒤 테르트르(Chateau du Tertre) 소유주였던 에릭 알바다 옐흘슈마가 와이너리를 인수하면서 카이아로사는 변혁의 계기를 맞이한다. 그가 수십 년간 쌓아온 프랑스 보르도 와인 양조 노하우와 경험 덕분에 고품질 와인의 세계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인수 당시 포도밭을 70헥타르로 확장, 이탈리아 토착 포도 품종 산지오베제 외에도 프랑스 보르도의 포도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을 재배하면서 카이아로사만의 독특한 와인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2011년 첫 빈티지를 생산했는데 이탈리아 와인 특유의 루비 빛에 강력한 산도, 잘 녹아든 타닌의 기질과 프랑스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의 정서가 녹아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에는 프랑스 보르도 샤토 지스꾸르와 샤토 뒤 테르트르에서 근무한 양조가 제로메 포이선이 합류하며 품질이 보다 업그레이드됐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실시한 ‘소비자가 선정한 35대 와인’으로 등극했고, 매년 로버트 파커 93점, 제임스 스컬링 94점 등으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필자가 시음한 와인 ‘아리아 디 카이아로사 2019(Aria Di Caiarossa 2019)’는 바이오 다이내믹, EU 유기농법으로 관리한 포도를 손수확해 만든 슈퍼 토스카나 와인이다. 메를로 30%, 카베르네 프랑 25%, 시라 20%, 카베르네 소비뇽 20%, 그르나슈 5%를 블렌딩했다. 바리크와 토노 오크통에서 약 14개월 숙성하며 병입하기 전에 콘크리트 탱크에서 6개월을 추가 숙성했다. 아름다운 검붉은 색상에 아로마는 딸기, 자두, 블랙베리, 유칼립투스, 가죽, 향신료, 오렌지 껍질 향이 있으며, 마셔보면 풍부하고 크리미한 과일 향이 매력적이다. 비단처럼 부드럽고 섬세한 고품질의 타닌과 탁월한 균형감이 압도한다. 음식과 조화는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갈빗살 숯불구이, 가금류, 버섯 요리, 피자, 너비아니 등을 추천한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4호 (2023.08.30~2023.09.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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