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된 '샐리'의 끝나지 않은 로맨스…롬콤 시조새가 돌아왔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그리고 '유브 갓 메일.' 이 영화 제목만으로 설렌다면, 당신에게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동의어는 멕 라이언일 터다. 그는 특유의 통통 튀는 발랄함으로 1980~1990년대를 풍미했지만 최근엔 작품 활동이 뜸한 편이었다. 2015년 '이타카'라는 드라마 장르 영화로 감독으로 데뷔했지만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그런 그가, 로맨틱 코미디로 귀환한다. 다음달 북미에서 개봉하는 영화 '왓 해픈스 레이터(What Happens Later)'로다. CNN부터 피플 매거진까지, 영미권 연예 매체들은 "왕년의 롬콤(rom-com, 로맨틱 코미디) 여왕의 귀환"이라며 떠들썩하다.
이번 작품 역시 감독을 맡았고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 주연도 맡았는데, 남자 주인공은 'X파일' 시리즈의 주인공 멀더 역으로 국내에도 친숙한 데이비드 듀코브니 배우가 맡았다. 라이언은 62세, 듀코브니는 63세다. 이들은 주인공의 엄마아빠가 아닌, 사랑으로 고민하고 마음이 떨리기도 하는 60대 주인공을 맡았다. 이들은 젊은 시절 열애를 했다가 헤어진 이들이 우연히 폭설로 공항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라이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로맨틱하고 섹시한 이들에 관한 이야기"라며 "기존 로맨틱 코미디에서 한 발 더 들어간 깊이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멕 라이언을 멕 라이언으로 만든 영화는 뭐니뭐니해도 1989년 개봉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다. 이 영화의 원작을 쓴 인물은 노라 에프론(1941~2012)이라는 언론인 겸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다. 날카로운 위트가 가득한 에세이집으로도 유명하다. 에프론 사망 당시 라이언은 "노라는 한 시대를 대표한 아이콘이자, 우리 모두에게 꿈을 선사해준 인물"이라며 추도했다. 에프론은 '유브 갓 메일'의 감독이기도 했다. 라이언에게 에프론은 영원한 '큰 언니' 같은 존재인 셈이다.
이번 작품에도 라이언은 에프론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 매거진에 지난달 30일 실린 대담 기사에서 "노라 에프론은 로맨틱 코미디는 단순한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하곤 했다"며 "그 시대의 의미에 대한 비평을 연애라는 장르를 통해 비평하는 메시지가 숨어있다고 했고, 내가 이번 영화에서 하고자 했던 바도 그렇다"고 말했다. 특정 사회와 특정 시대에서 어떤 이들이 사랑에 빠지고 어떻게 헤어지는지는 단순한 남녀상열지사를 넘어 그 사회와 시대에 대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맥락에서, 60대의 냉정과 열정사이 로맨스를 그린 이 영화는 2023년의 이야기를 반영한다. USA투데이는 "나이와 연애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그린 콘텐트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이도 아닌 멕 라이언이 60대에 로맨틱 코미디로 귀환했다는 건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심오한 문화비평 메시지는 뒤로 하고, 중요한 건 USA투데이가 지적했듯, 이거다. "우리는 멕 라이언이 진심, 그리웠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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