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콜로라도 원정 5이닝 2실점...승리 요건 충족→불펜 방화로 '4승 날려' [류현진 선발]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 마운드에 선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9월 첫 등판을 무난히 마쳤다. 승리 투수 요건까지 갖추고 마운드에서 내려왔으나 불펜 투수들이 뒤집기를 허용해 시즌 4번째 승리는 무산됐다.
류현진은 2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등판, 5이닝 4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4경기 연속 5이닝 투구로, 시즌 평균 자책점은 2.25에서 2.48로 소폭 상승했다.
류현진이 쿠어스필드에서 경기를 치른 건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2019년 8월 이후 4년 1개월 만이다. 쿠어스필드는 해발고도 1610m에 위치한 구장의 특성상 타구가 공기 저항을 덜 받고, 그만큼 멀리 날아가기 때문에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타자 친화적인 구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
류현진 역시 쿠어스필드 통산 성적 6경기 26⅔이닝 1승 4패 평균자책점 7.09로 다소 고전한 편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장타 억제 능력이 요구되는 경기였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류현진은 1회말 첫 타자 찰리 블랙몬을 상대로 초구 볼 이후 2구째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3구 직구가 파울이 되면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다. 4구 컷 패스트볼과 5구 커브를 참아낸 블랙몬은 공 3개를 연속으로 커트해내면서 류현진을 괴롭혔다. 류현진이 그러나 9구 승부 끝에 땅볼을 유도했고, 유격수 어니 클레멘트가 깔끔하게 타구를 처리했다.
류현진은 2번타자 에제키엘 토바를 상대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초구 직구 이후 볼카운트 1-1에서 컷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이끌어냈고, 볼카운트 1-2에서 다시 한 번 컷 패스트볼을 던져 삼진을 솎아냈다. 이날 경기 류현진의 첫 번째 탈삼진.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류현진은 3번타자 엘리아스 디아즈와와 승부에서도 초구 파울, 2구 볼 이후 3구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한 데 이어 볼카운트 2-2에서 5구 컷 패스트볼로 다시 한 번 삼진을 잡아냈다. 두 타자 연속 삼진과 함께 이닝을 마친 류현진의 1회 성적은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1회말 삼진 2개를 곁들여 무실점 투구를 선보인 류현진은 2회말에도 순조로운 흐름을 유지했다. 선두타자 라이언 맥마혼과의 3구 승부에서 1루수 땅볼을 잡아냈는데, 류현진의 베이스 커버가 늦어지면서 공을 잡은 1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직접 1루로 달려가 베이스를 밟았다.
동료의 도움을 받은 류현진은 후속타자 브렌든 로저스를 공 1개 만에 땅볼로 돌려세웠다. 로저스가 초구를 건드린 게 3루수 데이비스 슈나이더에게 향했다.
2사에서 헌터 굿맨을 마주한 류현진은 이번에도 땅볼 유도에 성공했다. 초구 직구로 스트라이를 잡은 뒤 볼카운트 0-1에서 체인지업을 던졌고, 굿맨이 친 타구가 다시 한 번 3루수에게 향했다. 류현진이 2회말에 던진 공은 6개에 불과했다.
1회말에 이어 2회말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류현진은 3회말 첫 번째 피안타와 함께 위기를 맞이했다. 선두타자 놀란 존스와의 승부에서 초구 볼, 2구 파울로 볼카운트 1-1가 됐고 류현진이 던진 3구 컷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렸다. 존스는 이를 놓치지 않고 1·2루간을 가르는 안타를 치면서 출루에 성공했다.
존스를 상대로 실투를 던진 류현진은 이번에도 제구가 문제였다. 무사 1루에서 엘레후리스 몬테로를 상대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으나 1-2에서 좌월 투런포를 헌납했다. 체인지업이 낮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실투가 됐는데, 몬테로가 이를 홈런으로 연결했다. 류현진이 쿠어스필드에서 피홈런을 기록한 건 이번이 9번째.
류현진은 브렌튼 도일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1사에서 블랙몬에게 볼넷을 헌납했다. 이전 이닝과 비교했을 때 류현진이 원하는 대로 공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날 경기 류현진의 첫 번째 볼넷.
그나마 추가 실점이 없었던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류현진은 1사 1루에서 토바에게 초구에 2루타를 맞으면서 1사 2·3루를 만들었으나 디아즈의 투수 땅볼로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았고, 라이언 맥마혼에게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3회말에만 26구를 던진 류현진은 4회말 선두타자 로저스를 6구 승부 끝에 1루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굿맨과의 승부에서 중전 안타를 맞았다. 1사 1루에서 후속타자 놀란 존스에게는 풀카운트에서 던진 6구 직구가 볼 판정을 받으면서 볼넷이 선언됐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의 게임데이 그래픽 상으로는 류현진의 6구 직구가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류현진의 표정에도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래도 류현진은 불운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첫 타석에서 홈런을 맞았던 몬테로에게 2루수 방면 땅볼을 유도했고,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완성되면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마감했다.
콜로라도 선발 크리스 플렉센에 꽁꽁 묶였던 토론토 타자들도 방망이를 매섭게 돌리기 시작했다. 4회초 브랜든 벨트의 솔로포로 침묵을 깬 토론토는 5회초 어니 클레멘트의 솔로포로 2-2 균형을 맞추면서 류현진에게 힘을 실어줬다.
4이닝 68구를 소화한 류현진은 5회말에도 등판했다. 선두타자 도일을 공 1개 만에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데 이어 류현진을 끈질기게 괴롭혔던 블랙몬에게도 2루수 땅볼을 잡아내면서 빠르게 2사를 만들었다. 토바에게 공 4개로 중견수 뜬공을 잡아내면서 2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콜로라도 타선을 봉쇄했고, 본인의 힘으로 5회말을 끝냈다.
4회초와 5회초 각각 홈런 1개씩 뽑아낸 토론토는 6회초 대니 잰슨의 투런포에 힘입어 역전에 성공했고, 동시에 류현진에게 승리 요건을 안겼다. 자신의 임무를 다한 류현진은 그제서야 환한 표정을 지었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다. 5회말부터 불펜에서 몸을 푼 이미 가르시아가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이날 류현진은 76구를 던졌고, 가장 많이 구사한 구종은 직구(35개)였다. 컷 패스트볼(19개), 커브(12개), 체인지업(10개)이 그 뒤를 이었고 직구 최고 구속은 90.1마일(약 145km)로 측정됐다.
그러나 류현진은 승리 요건을 충족하고도 불펜 부진으로 결국 시즌 4번째 승리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가르시아가 야수 실책과 안타로 2사 1~2루 위기를 내준 뒤 헤네시스 카브레라로 교체됐고, 카브레라가 놀런 존스에게 역전 3점포를 헌납했기 때문이다. 4-5로 전세가 뒤집히면서 류현진의 1~5회 호투도 무위에 그쳤다.
다만 토론토는 7회 대거 5점을 뽑아내면서 9-5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9회 12-5까지 달아나며 승리를 눈 앞에 뒀다.
사진=USA투데이스포츠, AP, AFP/연합뉴스, MLB 게임데이 캡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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