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y 中 Bye 中?… 흔들리는 중국 경제

신창호 2023. 9. 2.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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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 옮기려는 美… 中 호황 끝났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 맞서 G2 시대를 열었던 중국 경제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3대 부동산 개발회사인 헝다·완다·비구이위안 그룹의 연쇄 디폴트 위기, 판매·소비가 동시에 급락하는 디플레이션 진입, 경제성장률 추락, 대규모 청년실업 등 위기를 알리는 악재가 동시다발로 터지는 양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고 진단했다. WSJ뿐 아니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 경제가 1980년대 후반부터 30년 이상 고도성장을 이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심지어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경제가 완전히 몰락할 경우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는 기사까지 게재했다. NYT는 이 기사에서 “단기적으로는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독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미국 등이 일부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되레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마디로 2010년대 중반 글로벌 시대 ‘값싼 제품’ 공급자 역할로 ‘어디서든 환영받던 중국’이 블록주의 시대를 맞아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중국’으로 180% 바뀌었다는 진단이다.

지정학 의존 발전모델, 임계치 도달

서방 언론과 경제전문가들이 이 같은 비판을 쏟아내는 배경엔 중국의 발전이 처음부터 끝까지 미·중 관계와 서방의 필요에 따라 좌지우지돼 왔다는 분석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발전은 1970년대 초·중반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닉슨 독트린’ 실행부터 시작됐다. 미·중 관계 복원에 의해 비로소 경제 발전 궤도에 진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80년대 중반부터 중국의 역할은 ‘세계의 공장’이었다. 값싸고 질 좋은 저가 공산품이 필요했던 미국 소비시장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최대 수입처였다. 한국과 일본, 독일은 중국이 이 같은 물건을 만드는 데 드는 기계와 가공원료 등 중간재를 제공하는 공급자를 맡았다.

전 세계 공급망이 ‘중국=저가 상품 생산기지, 미국=소비시장, 한·일·독=중간재 수출자’로 명확하게 정리되자 중국의 2차 산업은 글로벌리즘이 횡행했던 2010년대 중반까지 눈부시게 발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트럼피즘(Trumpism)’이 등장한 2016년부터 세계 공급망은 급변했다. 미국이 제조업 재건에 나서면서 중국산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게 출발점이었다. 2020년 집권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의 공장’ 역할을 아예 없애기 시작했다. 저가 상품 수출 규제에 더한 첨단산업 봉쇄로 미·중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로 대변되는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해 미국은 ‘서방 줄 세우기’로 맞대응했고, 전 세계 지정학은 글로벌리즘에서 블록주의로 급변했다. 저가 상품 수출 길이 막히자 중국 경제는 처음으로 위기 신호를 터뜨렸다. 서방의 첨단기술이 봉쇄되자 2차 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경제구조를 바꾸려던 중국의 계획은 뿌리째 흔들렸다.

홍콩 금융가의 거물로 대표적 친중 인사인 류멍슝 전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은 지난달 26일 싱가포르 친중 매체 ‘연합조보’에 “현재 중국 경제의 위기는 미국과의 극한 대결을 추구한 시진핑 체제의 역설이자 자업자득”이라는 기고문을 실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아니라 끊임없는 대결에 매달리는 한 중국 경제가 반등할 가능성이 없다는 비판이었다.

‘수입 대체’ ‘외형 성장’ 모델의 추락

지금까지 중국은 저가 상품의 수출로 축적한 자본을 부동산에 쏟아부으면서 성장했다. 국가가 소유한 토지를 임대해 아파트 단지를 짓고, 지방 곳곳에 대규모 토목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빌려준 토지의 임대료는 고스란히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곳간에 쌓였다. 이 돈을 중국은 첨단 정보기술(IT)과 전기차 등 기술집약 산업에 투입했다. 첨단산업을 표방한 벤처·스타트업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건설회사에는 무한도의 신용대출을 남발했다.

서방제 제품이 장악했던 전자제품, 자동차, 컴퓨터, 화장품 시장도 14억 인구의 구매력을 무기로 ‘수입 대체’에 나서 빠르게 국산화했다. 서방 기술의 특허와 지식재산권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베껴도 폐쇄적인 중국 소비시장에선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보조금과 대출에 의존한 첨단산업 기업과 건설사들은 엄청난 채무를 지게 됐고 빚을 빚으로 막는 사업 방식이 일상사가 됐다. 복제에 의존한 수입 대체 상품으로 완성된 소비시장은 서방 국가엔 더 이상 상품을 수출할 수 없는 ‘벽’으로 자리 잡게 됐다.

국가가 모든 경제 부문을 통제하고 수입의 문은 꽁꽁 닫으며 금융시장마저 개방하지 않자 미국과 서방은 돌변했다. 중국이 아닌 제3의 국가에서 ‘세계의 공장’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했던 외국 기업들이 인도 베트남으로 몰려가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경제 성장의 핵이었던 부동산은 폭발 일보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30년간 폭등했던 부동산 가격이 경기 침체로 급락하자 부동산개발회사와 건설사는 도미노처럼 도산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쌓아놓은 부채는 돈을 빌려준 국영은행과 지방정부까지 파산 위기로 몰아넣었다.

첨단기술 기업들은 미국과 서방의 기술 통제로 갈 길을 잃고 있다. 서방 첨단기술을 몰래 빼내 도용하다 미국 수출길이 아예 막혀버렸던 6년 전의 ‘화웨이 사태’가 모든 중국 첨단기업들로 확산한 것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장비가 없어 연쇄 파산하고 있고, ‘틱톡’ 같은 SNS 플랫폼마저 중국 국내용으로 전락해 버렸다.

애덤 투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 경제사상 가장 극적인 급변 사태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성장이라는 ‘떡고물’만 취하고 부실과 채무·국가통제가 낳은 ‘거품’을 외면했던 중국 경제가 한꺼번에 와해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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