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공교육 멈춤의 날'을 설명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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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원 기자]
▲ 묵념하는 교사들 지난 8월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전국교사일동이 연 '국회 입법 촉구 추모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22일부터 매 주말 공교육 정상화와 지난달 사망한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
ⓒ 연합뉴스 |
뉴스를 통해 9월 4일이 공교육 멈춤의 날이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이의 학교에서는 가타부타 얘기가 없었기에,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선생님들 파업하신다고 미리 공지를 띄울 수는 없는 노릇, 만약 내가 물어봤다 해도 대답을 해 줄 수 없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냥저냥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9월 1일이 된 것이다. 일단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이제 1학년인 아이에게 월요일에 결석을 해야 한다는 말을 어떻게 할까를 고민한다.
사교육과 공교육의 차이
공교육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정말 부모인 우리 세대가 문제인 걸까, 아니면 공교육의 반대말인 사교육이 너무나도 듬직하게 우뚝 서 있어 공교육이 바로 설 자리가 없어서일까.
고백하자면 나는 사교육 종사자이다. 사교육 중에서도 일선이라고 할 수 있는 어학원과 영어 유치원에서 일한다. 지금은 내 아이들이 아직 엄마 손길이 필요한 시기라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지만 나의 직업은 영어 학원 강사였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여 영어를 가르칠 아이들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유일한 변수이지만.
직장으로 경험해 본 사교육 기관은 상당히 달콤하다. 물론 이용자로서 이용해 본 사교육 기관도 마찬가지이다. 교육기관이라기보다 서비스기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서비스기관에서 교육을 제공하고, 학생과 학부모 둘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고난도의 직군이라 굉장히 날카롭고 예민하고 노련하지만 겉으로는 다정하고 친절하다. 학부모와 학생이 사교육의 친절함에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서 공교육 기관에 같은 요구를 하게 되면 문제가 된다. 학교는 많은 아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곳이고 친절함으로 아이에게 무엇을 해 주기보다는 스스로 뭐든 하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학교 급식과 외부 식당의 차이처럼. 학교 급식은 다소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고, 메뉴를 고를 수도 없지만 전문 영양사가 짠 식단으로 영양가가 풍부하고 균형 잡혀있다. 외부 식당은 내 입맛에 차고 넘치게 맛있는 음식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영양소의 불균형이나 비싼 가격은 내가 감내해야 할 몫이다.
급식과 식당 음식이 같을 수는 없다. 식사를 하는 대상자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장단점도 분명하다. 급식이 아이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식당 음식과 같은 음식이 나온다면 그건 옳은 일일까, 아이들을 위한 일일까 생각해 보면 공교육은 언제까지나 공교육이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 같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그냥저냥 무채색으로 어디서나 크게 눈에 띄지 않고 "마이 웨이" 스타일로 누가 무슨 일을 하든 자기 할 일 스스로 하고 오기를 바란다. 크게 인기 있는 아이가 되거나, 선생님께 칭찬을 받는 아이가 아니어도 된다. 그저 어디에 있어도 크게 휘둘리지 않고 동요하지 않으며 그냥 별 일 없이 학교 생활을 하는 아이이기를 바란다. 급우로 누구를 만나도, 담임 선생님으로 어느 분을 만나도 크게 상관없는 아이로.
그래서 학교에서 전화가 오지 않으면 아주 잘 지내는 것이라는 말을 굳게 믿는 편이다. 별일이 있으면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신다. 친구가 우리 아이 머리에 클레이를 붙였다고, 어떡하죠, 하며 전화를 주신 적이 있다. 그것 말고는 없었다.
교권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
나는 공교육을 믿는다. 우리 아이들이 이젠 아기가 아니니 어른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아이도 해서는 안 되고, 회사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은 학교에서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이고 엄마보다는 선생님께서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우리 아이를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가르쳐 주실 거라고 믿는다. 나는 고작 엄마 8년 차이지만 선생님들의 경력과 경험은 나를 훨씬 능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교육 멈춤의 날을 맞이하는 마음이 사뭇 무겁다. 아이에게는 선생님들이 너무 힘들어서 하루 쉬셔야 한다고 말해두었다. 선생님들이 너무 힘들어서 너와 너의 친구들을 제대로 가르쳐 주실 수 없게 되면 가장 손해 보는 사람은 바로 "너"가 될 것이라고, 이번에 쉬며 선생님 말씀을 잘 듣도록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이야기하며 무척 찔렸다. 아이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데, 문제는 우리 부모들인데 왜 아이에게 그렇게 말을 하나 하고 말이다. 그렇다고 솔직히 말하기에는 아이가 이해하기 너무 어려울 것 같았다. 공교육 멈춤의 초점은 교권, 확대된 아동 학대법을 교사에게 잘 못 적용하여 무너진 교권에 있다. 법의 테두리로 교사들을 보호해야 하고 학부모도 최소한 직장동료를 대하는 예의 정도는 갖추어 선생님들을 대해야 하지 않을까, 뉴스에 나오는 악성민원의 예를 보면 정말 말도 안 된다.
짧게나마 세상을 살아보니 세상살이는 운전과도 같아서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차가 법규를 지켜야 내 차도 안전한 것처럼 내 아이와 같은 반인 친구가 행복해야 내 아이의 학교 생활도 행복할 수 있다. 그것을 지켜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학생 개인의 부모들이 아니고 바로 담임선생님이다. 선생님들의 교권 회복을 지지한다. 9월 4일이 공교육 멈춤의 날이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의 날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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