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얼라이브] 챗GPT도 말했다 “인간의 본질적 문제… 성경에 답 있다”
최원호 은혜제일교회 목사
진리의 바다로 가늘 길에는 질문이 있다. 진리는 곧 물음을 통해 실체와 본질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에 빠른 속도로 경제·사회적 변화를 겪어왔다. 이런 급진적 변화 속에서 많은 사람이 삶의 질이나 삶의 의미, 죽음과 그 이후 세계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됐다. 급격한 변화는 항상 불안과 혼란을 동반한다. 이러한 변화의 속도에 맞춰 개인은 인생의 가치와 삶의 방향을 재정립하게 되며, 종교와 철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탐색이 시작된다.
이런 탐색의 과정에서 ‘삶의 의미’나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은 대부분 사람에게 공통으로 나타난다. 특히 한국 근·현대사에서 기독교가 큰 영향을 미치며, 많은 사람이 교회를 통해 이러한 주제에 대한 메시지를 들었다. 하지만 교회에서 듣는 메시지가 항상 개인의 삶과 직접 연결돼 깊은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다.
우리 사회의 빠른 변화와 함께 나타나는 문제는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높은 자살률, 부동산 가격의 급등, 청소년들의 극단적 선택 등은 모두 사회·경제적 요인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려면 개인 삶의 질과 가치관, 그리고 사회 전반의 가치관과 철학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
일찍이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철학적이며 신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인간의 본질적 문제, 곧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물음에 천착했다. 그는 1987년 11월 임종 무렵 24개의 질문을 남겼다. 질문의 주제는 인류가 유사 이래 끊임없이 제기해온 최고, 최대 숙제인 인간 본질적인 질문들이었다. 이는 곧 오늘날 우리들의 물음이기도 하다.
이 회장이 던진 질문에 대해 차동엽 신부는 2012년 ‘잊혀진 질문’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 회장의 24가지 질문은 당시 교계 안팎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유명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회장이 남긴 질문은 사반세기가 지났지만,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시대가 한창인 지금도 ‘살아 있는 질문’으로 우리의 귓가를 울린다. 그의 질문은 단순히 경영과 관련된 질문이 아니라 삶과 죽음, 인간 본질과 가치 등에 관한 깊은 질문이다. 이런 질문들은 우리 모두에게, 특히 시대 변화와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중요하다.
서울 중랑구 상봉동 은혜제일교회 담임 최원호(59) 목사는 올 초 ‘잊혀진 질문, 풀리지 않은 고민’을 주제로 이병철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천착한 24가지 질문에 대해 탐구에 나섰다.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신학과 심리학을 공부했고 홍익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28일 은혜제일교회 북카페에서 만난 최 목사는 10여년 전부터 차 신부가 펴낸 책을 여러 번 탐독했지만, 이 회장이 제기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단순히 답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최 목사는 이 질문들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언젠가는 그 답을 찾아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새로운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그는 ‘왜 기독교 목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않을까’ 하는 자문자답을 무수히 해왔다고 했다.
개신교 목사와 천주교 신부의 차이점은 뭘까. 목사와 신부의 차이는 그저 표면적인 것만이 아니다. 그들 각각의 교육, 신앙 실천, 그리고 교리 및 전통이 그 차이를 명확히 드러낸다. 그 차이는 각각의 신학적 배경에서부터 교리, 신앙의 실천 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두 그룹 모두 성경을 근본으로 여기지만 그 성경에 대한 해석과 실천 모양새는 각각 다르다. 가톨릭은 교황 중심의 교회 구조와 교회의 깊은 전통을 바탕으로 한다. 반면, 개신교는 성경만을 최고의 권위로 여기며 그 해석과 실천을 중심으로 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배경과 신앙 체계를 가진 두 그룹이 같은 질문에 다른 관점과 접근 방식으로 답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러나 그들의 답변 속에서는 그들의 깊은 신앙과 지식, 그리고 그들이 가진 세계관이 반영되거든요.”
최 목사는 깊은 탐구의 과정에서, 자신의 신앙과 세상에 대한 보다 깊고 폭넓은 시각을 얻게 됐다고 했다. 그 과정은 단순히 지식 습득의 차원을 넘어, 영적인 깨달음과 변화를 얻었다는 것이다. 24가지 질문 자체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이 질문들은 철학적, 신학적으로 깊이 연관돼 있으며 영혼의 구원과 밀접해, 어느 하나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질문을 자세히 보면 종교학을 비롯해 기독론과 구원론 등 조직신학적 내용에서부터 비교종교에 이르기까지, 신학과 철학의 종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요. 이런 문제에 대해 평신도든 교역자든 깊은 고민을 통한 답변을 찾는 것은 중요한 학습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신학대학원에서 이 질문들을 목사나 강도사의 시험 문제로 사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 질문들은 평신도들의 관심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누구나 논의할 가치와 대상이 될 것입니다.”
질문의 구조를 분석해보면, 24개 문항 중 대부분은 기독교에 관한 질문이다. 그중 6개는 천주교에 관한 것이다. 질문의 깊이나 구조는 매우 복잡하지 않지만 일반인이나 철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깊이 있는 접근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질문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던지기는 어려우므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최 목사는 “이 질문들을 보면 이병철 회장이 기독교나 영혼의 구원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을 넘어 이미 그 세계에 대한 확신과 깊은 관심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시험 문제를 내는 사람이 확실한 답이나 방향 없이 문제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회장은 이미 문제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게 최 목사의 설명이다. 종종 그 질문 속에 자신이 기대하는 답변을 확인받으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이 옳았음을 검증받는 과정일 수 있다.
최 목사는 챗GPT와의 만남은 인간 판단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고 했다. AI는 데이터와 정보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기계이기 때문에, 입력되는 정보나 데이터 품질 정확성 그리고 현실성에 따라 그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사용자들은 AI의 제안이나 의견에 맹목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그 정보의 신뢰성과 AI의 판단이 현실에 얼마나 들어맞는지를 지속해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사람은 질문을 만들고 질문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교보문고 창업자 신용호 회장의 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를 벤치마킹한 새로운 명언이라고 했다. 우리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세계관이나 생각, 태도 등이 결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반대로 우리가 질문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지식, 경험, 그리고 가치관을 반영하기 때문에 질문은 우리를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많은 철학자나 지성인들의 명언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은 그들의 독창적이고 깊은 사고 탓이지만, 그 말들 역시 해당 시대의 문화와 사회 맥락에서 나왔다고 했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 그들만큼 깊고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성경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질문과 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최근 3자 대담 형식의 ‘삼성 이병철 회장과 챗GPT의 대화’(범우)를 펴낸 최 목사는 ‘왜’라는 질문은 겉으로 보기에 단순하나, 그 뒤에 깊은 힘이 숨어있다고 했다. 이는 우리의 생각과 판단을 근본부터 점검하게 하는 도구로,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 믿음을 재검토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근본적인 질문으로 우리는 더 확고하고 깊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게 최 목사의 주장이다.
“‘왜’라는 질문을 통한 탐구는 우리에게 삶 가치 꿈을 재고해보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인간의 궁금증을 넘어, 인생의 큰 그림을 보게 하는 경험을 할 수 있지요. 답을 찾는 이들에게 챗GPT는 성경에 답이 있다고 권면합니다.”
글·사진=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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