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지방 근무 발령받았다면…‘생활상 불이익’ 모르쇠 땐 부당 인사 [생활 속 법률 이야기]

2023. 9. 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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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를 보면 회사에서 지방으로 인사 발령을 받아 급하게 짐을 챙기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원하던 인사 발령이면 누구나 환영하겠지만, 원치 않던 인사 발령을 갑자기 받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장면은 드라마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지방 발령, 타 부서 이동, 대기 명령, 보직 해제 등 회사에서는 수많은 형태의 인사 명령이 내려지고, 근로자는 이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회사는 업무 효율성 증대, 생산력 향상, 조직 개편, 인사 교류, 경영 위험 분산, 계열 회사 간 기술 이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사 발령을 내리고 인력을 재배치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이런 인사 명령은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회사가 상당한 재량을 갖는다.

그런데 여기에는 어떤 제한도 없는 것일까?

모 회사 인사팀장이 필자를 찾아와, 직원 1명이 지방 발령에 응하지 않고 버티면서 계속 강요하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데 좋은 방안이 없는지 문의해왔다. 회사는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인사 명령을 내렸고, 어느 누구도 인사 명령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싫으면 직원이 사직했을 뿐이다. 그런데 회사 인사 명령에 반기를 든 직원이 나타나자 적잖게 당황해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인사 명령 회사 재량권 있지만 ‘불통’ 땐 낭패

인사 명령은 회사가 상당한 재량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아무런 제한도 없이 일방적으로 인사 명령을 내릴 수는 없다. 판례는 인사 명령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1) 업무상 필요성 2)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 부존재 3) 근로자의 동의 또는 성실한 협의 절차 등 세 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이런 인사 명령의 정당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부당한 인사 명령으로 판단받은 사례도 제법 있다.

우선 인사 명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요구된다. 이는 인력의 적정 배치, 업무 능률 증진, 근로자의 능력 개발, 근무 의욕의 고양, 업무 운영의 활성화, 기술 혁신이나 기업 재편에 따른 인력 조정, 직장 질서의 유지·회복 등 다양한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인사 명령을 통한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 ‘생활상 불이익’은 인사 명령에 따라 근로자가 받게 되는 일체의 불이익을 의미한다. 업무상 필요가 있더라도 근로자에게 통상 예측할 수 없는 중대한 불이익 변경을 초래하는 것이라면 정당한 이유가 없는 인사 명령으로 무효다.

생활상 불이익이 예측할 수 있고 감수해야 할 정도의 불이익인지는 직무 내용의 변경으로 인한 업무 수행상의 어려움, 근무 장소의 변경으로 인한 출퇴근상의 어려움, 기존의 직무 수행으로 인해 근로자가 받고 있는 특수한 이익이 있는 경우 그 특수 이익의 상실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가령, 주거지가 일산이고 인천지점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를 사전 협의 없이 대전지점으로 전보 발령한다면 생활상 불이익이 존재한다. 다만, 회사가 이주비 지급, 주택자금대출, 일정 기간 종전 월급 지급 등의 보조를 해줬다면, 생활상 불이익을 상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인사 명령에 대해 근로자 동의가 있으면 그 인사 명령은 정당하다. 다만, 현실적으로 동의를 얻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므로, 인사 명령을 함에 있어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 절차를 거쳤다면 가능할 수 있다.

이처럼, 그동안 회사 재량으로 여겨진 인사 명령에도 정당성을 판단하는 요건이 있다.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이유로 자유롭게 인사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오해해서는 안 되고, 합리적 근거를 갖고 인사 명령을 준비해야 한다.

홍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4호 (2023.08.30~2023.09.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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