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흉상 이전' 여야 의견은 무엇이 다를까

野 "국군 뿌리가 창군 이후?"
與 "흉상 없애려는 것 아니다"

육군사관학교 내부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이념전쟁을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의 배경으로 지목했지만, 여당은 흉상이 철거되는 것이 아닌 이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관련 사안에 대한 정치 논쟁화를 비판했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도 공산전체주의 얘기했고 민주 이런 걸 이야기하는 건 공산전체주의와 닿아 있는 것 같이 이야기를 하고, 또 자유민주주의 수호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홍범도 장군 공산당 경력과 또 육사에 세워진 다섯 분의 독립군, 이런 분들을 국군의 뿌리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 논란이 다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우 의원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육사에 독립운동보다 창군 이후 군사적 분야에 대해서만 하는 게 좋겠다는 개념 설정을 하게 된 것"이라는 발언을 언급하며 이번 흉상 이전 논란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불거졌던 건국절 논쟁이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시정부 법통을 우리 정부가 이어받은 것이 아니고 (건국절이) 1948년 정부 수립할 때부터 시작이다, 이런 얘기"라며 "임시정부 법통을 그럼 없애자는 거냐, 그럼 친일파의 나라를 만들자고 하는 거냐 독립운동 없애려고 하는 거냐, 이런 논란이 사회적으로 크게 붙었던 건데 국군의 뿌리가 독립군 광복군이 아니라 창군 이후의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그 논란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홍범도 흉상 이전'과 이념 논쟁을 연결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전 검토가 논의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과 관련 있을 뿐 홍 장군의 공적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다는 것이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3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항일 독립전쟁 영웅 흉상 철거 백지화 및 책임자 처벌 요구 기자회견에서 홍범도 장군이 자필로 쓴 출입국 카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육사가 6·25 한국전쟁에 대한 교육 과정을 바꾸면서 이게 육사 교육의 방향성을 잃은 게 아니냐, 주적관이 흐려진 게 아니냐고 하는 논란들이 있었다"며 "육사가 어떤 교육기관이고 그리고 육사가 양성하려고 하는 군인은 주적이 누구인지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이런 것과 사실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범도 장군의 여러 활동과 내용을 보았을 때 독립운동으로서는 매우 많은 공을 세웠지만, 육사 생도들의 정신적인 지주가 될 수 있는 그런 활동을 함께했는지 그때 고민하고 설치했어야 한다"며 "그것이 부족했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와서 그런 논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분의 흉상을 완전히 없애는 것처럼 이야기해서 이념 논쟁, 역사적 사실에 관한 진실 공방으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보인다"며 "홍범도 장군이 했던 독립운동의 어떤 공적을 깎아내리거나 그것을 지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육군사관학교는 교내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외부로 이전한다고 지난달 31일 공식 발표했다. 또 나머지 4인 독립운동가의 흉상은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동한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