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줏대감 밀어내는 외래식물 침입능력…그 뒤엔 진화적 불균형
외래 식물이 새로운 터전으로 침입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원산지에서 많은 종 틈에서 자라면서 이미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원산지에서 경쟁을 통해 진화를 거듭한 덕분에 새로 침투한 지역에서는 다른 식물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이른바 '진화적 불균형 가설(evolutionary imbalance hypothesis)'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콘스탄츠대학과 하이델베르크 대학, 영국·오스트리아·체코 등 국제 연구팀은 외래 식물 종의 성공 요인을 분석, 진화적 불균형 가설을 뒷받침하는 내용의 논문을 최근 네이처 생태학·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각각의 종이 새로운 지역으로 침투할 때는 해당 종이 가진 생물지리학적 조건이 중요하고, 여기에 기후 요인과 인위적 요인이 '필터'로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우선 전 세계 종자식물 33만6245종의 데이터베이스(Plants of the World Online) 자료를 활용했고, 전 세계를 367개 구역으로 나눠 이들 종의 분포 범위를 결정했다.
여기에 외래종 데이터베이스(GloNAF7)에 등록된 외래종 1만4461종의 분포 범위와 비교했다.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 식물 종의 4.3%가 외래종으로 귀화에 성공한 셈이다.
그런데 아프리카와 유럽, 온대 및 열대 아시아 등 '구대륙' 4곳 모두에서 자생하던 500종의 경우 거의 90%가 다른 지역에서 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3개 대륙 이상에 걸쳐 분포하는 토착종의 경우 59%가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 귀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비해 단일 대륙에만 자생하는 종의 경우 2%만이 귀화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지역에 귀화에 성공하는 외래종은 원래 넓은 지역에 분포하면서 개체 수가 많고, 많은 종 사이에서 경쟁자와 적에 맞서 진화하는 과정을 겪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넓고 생물이 다양하며 안정적인 토착 지역에서 유래한 외래종이 해당 지역의 생물적 저항성을 극복하고 자리 잡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지역에 침입해 귀화에 성공하는 것은 생물지리학적 분포가 가져온 진화적 불균형 덕분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사람도 귀화 성공을 높이는 데 개입했다.
연구팀은 "통계분석 방법인 주성분 분석을 적용한 결과, 생물지리학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으로 귀화 성공의 73%를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생물지리학적 요인과 더불어 인위적 요인도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식민지화를 통해 광대한 제국을 건설한 경우 식물이 본래의 분포를 넘어 운송될 기회가 늘어나기도 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특정 국가의 영토 범위(본토와 식민지 포함)와 식물 종의 분포가 겹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식물일수록 경제적 용도로 선택되는 경우도 많아 서식 범위가 넓어졌다.
열대 대륙에서 유래한 종들이 외래종으로 귀화한 사례는 드물었는데, 이는 사람들에게 덜 노출된 탓, 경제적으로 덜 활용된 탓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반면, 기후는 외래종 침투의 제약 조건이 되기도 했다.
유럽과 온대 아시아에 서식하는 종은 넓은 지역에 귀화했지만, 열대 지역에 성공적으로 침투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연구팀은 "이제 인류세 시대를 맞아 식물의 분포를 결정하는 데 있어 진화적 불균형과 더불어 기후와 인위적 요인도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생물 다양성 분포의 시공간 역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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