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지오바넬리, 매료될 수밖에 없는 어떤 것
Q : 본래 스튜디오 건물이 오래된 트램 차고지였다죠
A : 공간 높이와 지상층 출입구, 채광 때문이었어요. 제 작업에는 채광이 들어오는 넓은 공간이 중요해요. 스튜디오가 지닌 한계에 부딪히면 나도 모르게 작품 완성도가 떨어지기 쉬운 것 같아요. 많은 제작 업체들과 공유하는 공간이에요. 덕분에 육체적 노동과 일상적인 작업, 엄격한 직업윤리를 실제로 느끼는데, 이를 통해서도 영감을 받아요. 붉은 벽돌이나 빅토리아 시대의 타일, 오래된 트램 선로처럼 공간의 역사도 개성과 매력이 있는, 마음에 드는 부분이에요.
Q : 맨체스터와는 잘 맞나요
A : 살기 좋고 일하기 좋은 도시예요. 예술가로서 야심 차고 폭넓은 작업을 할 수 있죠. 다른 대도시에 비해 창의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은 것 같아요. 그 속에서 우리 스튜디오는 무정부적인 분위기로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죠.
Q : 영국 태생으로 독일의 슈테델슐레를 졸업했어요. 미술가로서 성장기를 보낸 그곳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A : 슈테델슐레에서 에이미 실만 교수님과 함께 보낸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요. 내가 그 과정에서 찾은 것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나 그림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에이미 교수님이 가진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었어요. 내가 어떤 화가인지, 어떤 화가가 될 수 있는지 비교적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슈테델슐레에 도착했거든요. 하지만 에이미 교수님과 작업하는 동안 그녀가 제시한 통찰력과 평가는 제 불확실한 아이디어를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슈테델슐레에는 그림을 배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깊게 생각하기 위해 가는 거니까요. 독일에서는 그림에 대한 ‘느긋한’ 미학과 냉소적 태도를 느낄 수 있는데, 저는 그것에 잘 적응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이런 경험이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거부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거죠.
Q : 한 인터뷰에서 “나는 빈 캔버스를 보고 그냥 시작할 수 있는 화가가 아니다”라고 말한 적 있어요. 당신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무엇에서 시작해 어떻게 끝을 맺나요
A : 맞아요. 저는 그림을 그려지는 대로 그리는 화가가 아닙니다. 캔버스를 밀고 당기고, 긁어내고, 덧칠하고, 조정하는 등 캔버스와의 싸움에 들어가죠. 정상적 접근법을 가진 예술가들을 존경하지만, 저는 완전히 다릅니다. 캔버스에 그림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지를 먼저 정합니다. 안료나 빛, 반투명도 등은 제 작업에서 가장 기본적이기 때문에 표면이 탁해지거나 과하게 만드는 수정 작업의 위험을 감수할 수 없거든요. 그런 것은 제가 원하는 효과가 아닙니다.
Q : 어린 시절부터 줄곧 그림을 그려왔고, 당시 지미 헨드릭스와 마릴린 먼로의 초상화가 당신의 주제였던 것으로 알아요. 대중문화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A : 어릴 때 저는 이해와 감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별’을 그리곤 했어요. 이것이 제 버전의 아이콘 페인팅이었던 것 같아요!
Q : 당신이 아름답게 보고 또 그리는 것들을 관통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요? 자신의 그림을 통해 영구히 보존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A : 현대의 영적 환상, 즉 인간이 바라보고, 매료되고, 고양되는 것에 관심 있어요. 대부분 스펙터클하며 화려하고 매력적이죠. 저는 현대의 스타덤, 특히 여성 인물에 매료돼 이를 종교적 모티프와 혼합해요. 현대의 스타덤이 어떤 의미에서는 종교적 헌신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텔레비전이나 연극, 영화배우, 팝 스타와 기타 스펙터클의 사례는 일종의 숭배예요. 예전에는 예배가 교회 · 제단 · 성상 등에서 이뤄졌다면, 이제는 소비자 영역에서 이뤄지고 거의 종교적 차원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Q : 한 번에 얇은 레이어를 그리고 각각의 레이어가 마를 때까지 기다리며 작업하는 것으로 알아요. 그렇게 해서 과거의 유화 걸작처럼 매력적인 광도를 얻는다죠. 2021년 뉴욕 전시 〈Auto-da-fe′〉를 기점으로 선보이는 작품마다 적극적인 빛 표현이 발견돼요. 당신 작품의 포인트인 동시에 빛을 탐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A : 제 작업에서 빛은 확실히 핵심이에요. 빛의 극과 극, 빛이 이미지와 상호작용하고 이미지에서 발산되거나 이미지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 즉 빛이 발산되고, 빛나고, 빛이 빨려 들어가고 무너지는 방식에 매료돼 왔어요. 페인트 표면을 통해 이를 가로지르는 시도는 항상 도전 과제입니다.
