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앙과 문화] 묻지마 범죄의 현실, 낙인 문화를 넘어서는 교회로
최근 들어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명 ‘묻지마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무고한 생명이 세상을 떠났고, 가족들과 우리 사회는 황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일상을 보며 정부와 특히 치안 담당자들은 이런 범죄를 어떻게든 예방하고자 힘을 모으고 있다. 묻지마 범죄는 무차별 범죄, 무동기 범죄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경찰에서는 작년 1월부터 이를 ‘이상동기 범죄’로 부르며 연구를 진행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상동기 범죄란 일반 상식선에서 범죄의 동기가 이해되지 않고 불특정 대상, 특히 다수 사람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범죄 사건을 말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범죄의 원인을 분석해왔는데, 크게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개인적 차원이란 범죄자 개인의 심리적 좌절과 불안, 현실에 대한 분노의 상태가 범죄의 요인이 되었거나, 범죄자가 가진 정신질환이 범죄의 요인이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차원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경제·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정, 공동체의 약화 및 사회적 관계 단절과 고립 등이 범죄의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범죄의 원인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하나의 고통스럽고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범죄들과 마찬가지로 이상동기 범죄 역시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문제나 정신장애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사회구조적 문제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범죄의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개인적 요인들은 사회적 상황의 영향 속에서 생겨난다.
특히 심리적으로 유약하거나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은 인간관계나 경제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기 쉬우며, 경쟁적이고 차별적인 사회 현실 속에서 이들의 심리적·정신적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기 쉽다. 그래서 이러한 묻지마 범죄 또는 이상동기 범죄는 ‘선진국형 범죄’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선진국이 되면서 사회 전체는 발전하지만 이러한 혜택에서 소외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우리보다 앞서 이러한 범죄 문제를 겪었고, 이를 풀어가기 위한 근본 대책으로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이들의 사회적 연결망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다뤄온 것을 보면, 범죄가 발생하는 사회적 상황과 그 맥락은 묻지 않고 개인의 정신질환 문제만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이는 2016년 서울 강남역 사건 이후 가속화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즉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하는 문제는 묻어 두고, 개인이 가진 정신적 어려움만을 범죄 원인으로 국한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개인적 차원의 대응과 억압적이고 통제적인 치안 강화 방식이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려면 범죄가 발생하는 사회적 현실을 돌아보고 이를 풀어가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현실을 볼 때마다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이 떠오른다. 당시 사람들은 율법의 범주를 벗어난 사람들, ‘정상인’의 범주에 들 수 없는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격리했고 이들은 죄인으로 ‘낙인’ 찍혔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들을 찾아가 곁에 계셨고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 사회공동체는 ‘격리’라는 쉬운 방식을 택했지만 예수님은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셨다.
우리도 이러한 일을 시도할 수 있을까. 잘못된 ‘낙인 문화’와 ‘차별 문화’에 동조하지 않고, 도리어 그들과 함께하며 아픔을 돌아보는 것. 밀려나고 소외된 삶에서 피어나는 분노와 좌절에 공감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힘쓰는 것. 시대의 고통에 응답하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우리도 따를 수 있기를 바란다.
김용준 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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