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비 묻자 "70원", 개찰구서 들통…정치인 울린 교통비 잔혹사

강보현 2023. 9.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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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1000원쯤 되지 않나요?” "
지난 8월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택시 기본요금이 얼마인지 아느냐”고 묻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내놓은 답변이다. 서울 기준 4800원인 실제 요금과 전혀 다른 답변에 장내에선 탄식이 흘렀다. 한 총리는 시내버스 요금을 묻는 말에도 “한 2천원…”이라 얼버무렸다. 서울 시내버스 요금은 지난 12일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한 총리는 이후 다른 의원 질의 순서 때 양해를 구한 뒤 “제가 택시요금 1000원 이야기를 한 것은 이번에 (택시요금이) 인상되는 것에 대해 보고를 많이 듣고 고민한 것이 (반영)돼서 제가 좀 착각을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잼버리 대원들이 미끄러질까 “도시락에 바나나를 넣지 말라” 주문하던 ‘꼼꼼 총리’마저도 대중교통 질문의 덫은 피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주로 관용차로 이동하는 정치인과 관료들에게는 이처럼 교통요금 질문이 ‘킬러 문항’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은 2021년 2월 첫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택시 요금을 “보통 1200원”이라 말해 빈축을 샀다. “카드로 (결제)한다”며 수습을 시도했으나, “교통정책을 담당할 장관이 대중교통 기본요금도 모르느냐”는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의 질책에 더는 변명하지 못했다.

2012년 새누리당 대선 경선 TV토론회에서는 서울 시내버스 요금을 묻는 사회자 질문에 후보자들이 “패스, 패스”(김태호)를 외치거나, “900원”(임태희)이라는 오답을 내놓았다. 당시 서울 시내버스 기본 카드요금은 1050원이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8년 한 방송에서 서울시 지하철 요금을 “1250원인데 교통카드를 찍으면 1150원”이라 자신 있게 설명했으나, 당시 기본요금은 교통카드 기준으로 1250원이었다.

정몽준 전 대표가 청소년용 교통카드를 들어보이며 '버스비 70원' 발언을 사과하는 모습. 중앙포토

교통비 실언의 원조 격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버스비 70원” 발언이다. 2008년 6월 전당대회 TV토론에서 나온 이 언급은 그의 정치 인생 내내 꼬리표로 따라다녔다. 한 달 뒤 7월 전당대회에서 그는 “버스 값 잘 몰라 참 송구스럽습니다. 그 후 한 당원동지가 제게 이 티머니 카드를 주셨다”고 사과했으나, 청소년용 카드를 들어 보이면서 재차 웃음거리를 만들었다. 그는 마지막 정치 행보였던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지하철을 몇 번 탔느냐”는 기자 질문에 “1~3호선을 2시간 탔는데, 공기가 굉장히 나쁘다”고 답하며 끝내 낙선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개찰구를 잘못 들어가는 모습


앞선 사례들이 ‘암기 부족형’이라면, 서민 체험을 하려다 자연스레 무지가 들통난 경우도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020년 1월 동대문역에서 교통카드를 개찰구 오른쪽 단말기가 아닌 왼쪽에 갖다 대 지하철 탑승을 거부당한 사건이 있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탑승 완료 처리 카드를 5번 찍은 뒤에야 그는 주변 도움을 받아 탑승구 옆 출입구로 들어갔다.

이를 두고 당시 새로운보수당 소속이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좌빵우물(왼쪽에 빵, 오른쪽에 물을 놓는 서양 식탁문화)에 더불어 교통카드는 오른쪽”이라 일침을 가했다. 정치권에선 “만 67세로 지하철 무임승차가 가능한데, 굳이 교통카드를 사용해 서민 코스프레를 했다” 비판이 나왔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매표기에 1만원 권 두장을 넣는 모습

2017년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국민 속으로 파고들겠다”고 각오를 밝힌 뒤 야심 차게 공항철도로 향했으나, 발매기 현금 투입구에 1만 원권 2장을 넣어 논란이 일었다. 이후에도 민심과 괴리된 좌충우돌을 이어가던 반 전 총장은 20일 만에 대권 포기 선언을 하며 ‘반기문 대세론’에 막을 내렸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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