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싱도 때린 공무원 '품행제로'…'왕의 DNA' 중징계 결말은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왕의 DNA’란 표현을 담은 편지를 보내고 아동학대로 신고해 논란이 된 교육부 공무원 A씨가 결국 중징계(정직 혹은 강등·해임·파면 등)를 받게 됐다. 통상 중징계 대상이 되는 성폭력이나 음주운전 등 명백한 범죄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높은 수위라는 평가다.
교육계에서는 A씨가 징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징계 근거로 든 품위 유지 의무의 적용 범위가 모호해 불복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품위는 사석에서도”…의무는 어디까지
교육부는 공무원 A씨에 대한 교권침해 의혹 조사 결과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교육부가 징계 근거로 삼은 건 공무원의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다. 국가공무원법 63조에는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사생활 영역도 법의 적용 범위라는 뜻이다. A씨가 자녀의 담임교사를 경찰에 신고한 일이나 ‘왕의 DNA’를 담은 편지를 보낸 일 역시 사인(私人)으로서 한 일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육 활동 보호에 앞장서야 할 교육부 공무원이 학교의 교육활동에 부당하게 간섭해 교권을 침해하고 교육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저하했다”고 봤다.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은 공무원 징계 시 가장 많이 적용되는 조항이기도 하다. 인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징계를 받은 공무원 2230명 중 가장 비율이 높았던 비위 유형이 품위 손상(1458명, 65.4%)이었다.
하지만 법 적용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비판도 있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무원, 군인, 경찰 등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이유로 기본권을 제한받아도 된다는 개념은 시대적 흐름과는 다소 동떨어지는 개념”이라며 “일반적인 국민의 상식으로 ‘이 정도면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품위 손상이라고 하는데, 악용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엔 한 병무청 직원이 문신과 피어싱을 한 것이 품위 유지 위반이라며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6년엔 징계를 받은 한 경찰공무원이 “품위유지 의무조항이 징계 사유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정하고 있어 헌법에 위반한다”며 헌법 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징계 공무원이 불복해 제기한 소청심사 821건 중 가장 많은 비위 유형도 품위 손상(312명)이었다.
‘왕의 DNA’ 공무원 소송 불복할까
교육계에서는 A씨 역시 징계에 불복해 소청심사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2016년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은 사석에서 “민중은 개·돼지” 등의 발언을 해 파면을 당했지만 행정 소송에서 승소해 징계 수위가 강등 처분으로 경감됐다. 결국 징계 2년 후인 2018년에 복직했다.
전수민 변호사는 “행정상의 조치인 징계와 달리 법원에서는 문제가 된 발언이 나온 경위, 고의 여부, 심각성, 전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징계의 적합성을 따지다 보니 소송에 가면 징계 결과는 알 수 없다”며 “A씨의 경우도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기 전까지는 징계 대상이 아니었고 업무상 지위를 악용하려는 의도가 없었던 점 등 A씨에게 유리한 상황도 참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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