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셈, 서버 먹통 예방하는 IT 컨트롤타워 [영업이익 강소기업] (77)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9.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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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디도스 공격을 받아 회사 컴퓨터를 못 쓰게 된다면? 혹은 신제품 발매일을 앞두고 갑자기 접속자가 늘어나 서버가 다운될 가능성이 높다면?

이런 위험을 미리 모니터링해서 사전 예방시켜주거나 다운되지 않도록 접속자 수가 늘어나도 이상 없게 만들어주는 IT 서비스 회사가 있다. 엑셈이다.

엑셈은 각 기업 입장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IT 사고 걱정을 해야 하는 부분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 문제 해결에만 집중해주는 서비스를 내놨고 대박을 냈다. IT 생태계가 커지는 만큼 수혜를 입은 결과다. 덕분에 엑셈은 2018년 연결 기준 매출액 324억원, 영업이익 45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매출액 551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으로 급등했다. 올해는 2분기에만 매출액 130억원,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 130% 상승했다. 이익률은 이미 발군에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 체제로 증권가 부러움을 사고 있다. 게다가 최근 주가도 우상향곡선을 그린다. 지난해 하반기 3000원대를 기록하던 주가가 8월 한때 60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SaaS 사업 관련 엑셈 본사 통합클라우드센터 내 원격 기술 지원 모습. (엑셈 제공)
엑셈 어떤 회사?

항공 관제탑처럼…DB 성능 관리 1위

창업자는 조종암 대표. 서울대 외교학과 재학 시절부터 통계와 IT 기술에 관심을 뒀다. 그래서 진로도 본인 소질을 살리기 위해 포스코정보시스템으로 입사했다. 이후 데이터베이스(DB) 분야 공부를 더 해보겠다며 포항공대 소프트웨어공학 분야 석사를 취득했다. 1996년부터 한국 오라클 DB자문팀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며, 입사 후 3년 만에 DB 전문서를 발간하고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전문성을 쌓았다. 다수 컨설팅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1년 엑셈을 설립했다. 엑셈은 ‘EXpert EMpire’의 약자로 ‘전문가 제국’이라는 의미다.

이때 그가 주목한 사업 분야가 DB 성능 관리(DBPM) 솔루션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이 시장은 외국산 제품이 석권하고 있었다. 다만 외국산 제품은 한국 실정에 맞지 않고 사용법도 어려웠다. 엑셈은 DB 전문가와 컨설턴트를 대거 영입해 국내 기업 맞춤형 DB 성능 관리 솔루션을 개발했다. 공항에 가면 각 항공기가 뜨고 지는 걸 한눈에 관리하는 관제탑이 있듯, 엑셈의 솔루션은 한 기업의 IT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IT 관제탑을 운영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엑셈 관계자는 “이 솔루션을 이용하면 IT 운영 인력을 감축할 수 있고 서버를 추가로 구입하는 등 하드웨어에 돈을 더 쓰지 않고도 성능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고객 호응이 컸다”며 “A공공기관의 경우 DBPM 솔루션 맥스게이지를 활용해 특정 시간대 컴퓨터 사용률을 30% 이상 절감했으며, 특정 시간대 대기 이벤트 발생 시간도 90% 이상 절감해 만족해했다”고 소개했다. 엑셈은 DB 성능 관리 분야에서 2006년부터 현재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각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엑셈 제품 수요는 더욱 늘어났다. 엑셈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감, 이를테면 클라우드 관제, AIOps(AI 기반의 IT 운영 지능화), 빅데이터, SaaS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혔다. 2015년에는 스팩 상장 형태로 증시에 입성했다. 올해 11월에는 DB 보안 업체인 자회사 신시웨이 상장도 앞두고 있다.

영업이익률 왜 높나

자체 기술, 본사 영업·마케팅이 비결

IT 기업, 특히 B2B(기업 대 기업) 기반 사업을 하는 회사가 영업이익률을 높이려면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고유 기술 제품을 팔아야 할 것’, 그리고 ‘고객 맞춤형으로 만들어 재계약을 하게 할 것’, 여기에 더해 ‘추가 기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해서 부가가치를 높일 것’ 등으로 요약된다. 엑셈이 딱 이런 공식에 맞춰 회사를 키웠다.

엑셈은 자체 IT 성능 관리 방법론에 기반, 자체 개발해 직접 생산한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당연히 성능 관리 제품에 대한 저작권과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제품을 제공한다. 기업 고객 사이에서는 ‘한 번도 안 써본 곳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곳은 없다’는 말이 회자되는 배경이다.

조종암 대표는 “통상 대기업 계열 SI(시스템통합) 회사들이 이 시장에 들어오려 해도 고객사가 SI사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엑셈 제품을 중심으로 선택하는 사례가 다수”라고 소개했다. 그 결과 엑셈은 29개국 900여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한국전력, 5대 시중은행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AT&T, 토요타 등 해외 기업도 엑셈 제품을 이용한다.

본사가 직접 영업하고 관리한다는 점도 여타 IT B2B 회사와 다르다.

엑셈 경쟁사는 총판, 파트너사 등 영업망을 외부에 기대는 사례가 많다. 반면 엑셈은 처음부터 본사 전체 조직의 약 80% 이상으로 이뤄진 기술 개발, 컨설팅, 엔지니어(8월 기준 270명 이상)가 직접 고객사를 만나고 시스템 구축과 컨설팅까지 담당한다. 중간 수수료가 없으니 그만큼 이익률이 높아지는 구조다.

엑셈은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능력에서도 발군이다. IT 성능 관리 분야에서 종합(Full Line-up) 포트폴리오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덕분이다. 고객사에 단일 IT 서비스만 제공하기보다 크로스셀링(기존 고객 기반으로 신규 제품을 판매하는 추가 판매), 복수의 제품을 함께 공급하는 번들링 판매로 매출을 극대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 입장에서도 만족하니 재계약하고 또 추가 구매도 하는 선순환 구조가 일어난다”며 “삼성전자나 주요 은행 등은 주기적으로 시스템을 증설하고, 차세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제품 공급 기회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엄태웅 부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엑셈이 6월 시작한 구독형 과금 기반 통합 IT 모니터링 SaaS 사업이 정부의 국내 SaaS 사업 육성 분위기에 편승해 중소기업 고객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점은 없나

해외 매출 비중 높여야

물론 엑셈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 고객사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 비중이 70% 이상일 정도라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서라도 해외 진출을 더욱 가속화해야 할 숙제가 있다. 참고로 엑셈은 미국·중국·일본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정기 구독 형태인 SaaS 솔루션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인 만큼 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관건이다. 해외 IT 모니터링 기업이 국내 대기업 대상 영업을 강화하는가 하면 경쟁사도 특수 분야에서 저단가로 치고 들어오는 부분도 경계할 내용이다.

조종암 대표는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경쟁사를 따돌리고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IT 성능 관리 기업이자 직원과 함께 지속 성장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4호 (2023.08.30~2023.09.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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