Q : 질감 역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요. 그런 표현은 오일로 렌더링하기 까다롭다는데 이런 표현법에 어떤 열망이 녹아 있을까요
A : 예를 들어 금색과 은은한 광택, 무지개 빛깔의 패브릭 등 제가 시도하는 많은 표면은 도전적인 소재입니다. 하지만 그 도전이 시도하는 이유 중 하나죠. 노력과 가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어요. 귀금속이나 보석, 안료처럼요. 추출하기 어려울수록 더 많은 가치가 있죠.
Q : 천과 머리카락 역시 당신의 상징적 모티프가 됐습니다. 둘에 매료된 계기는
A : 잠시 미술사와 연결해 보면 이런 요소는 북부 르네상스 회화에서 항상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에요. 머리카락과 천은 모두 빛을 반사하고 흡수해요. 둘 다 드러내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죠. 조각적이면서도 2차원적이기 때문에 가장 많은 잠재력을 담고 있어요.
Q :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을 “옛 시대의 올드 마스터 회화를 보러 떠났을 때”라고 밝힌 적 있어요. 그 여행이 당신에게 가장 큰 수확으로 남은 이유는
A : 사실 여행의 대부분은 그곳에 어떤 예술품이 소장돼 있는지에 따라 결정돼요. 역사적 그림을 보기 위해 많은 ‘순례’를 다녀왔죠. 오래된 작품의 대부분은 이런 여행의 산물로, 이전 세대 거장들의 작품 요소를 적절히 재해석한 것이었고, 이는 본질적으로 제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사용한 기법이자 방법이었죠. 역사적 그림을 현장에서 연구하며 그림의 구성을 해독할 수 있었고, 이미지를 다시 맥락화하면서 전통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후베르트와 얀 판 에이크(Hubert and Jan van Eyck)의 겐트 제단화(Ghent Altarpiece), 산 마르코 교회의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 산 프란체스코 대성당의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 마드리드의 벨라스케스(Vela′zquez), 로마의 카라바조(Caravaggio)를 관람한 것이었어요.
Q : 현대미술과 예술사를 아우르는 회화는 당신 작품에서 주된 주제예요. 특히 얀 판 에이크(Jan Van Eyck), 로버트 캠핀(Robert Campin), 디르크 바우츠(Dirk Bouts)를 비롯해 북부 르네상스는 당신이 가장 집착했던 예술 시기이기도 해요
A : 제가 공부를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본 중요한 예술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미술품을 보기 위해 처음 떠난 여행은 겐트, 앤트워프, 브뤼셀, 암스테르담 같은 유럽 여행이었어요. 이때까지 저는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주로 책과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접했죠. 이것이 바로 ‘대중적인’ 르네상스입니다. 저는 북부 르네상스가 이와 얼마나 다른지 보고 충격을 받았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어요. 이탈리아는 신체를 커튼으로 가리는 경향이 있는 반면, 북부 르네상스는 이상적인 방식으로 신체를 보여줍니다. 북부 르네상스 예술 작품은 훨씬 더 세밀하고 더 많은 상징과 중세적 색조를 담고 있어요. 저는 작품에 전통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작품에 무게감을 더하고, 다른 방법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어요.
Q : 당신의 작품은 관람자에게 강한 감정적 반응을 일으켜요. 관람자가 당신 작품을 보고 어떻게 느끼길 원하나요
A : 한 번에 많은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는 1차원적 해석을 싫어합니다. 관객이 영화를 오래 감상하는 것처럼 제 작품에 몰입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을 나설 때, 기분이 약간 달라졌지만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 수 없죠. 이것이 제가 이루려는 목표입니다. 제 작품에 대한 사려 깊고 통찰력 있는 성찰과 해석을 많이 받았고, 이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전시회에서는 사람들이 그림을 만지거나, 심지어 핥는 경우도 몇 번 있었어요!
Q :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기간 동안 새로 문을 연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9월 5일부터 전시 〈영혼의 형상(The Embodied Spirit)〉을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이 무엇을 발견하면 좋을까요
A : 고조된 감정 상태와 의식, 종교와 도상학을 탐구했습니다. 산성 황색 · 녹색의 창백함과 결합된 성찬의 이미지를 통해 관객을 질병과 형상화, 변화된 인식에 대한 생각으로 이끌고 싶어요.
Q : 한국에 관해 알고 있는 것들은? 한국에서 무엇을 경험하길 바라나요
A : 빨리 음식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요. 특히 짜장면!
Q : 미묘하고 어딘가 초연하고 감상적인 당신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기본 자세는
A : 대부분의 그림과 마찬가지로 제 작품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느리게 봐야 하고, 오랜 관조적 접근을 통하면 새로운 측면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요. 각각의 시리즈는 본질적으로 연결돼 있고, 더 큰 시각적 대화의 일부를 형성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보지 말고 서로 관련 지어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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