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받은 언론인, 러시아가 '외국 스파이'로 지목했다
러시아 정부가 1일(현지시간) 노벨평화상을 받은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62)를 ‘외국 스파이’로 지목했다고 뉴욕타임스(NYT) 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 법무부는 이날 무라토프를 ‘외국 요원(foreign agent)’ 명단에 추가하면서 그 이유로 “(무라토프가) 외국 플랫폼을 통해 러시아 연방의 외교 및 국내 정책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형성하는 의견을 전파했다”고 밝혔다.
무라토프는 러시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독립 언론인 중 하나로,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의 창간 멤버이자 편집장이다.
1993년 창간된 ‘노바야 가제타’는 블라디미르 푸틴 행정부의 비리를 폭로하는 등 러시아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써 왔다.
이에 2006년 푸틴 대통령의 체첸 전쟁을 비판해온 소속 기자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등 2000년 이후에만 기자들 6명이 살해됐다.
무라토프는 지난 2021년 푸틴 정권의 박해 속에서도 언론 보도의 독립성을 지키고 기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노력한 공을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이 메달을 지난해 6월 경매에 부친 무라토프는 낙찰액 1억 350만 달러(약 1368억원)를 우크라이나 아동 및 피난민 지원에 쓰이도록 유니세프(UNICEF)에 기부했다.
지난해 3월 전쟁을 비판하는 사람에게 15년까지 실형을 선고할 수 있게 규정한 ‘전쟁 보도 금지법’이 발효되면서 노바야 가제타가 신문 발행을 중단한 뒤 기자들은 해외로 피신해 활동해왔으나 무라토프는 러시아에 남았다.
지난해 4월에는 모스크바발 열차에서 괴한으로부터 붉은 페인트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외신은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이 테러를 러시아 정보당국이 계획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거의 매주 금요일마다 다른 나라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나 단체를 ‘외국 요원’으로 지정해왔다. 미 시카고대 교수인 경제학자 콘스탄틴 소닌 등이 명단에 올랐다.
NYT는 이를 두고 구 소련 스탈린 치하에서 유혈 진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된 ‘인민의 적’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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