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의 힘…'바벤하이머' 열풍, 미 경제까지 들썩거린다
‘바벤하이머(Barbenheimer·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함께 이르는 말)’ 열풍에 월가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달 21일 나란히 개봉한 두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소비자들은 관련 상품에 지갑을 열면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CNBC는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의 공연과 함께 ‘바벤하이머’ 열풍을 언급하면서 “3분기 실질 소비지출이 전 분기 대비 1.9% 높아질 것”이라는 모건 스탠리 전망을 전했다.
‘바비’는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약 6억 달러(7900억), 전 세계에선 13억4000만 달러(약 1조7700억원)의 티켓 수입을 올렸다. 영화 개봉과 함께 출시된 굿즈는 금세 매진돼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오펜하이머’ 역시 전 세계에서 7억 달러(9200억원)를 넘게 벌어들였다. 두 영화의 동시 흥행에 ‘바벤하이머’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소셜미디어(SNS)에선 두 영화에 등장한 장면이나 포스터를 합성하는 놀이문화도 퍼져 흥행에 시너지 효과도 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침체했던 영화 산업에 다시 불을 지폈다는 의미가 컸다.
모건 스탠리는 ‘바벤하이머’ 열풍에 더해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 공연 영향으로 3분기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개인소비지출(PCE) 지수에서 ‘영화 소비’나 ‘비스포츠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0.2%, 0.05%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사라 울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해당 범주만으로 경제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려면 엄청난 변동을 보여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이미 미국 경제는 ‘테일러노믹스(Taylornomics, 테일러 스위프트와 경제학의 합성어)’나 ‘비욘세 이펙트(Beyonce effect)’의 위력을 경험했다.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미국 20여개 도시를 돌며 콘서트를 열자, 해당 지역 숙박업과 식당 수요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팬들이 서로 우정 팔찌를 나누는 문화 덕에 지역 공예품 가게의 매출이 증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5월부터 시작된 팝가수 비욘세의 월드투어를 통해서도 비슷한 경제적 효과가 창출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욘세 팬들이 이번 투어를 보기 위해 2016년 월드 투어 때보다 46% 더 멀리 여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테일러 스위프트·비욘세의 투어와 ‘바벤하이머’ 판매 수입이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총 85억 달러(약 11조 2100억원)를 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이런 흥행 열풍이 끝난 뒤 마주할 후유증도 함께 우려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두 팝가수의 투어가 끝나고 ‘바벤하이머’ 상영이 끝나면서 4분기 소비지출 증가율을 0.6%포인트 낮추는 숙취효과(hangover effect)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도 “영화와 공연이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라 울프 모건 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향후 금리 경로를 정하는 데 있어서 대중문화 이벤트가 앞으로 감소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4분기에는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면서 소비를 더욱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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