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재명 촛불 소집령에 개딸 집결…"尹 탄핵" 외치며 '李 수호' 총력
폭언·욕설·몸싸움…대부분 유튜버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던 이재명
한 여성에 쓰던 '촛불' 던져주며 '미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지지자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윤석열 정권을 '폭정'으로 규정함과 동시에 '국민항쟁' 참여를 독려했다. 특히 이 대표 강성 지지자로 보이는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라"며 단체 구호를 외치거나, "우리가 (이재명과) 함께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7시 30분 국회본청 앞 계단에서 '제1차 윤석열 정권 폭정저지 민주주의 회복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본격적인 행사 시작 40여 분 전인 6시 50분부터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파란색 '인천 민주시민행진' 조끼를 입은 남성 1명과 다른 남성 2명은 본청 계단 옆 잔디에서 흡연을 했고, 꽁초는 잔디 위에 나뒹굴었다.
잔디광장 쪽에는 참석자들이 모형 LED 촛불을 수령하기 위해 긴 줄로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이재명과 나는 동지다 △무너지는 민주주의 다시 세우겠습니다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규탄한다 등의 손팻말이 들려있었다.
촛불행사 참가자 중 일부와 이 대표를 비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보수 성향 집회자들 사이에 폭언과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갈등의 당사자는 대부분 유튜버였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들은 "자중하시라, 참으시라"며 진땀을 흘렸다. 단식 이틀째를 맞은 이 대표는 이 시간 동안 농성이 진행 중인 본청 앞 천막에서 이날 연설 원고를 읽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7시 15분경, 해가 조금씩 저물면서 본청 앞 계단은 민주당 지지자들로 점차 채워지기 시작했고, 계단에 자리를 잡지 못한 참가자들은 계단 아래 잔디 광장을 메웠다. 언뜻 보기에도 1000여 명은 돼 보였다. 이 중 상당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딸)'로 보였다. 이들은 이 대표를 향해 "사랑합니다"라거나 "윤석열 탄핵"을 반복해서 외쳤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오늘 저녁 민주주의를 지킬 촛불을 들어달라"며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사전에 공지한 바 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만든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미리부터 '참석한다' '대표님과 함께 싸우자'는 등의 응원 게시글이 달렸다.
이 자리엔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은 물론 원외지역위원장, 총선 출마 희망자, 보좌진 및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단체들도 참석해 윤 정부 규탄에 가세했다. 기조 강연에 나선 전우용 씨는 최근 '이념 논쟁'에 휩싸인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왜 이 정부가 잘못했는데 이 대표가 고통을 겪어야 하나"라고 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며 단식 농성 중인 이 대표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강연 진행은 원활하지 못했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 고성과 욕설이 오가면서다. 계단 맨 위에서 '친일 매국노, 용산 X차반 탄핵. X져 2X끼야!'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던 한 남성은 강연 중 보수 집회자들을 향해 폭언과 욕설을 가하다가 다른 남성들로부터 제지 당해 결국 현수막을 접었다. 강연 흐름이 끊긴 전 씨는 주춤했고,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이 "교수님 화이팅"이라고 외쳤다. 그러나 참석자들 간 욕설 대치가 계속되자 이를 듣던 이 대표는 손에 들고 있던 피켓을 바닥에 내려놓은 채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고성과 폭언 속에 전 씨의 강연은 종료됐고, 사회를 맡은 안귀령 상근부대변인은 급히 구호를 주문했다. 구호는 '역사퇴행 국정농단, 폭압정치 중단하라' '민생파괴 민주훼손,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 등이다. 안 부대변인의 선창에 행사 참가자들은 세 번씩 따라 외쳤다. 안 대변인이 "다시 한 번 결의를 모아 용산에 들릴 만큼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자"고 독려하는 순간, 지지자들은 예정된 구호가 아닌 "윤석열 탄핵"을 수 차례 외쳤다.
박광온 원내대표의 발언 때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그가 마이크를 잡자마자 참가자들이 "윤석열 탄핵"을 계속해서 외치면서다.
목을 가다듬은 박 원내대표는 "국민이 다시 촛불을 들었고, 촛불은 나를 태워서 길을 밝힌다. 여러분도 촛불의 정신이 우리 모두를 살려낼 것이라 확신하십니까"라고 묻자 환호가 이어졌다. 이 가운데 일부 참가자들은 박 원내대표를 향해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윤석열 탄핵'과 '이재명!'을 외치는 등 한껏 고조되기 시작했다. 덩달아 보수 측 집회자들도 부부젤라를 불기 시작하며 야유를 퍼부었다. 일시적 아수라장을 가로질러 계단 앞 잔디광장 한가운데로 이 대표가 등장했다. 손에는 2개의 마이크를 쥔 채였다.
이 대표는 계단에 앉아 LED촛불을 들고 있던 지지자들을 향해 90도 인사를 한 뒤 "대통령은 국민을 지배하는 왕이 아니라 이 나라 주인인 국민의 명령을 받드는 머슴이자 대리인"이라며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국가 권력을 사익을 위해 남용하고, 국민을 지배 대상으로 여기며, 헌법질서를 악용해 자신들만을 위해 행사하고 있다. 이게 바로 국정농단이고 이게 바로 국기문란행위"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국민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을 통해 대한민국 퇴행과 민주주의 파괴를 막고 이 나라를 희망의 나라로 다시 재건하자"며 "내가 제일 선두에 서겠다. 불쏘시개가 돼 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 길이 전부라는 것을, 그 길이 국민이 원하는 길이라는 것을 우리 함께 증명해가자"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강조하던 '국민 항쟁' 여론전 참여를 독려한 셈이다.
오후 8시 30분을 넘은 시각 촛불문화제는 종료됐지만, 이 대표 지지자들은 계단을 올라 단식 농성 천막으로 향하는 이 대표를 에워싸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인파 한가운데로 '이 대표의 길'이 홍해처럼 갈라졌다.
계단 맨 위까지 오른 이 대표는 10칸 정도 아래 있는 지지자들을 돌아보며 자신이 미처 반납하지 못한 LED 촛불 하나를 던져줬다. 계단 바닥에 떨어진 촛불을 차지하고자 소동이 있었고, 이 대표는 지그시 미소를 띈 채 그 장면을 바라봤다. 이 대표가 사용한 촛불을 획득한 한 여성 지지자는 촛불을 가슴에 꼭 끌어 안았다.
자신을 향해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지지자들을 향해 이 대표는 "누가 같이 굶겠다고 하는데 굶지 마시라"며 "평소보다 더 많이 드시고 더 힘내서 더 열심히 싸워달라"고 손을 흔든 뒤 천막으로 들어갔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일부 지지자들은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이 대표는 단식 이틀째인 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부터 격려 전화를 받았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윤 정부의 폭주가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러워 전화를 드렸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민주당은 오는 4일과 5일에는 시·도당 차원의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장외투쟁이 주중 저녁과 주말 저녁 시간대에 예정돼 있어 당내에선 '총선 공천 경쟁' '충성심 테스트' 같은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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