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카이로스의 시간이 오고 있다
성경에는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다는 이 한 가지를 잊지 말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인간의 시간인 크로노스가 아닌 하나님의 시간, 즉 카이로스를 의미한다. 사람의 시간은 분명한 한계와 제한이 있지만, 하나님의 시간엔 구분도 없고 제한도 없다는 말씀이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눈으로 보면 ‘지나간 내일’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인간의 시각으로는 어불성설이지만 말이다. 카이로스는 그리스어로 ‘기회’라는 의미다. 우리의 역사를 카이로스 입장에서 보면 어떤 기회가 오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바로 하나님의 통치가 구현된 세상인 ‘시온의 시간’이 오고 있다. 1945년 8월 15일은 그야말로 새벽같이 왔다. 78년 전 이날, 광복의 기쁨이 조선 반도를 뒤덮었다. 대한민국과 일본이 겪던 36년간의 갈등과 반목의 세월을 끊어낸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스스로가 해결하지 못한 독립으로 인해 광복의 기쁨도 잠시, 이내 허리가 잘린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 후유증으로 남과 북은 또 다른 대립과 갈등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을 겪었다.
정전 70주년을 지나고 광복 78주년을 맞아 지난달 14일 서울시청 앞에 있는 서울광장에서 특별한 예배가 진행됐다. 대한민국 갈등의 역사, 흉악의 결박과 멍에를 끊고 성령으로 남북한이 하나가 되자는 아주 뜻깊은 행사로 시온대회준비위원회가 주관한 복음 통일찬양콘서트였다.
이날 콘서트에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유대인과 30여개국 250여명의 열방 중보자들이 참석해 서울 한복판에서 한반도 복음 통일을 위해 예배드렸다. 참석자들은 2023년은 예년과 달리 아주 특별한 해임을 강조했다. 우리 민족 불행의 역사, 갈등의 역사를 종식하고 연합의 새 역사를 통해 샬롬의 시대, 평화의 새 역사를 여는 결정적인 시간이 바로 2023년 8월이라는 점도 부각했다.
콘서트를 이끈 인천 주사랑교회 장상길 목사는 “한반도에 카이로스 시간, 지금 때가 찼다”면서 “이사야 9장 2절 말씀처럼 바야흐로 흑암의 땅 저 북한에 하나님의 큰 빛이 그들에게 비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복음 통일의 시점을 올해로 잡고 있다고 했다. 그 근거로 성경 말씀을 들었다.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우리가 연합해 하나님을 경배할 때 하늘 문이 열리고 남북이 하나가 되는 축제장이 서울의 한복판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열방의 교회와 함께할 때 다니엘에게 주신 말씀 9장 2절의 ‘황폐함이 70년 만에 그치리라’는 그 약속이 성취되는 2023년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장 목사는 엘리사가 거문고 타는 자들을 불러 거문고를 탈 때 모압이 패망한 것처럼 하프가 연주될 때에 갈등의 모든 쓴 뿌리가 뽑히고 북한 정권의 모든 악이 떠나가는 역사가 있게 되고 연합의 새 장이 열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이날 장엄하고 위엄이 넘치는 하프와 쇼파르(양각나팔)의 연주가 회개 기도와 함께 울려 퍼졌고, 이후에 온 세대가 함께하는 연합기도회와 온 지역이 함께하는 기도회가 계속됐다. 오직 성령으로 하나가 되자고 하는 염원이 가득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전에는 이념 갈등을 조장하고, 동성애 갈등으로 얼룩지고, 양극단의 집회로 서로를 반목하며 적대시하고 충돌했던 이곳 광장이 이제부터는 화해와 협력이 연합을 통해 이뤄지는 소통과 희망의 광장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기적을 낳는다. 미래는 예비하고 준비된 만큼 오는 법이다. 2023년 8월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오곡백과 풍성한 결실의 계절인 9월의 문턱에 섰다. 광복 78주년을 보내며 정전 70주년이라는 갈등의 역사를 이제 완전히 끊어내고 하나님의 더 특별한 기적과 초자연적인 역사가 하루속히 일어나길 우리 모두 간절히 기도할 때다.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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