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아닌 '와수베가스' 아시나요? 3대 군세권은 지금 [정전 70년 한미동맹 70년]

이철재 2023. 9.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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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상서면 화천군 산양리는 최전방 장병들에겐 '사방거리'라는 지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철원군 서면 와수리는 아예 '와수베가스'라고 불린다. '와수'리와 미국의 라스'베가스'(라스베이거스)를 합해 만든 별칭이다. 여기에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까지 더 해 '3대 군세권('군'+역'세권) 마을로 꼽힌다.

사벙거리 입구. 지명은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산양 1,2리다. 박영준 작가


군세권은 주변 부대에서 외출·외박을 나온 장병에 기대는 상권이다. 원래 사통발달했던 곳들인데, 6·25 전쟁이 끝난 뒤 군이 주둔하면서 자연스럽게 군세권으로 바뀌었다. 사방거리의 경우 복무를 마친 전역 장병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리를 잡은 터전이기도 했다.

군세권의 특징은 군인용품을 파는 군장점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현역 장병들뿐만 아니라 인근 부대에서 제대한 사람들도 추억을 찾아 군장점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한때 장병들을 상대로 한 바가지 상혼이 심하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최근 병력감축과 부대해체로 일부 지역의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사방거리의 산증인인 함흥근(70) 전 산양1리 이장을 만나 최전방 마을의 애환을 들어봤다.

사방거리의 산증인 함흥근 전 산양1리 이장. 박영준 작가

Q : 사방거리가 어떤 곳이었나.
A : "한때 김 진사네 99칸 저택이 있던 곳이었는데, 전쟁으로 마을이 다 불탔다. 전후 군인들이 몰리자 자기 집에서 좌판을 깔고 장사들을 하기 시작했다. 전기가 안 들어왔을 때 남폿불(램프)을 달고 당구장을 열기도 했다."

Q : 주변에 얼마나 부대가 많나.
A : "화천군에 3개 사단이 있다. 상서면엔 5개 연대가 있다. 산양리(산양1,2리) 주변엔 13개 대대가 있다. 주민보다 군인이 더 많은 데가 화천이다."

Q : 바가지 상혼 얘기가 들렸다.
A : "외지인들이 바가지로 악착같이 돈을 번 뒤 다 떠났다. 원래 주민들은 주로 농사를 지었다."

Q : 최전방과 가까워 농사짓기 어려웠을 텐데.
A : "한때 수시로 무장공비가 나왔다. 민통선 안에 논밭이 있으면 영농 출입증을 받아야 했다. 땅을 갈면 돌보다 탄피가 많이 나왔다. 가마니에 담아 고물장수에게 팔아 용돈을 챙길 정도였다."

Q : 장병들과 관계가 어떤가.
A : "주민들과 장병들 사이가 좋다. 장병들이 모내기도 돕고, 수해가 나면 대민지원도 나오며, 중고등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함 전 이장은 "안보 때문에 군이 주둔하는 건 이해한다. 그러나 그 때문에 주민들이 입는 피해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댐 주변 마을에 발전기금을 주듯, 부대 주변 마을에게도 반대급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화천의 대전차 장애물.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로봇 모양으로 만들었다. 박영준 작가


군세권도 달라지고 있다. 화천군은 작은영화관을 운영하는 데 장병들에겐 1000원을 깎아 준다. 화천군 작은영화관의 신양리(사방거리) 지점인 'DMZ 시네마'는 1일 현재 '오펜하이머''콘크리트 유토피아' 등을 상영하고 있다.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이 함께 마련한 '나라사랑 페이'로 우대업소를 이용할 경우 최대 30%까지 적립을 받을 수 있다.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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