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정치인과 버스 요금

남도영 2023. 9. 2.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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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요금을 몰라 낭패를 봤던 대표적인 정치인은 재벌가 출신 정몽준 전 의원이었다.

그는 2008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TV 토론에서 버스 기본요금을 묻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한 70원 하나"라고 답했다가 '서민 삶을 모르는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30일 국회 답변에서 택시 기본요금을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한 1000원쯤"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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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논설위원


대중교통 요금을 몰라 낭패를 봤던 대표적인 정치인은 재벌가 출신 정몽준 전 의원이었다. 그는 2008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TV 토론에서 버스 기본요금을 묻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한 70원 하나”라고 답했다가 ‘서민 삶을 모르는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017년 1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서울역까지 공항철도로 이동했다. 그런데 공항철도표 발매기에 만 원짜리 2장을 동시에 넣으려다 실패해 점수를 까먹었다. 2018년 3선에 도전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방송에서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을 묻는 말에 “1250원인데 교통카드를 찍으면 1150원”이라고 답했는데, 틀렸다. 당시 교통카드로 찍으면 요금이 1250원이었다. 2021년 2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택시 기본요금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변 장관은 우물쭈물하다가 “1200원 정도”라고 대답했다.틀렸다. 당시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3800원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30일 국회 답변에서 택시 기본요금을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한 1000원쯤”이라고 답했다. 서울 시내버스 요금에 대해서는 “2000원”이라고 답했다.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지 않는 국회의원과 장관 등 고위직 공무원들이 대중교통 요금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과거 TV토론이 예정된 정치인들이 대중교통 요금이나 라면 같은 주요 생필품값을 벼락치기로 외우기도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반 국민도 요금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주로 카드로 계산하는 데다, 택시는 앱을 통해 호출하고 결제하는 게 일반화됐다. 택시 종류도 많아 블루, 블랙, 일반호출, 모범이 전부 요금이 다르다.

한 총리에게 물어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질문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요금을 잘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나도 요금은 모른다. 총리가 초등학생이냐”라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이제 면박주기용 질문은 사라졌으면 한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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