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목소리 뺏어갔나…전화할 때도 꼭 지켜야할 핵심수칙 [건강한 가족]

김선영 2023. 9. 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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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변화로 보는 질병

많은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음성 변화를 경험한다. 목감기를 심하게 앓았거나 콘서트장에서 고성을 지른 후, 장시간 전화 통화를 한 뒤 목소리가 변해 당황한다. 음성은 폐로부터 나오는 공기가 성대의 점막을 진동시켜 발생하는 소리다. 호흡·발성 기관, 인두, 구강 등 해부학적 요소가 관여하므로 마치 지문처럼 개인마다 다른 특성을 지닌다.

음성은 원만한 대인 관계와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몸이 아무리 건강해도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사회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음성 변화는 생활의 불편함뿐 아니라 후두 자체의 병을 반영하고 다른 부위의 질병을 대변하기도 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신현일 교수는 “음성 치료의 목적은 단순히 좋은 목소리를 만드는 데 있기보다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음성 장애를 야기하는 원인은 후두염부터 후두암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음성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가장 흔한 건 성대 점막에 염증이 생긴 경우다. 목감기가 왔거나 장기간 흡연한 사람의 경우 성대에 염증을 초래하기 쉽다.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면 금세 호전된다. 직업적으로 목소리를 많이 쓰는 경우도 성대 폴립·낭종·결절을 유발할 수 있다. 현대인에게 흔한 인·후두 역류 질환 역시 음성 질환 발병의 주요 원인이다. 위장 안의 음식물이나 위산이 식도를 통해 목으로 거꾸로 올라오면서 목 부위를 자극해 목소리 변화나 이물감, 기침과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


쉰 목소리 방치 말고 원인 찾아야


암도 음성 질환을 야기한다. 후두에 악성 종양이 발생하면 쉰 목소리가 나거나 혹이 만져지며 심한 경우 호흡곤란, 연하곤란이 동반될 수 있다. 갑상샘암·폐암일 때도 음성이 변할 수 있어 주의한다. 갑상샘암의 경우 종양이 주변 신경을 침범하면 쉰 목소리가 나오거나 목이 붓고 통증이 있으며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성대를 조절하는 신경은 폐와 공기의 유입·유출 통로인 기관 사이의 공간을 지나간다. 폐암이 이 신경을 침범하면 성대에 마비 증상이 오면서 목소리가 쉬기도 한다.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선 성대의 구조를 직접 관찰하고 발성 기능을 확인하는 성대 후두경 검사, 음성 상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음성음향 검사 등이 이뤄진다. 치료는 원인을 파악해 원인별 치료를 하는 게 원칙이다. 기본은 성대 기능을 회복해 정상적인 음성 생성이 가능하도록 돕는 음성 치료다. 약물이나 보톡스, 필러 주사를 활용하거나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적인 방법도 고려한다.

소통을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음성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 수단이다. 평소엔 잘 인식하지 못하다가 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나서야 중요성을 깨닫는다. 제 목소리를 잃기 전 음성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과도한 성대 사용을 피한다. 목에 힘을 줘 고성을 지르거나 노래하는 행동을 삼가고 시끄러운 환경에서 대화를 자제한다. 속삭이는 것도 성대에 무리를 준다. 장시간 수다를 떨거나 전화 통화하는 습관이 있다면 고친다.

성대 접촉을 유발하는 행동도 가급적 삼간다. 강하게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행동,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운동, 소리를 내 목에서 가래를 모으거나 뱉는 행동, 습관적으로 목청을 가다듬거나 헛기침하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임영창 교수는 “운동경기를 관람할 때 소리를 지르거나 목을 가다듬는 헛기침을 자주 하는 것도 성대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속삭이는 것을 목소리를 부드럽게 내는 방법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성대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위산 분비·역류 줄이는 식습관 도움


성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8잔 정도의 생수를 마시고 대기가 건조한 날씨엔 가습기를 활용한다. 바람 부는 날엔 성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권장한다. 따뜻한 물에 축인 수건으로 입 주변을 감싼 후 숨을 들이마시는 습포법도 도움된다. 위산 분비나 역류를 줄이는 것 역시 음성 건강을 위한 길이다. 자극적이거나 기름진 음식, 초콜릿, 커피 섭취와 흡연을 줄인다. 특히 커피와 술, 유제품은 목을 건조하게 하고 분비물의 점도를 높이는 특징이 있어 성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과도한 긴장감과 오랫동안 구부린 자세를 유지하거나 배가 꽉 조이는 옷은 역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한다. 또 취침 3시간 이내엔 음식을 먹지 않는 게 좋다. 신 교수는 “음성 이상은 질환이란 경각심을 갖고 조기에 검사·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음성 휴식이 필요한 질환이라면 최대한 빨리 집중해 치료하고 생업에 복귀할 것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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