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흉상 이전 소식 충격" 카자흐 고려인들 반발한 까닭

최서인 2023. 9. 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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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홍범도 장군이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한 시민이 참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동포들이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해 외부로 이전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이전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리 류보피 카자흐스탄 국립아카데미 고려극장 예술감독과 박 드미트리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카자흐스탄 지회장 등 고려인 동포들은 1일(현지시간) 알마티 고려극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1년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카자흐스탄에서 국내로 봉환할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박 지회장은 “당시 홍범도 장군이 아름다운 해방된 조국의 품에 안겨 영면하시겠다고 생각하면서 마음 뿌듯해했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자랑스럽게 느꼈다”며 “카자흐스탄 국민들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지회장은 “다섯 분의 독립전쟁 영웅 중에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철거한다는 소식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공산당원이었던 돌아가신 나의 부친도, 옛 소련에서 태어나고 인생의 절반 정도를 소련 체제 속에서 살았던 나도 제거 대상인가”라고 물으며 “21세기에 공산당도 소련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은 지 30년이 넘었는데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리 예술감독은 “체제와 정권이 바뀔지라도 홍범도 장군은 우리 민족의 독립전쟁 영웅”이라며 “그가 8000만 겨레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고려극장은 있는 힘을 다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고려극장 안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대형 사진 앞에서 “항일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 모셔갔으면 제대로 모셔라”, “홍범도 장군 공산당 이력이 문제면 내 가족과 고려인 동포 50만명도 모국의 적인가?”라고 써진 플래카드를 들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홍 장군은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으로 활동하며 간도와 극동 러시아에서 독립군을 이끌었다. 특히 최진동 장군 등과 함께 이끈 1920년 봉오동 전투에서는 일본군 157명을 사살하고 300여명에게 상처를 입혔다.

이후 홍 장군은 1937년 옛 소련 스탈린 정권의 한인 강제이주 정책으로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이주한 뒤 1943년 75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크즐오르다에 안장돼 있던 홍 장군의 유해는 2021년 8월 광복절을 계기로 한국에 봉환돼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앞서 육군사관학교는 홍 장군의 소련공산당 활동 이력 등을 이유로 교내에 설치된 흉상의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육군사관학교는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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