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대륙의 실수’ 아니다…삼성·LG 위협하는 中 가전 [IFA 2023]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23’의 막이 올랐다. 올해로 99회째를 맞은 IFA 행사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53개국, 2302개 업체가 참가했다. 주최 측은 150여 개국 18만 명이 전시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행사가 열리는 ‘메세베를린’의 양 끝 전시관엔 삼성전자(시티큐브 베를린)와 LG전자(18홀)가 자리 잡아 글로벌 가전 양대산맥의 위상을 과시했다. 이 밖에도 한국 기업은 165개가 참가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대 규모(6026㎡·시티큐브 베를린) 공간에 ‘의미 있는 연결’을 주제로, LG전자는 ‘18홀’에 ‘모두를 위한 즐거움과 지속가능한 삶’을 주제로 각각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통으로 ‘초연결’과 ‘에너지’를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전시관에서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활용한 ‘초연결’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벤저민 브라운 삼성전자 유럽총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전날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현재 전 세계 2억8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싱스 에코 시스템을 지속 발전시켜, 일상에서 중요한 것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결’ 경험을 확대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에너지 절약,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친환경 제품도 대거 전시했다.
LG전자는 ‘씽큐’ 플랫폼을 활용해 제품·서비스를 휴대폰·태블릿과 연결하는 기능을 주로 체험하게 했다. LG 씽큐 홈 전시 공간에는 개인이 필요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업(UP)가전’을 선보였고, ‘넷제로 비전 하우스’에선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에너지 절약에 기여할 수 있는 홈 에너지 플랫폼을 공개했다.
① 삼성·LG “이젠 집도 짓는다”…‘모듈형 주택’ 전쟁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히 ‘모듈형 주택’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각각 1인 가구 콘셉트의 ‘타이니 하우스’와 ‘스마트 코티지’를 전시하면서다. 삼성전자의 ‘타이니하우스’는 넷제로(Net-Zero·탄소 실질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 홈을 표방한다. 내부는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활용해 가전·조명 등을 제어하는 ‘홈 컨트롤’, 구글 네스트의 도어 벨을 활용한 ‘보안 기능’, 에너지 사용량 모니터링이 가능한 ‘에너지 세이빙’ 기능 등으로 꾸몄다.
박찬우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서비스비즈그룹장(부사장)은 “SMA 등 주요 파트너와 협력해 집 전체를 ‘스마트싱스’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가전·에너지 등을 원격 관리하고, 에너지 자립이 가능토록 한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스마트 코티지’는 고효율 에너지 기술을 집약한 주거 솔루션으로, 지붕에는 4킬로와트(㎾)급 태양광 패널이 장착돼 이 주택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일부를 자체 생산한다. 내부는 복층형 구조로 1층 기준 약 36.36㎡(11평) 크기다.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 ‘써마브이 모노블럭’을 비롯해 오브제컬렉션 워시타워 콤팩트, 식기세척기, 인덕션 전기레인지 등 프리미엄 가전이 장착됐다. 사전 제작 기간은 2개월, 설치는 2~3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향은 LG전자 고객경험(CX)담당 상무는 “주택 모듈부터 내장된 가전까지 효율적으로 설계해 스마트 패키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LG전자가 모듈형 주택 건설부터 AS까지 모두 책임질 것이다. 북미·유럽 등에 먼저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② 메인 전시장 꿰찬 중국…꼬리 뺀 日
올해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대륙의 진격’이다. 하이센스·하이얼·TCL·창홍 등 크고 작은 1296개 중국 기업이 부스를 차렸는데, 이는 독일(229개)·한국(165개)·미국(61개) 등 주요국 중 가장 많았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여파로 대거 불참했지만, 올해는 TV·가전·스마트폰·로봇 등을 내세우고 각기 ‘혁신기술’임을 주장하며 전시회장을 가득 메웠다. 기조연설도 중국 스마트폰 기업 아너의 조지 자오 최고경영자(CEO), 하이센스의 피셔 유 대표 등이 맡아 중국 IT 업계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산하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 하이센스는 올해 IFA의 메인 스폰서를 맡기도 했다. 일본 대표주자 소니는 전시부스를 차리지 않고, 거래선을 위한 공간만 마련했다.
‘대륙의 실수’(중국산 제품이 예상 외의 성능을 발휘함)를 극복한 중국 기업들의 기술 진격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11시 20분엔 아너의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 ‘매직 V2’가 처음 공개됐는데, 이 ‘짝퉁 폴드’ 공개 행사엔 수백 명이 몰리며 관심을 끌었다. 제품은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 Z폴드5’와 유사했다. 힌지 부분도 들뜸이 없어 삼성의 ‘물방울 힌지’와 유사한 모습이었고, 제품 두께도 미세하게 얇았다.
TCL은 163형 4K 마이크로LED 제품 ‘시네마월’을 선보였다. IFA에 전시된 TV 제품 중 가장 큰 크기다. 하이센스는 미니LED 기반의 ULED 85형 TV 제품을 전시했다. 하이센스 관계자는 “OLED 제품은 삼성·LG를 따라갈 수 없다”면서도 “다만 성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ULED 제품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려고 한다. 85형 기준 삼성 OLED보다 250파운드(약 40만원)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CHiQ는 55형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크린을 전시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45%의 투명도를 구현하는 세계 유일의 기술’이라고 투명 OLED 스크린 제품을 소개한 바 있는데, 맨눈으로 봤을 때는 투명도가 낮은 것을 제외하면 기능상 차이가 거의 없어 보였다. ,
③ “짝퉁 아니야?” ‘추억의 이름’ 대우·현대
현대전자·대우전자 등 ‘추억의 기업’이 부활한 것도 눈에 띈다. 해외 시장에서 두 회사의 ‘이름’이 아직 통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대우전자는 현지에서 튀르키예(옛 터키) 가전업체로 소개됐다. 모체는 한국의 대우그룹이 맞지만 IMF 사태 이후 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국내외 상표권이 각각 매각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대유그룹이 대우전자 브랜드로 가전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HD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정몽혁 회장이 이끄는 현대코퍼레이션의 가전 브랜드다. 현지 제품에 브랜드 사용권을 부여하는 라이선스 방식과 주문자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 등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김진호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브랜드1팀장은 “유럽·중동·남미 등에서는 에어컨·세탁기 등 사업을 해왔고, 글로벌 매출이 150억원에 달한다”며 “가전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2011년에 이어 12년 만에 IFA에 다시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베를린=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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