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소득대체율 갈등 왜? … “2093년 기금 유지” vs “노후보장”
남 교수 “소득대체율 포함한 별도 보고서 내겠다“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1일 보험료율(내는 돈)을 올리고 수급개시연령을 조정하는 안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하지만 보고서에 소득대체율(받는 돈) 인상 내용이 빠진 것에 반발해 일부 위원들이 사퇴하면서 ‘반쪽짜리 보고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재정계산위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다음 달까지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위원회 내부에서 의견이 첨예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위원회가 아직 종료되지 않았기에 다시 한번 원만한 합의를 거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열린 재정계산위 제20차 회의에서 ‘소득보장파’를 주장하는 일부 위원들은 노인 빈곤 심화에 대비해 소득대체율을 50%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보고서에서 ‘소수 의견’으로 기재하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지자 소득보장파를 주장해온 일부 위원들이 항의하며 퇴장했다.
결국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에서 공개된 최종 보고서에는 소득대체율 상향 제안이 빠지고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개혁안이 제시됐다. 재정계산위가 공개한 보고서에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연 0.6%포인트씩 올리는 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5년간 인상해 12%까지 올리는 안, 10년간 15%까지 인상하는 안, 15년간 18%까지 인상하는 안 등 세 가지다.
보험료율을 12%까지 인상하고 지급개시연령을 현행 63세에서 68세로 상향, 기금투자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인다고 가정하면 기금 소진연도는 당초 목표인 2093년보다 짧은 2080년으로 예측됐다. 만약 보험료율을 15%까지 높이고 나머지는 같은 조건이라고 가정하면 2093년까지 지출 대비 적립금 규모는 8.4배로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험료율을 18%까지 인상하고 지급개시연령을 68세로 상향, 기금투자 수익률을 0.5%포인트 높인다고 가정하면 2093년까지 지출 대비 적립금 규모는 12.2배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용하 재정계산위원회 위원장(순천향대 교수)은 “18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지만 보고서의 공통된 목표는 2093년까지 적립기금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청회 보고서에 노후 보장성 강화를 위한 소득대체율 조정이 빠지면서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해 온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주은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청회 발표 하루 전날인 31일 위원직을 사퇴했다. 두 위원은 “반쪽짜리 보고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
남 교수는 “소득 보장성 강화론을 ‘소수안’으로 낙인찍고자 하는 재정계산위원회의 시도는 노후보장 강화 필요성을 부정하고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 본질을 외면한 것인데도 이를 중재하지 않은 것은 심히 유감”이라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사퇴서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용하 재정계산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냈다고 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이날 공청회에 앞서 코엑스 동문 앞에서 재정계산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보고서는 소득대체율 상향 방안을 배제해 현세대 노인 빈곤 해소 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연금의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며 “제5차 재정계산위원회의 연금개혁 방안을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날 공청회는 재정계산위원회의 연금 개혁안에 반발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연금개악 반대’ ‘소득대체율 올려’ 등의 손팻말을 든 채 참석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공청회에 공개된 보고서에는 소득대체율 상향안이 빠졌지만, 이후 다시 반영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 위원장은 “보고서에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안이 빠져있지만 재정안정파와 소득보장파의 의견이 잘 조율된다면 이후에 소득대체율 인상 안이 다시 담길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스란 국장은 “정부는 소득보장의 성격을 띠는 소득대체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심층 면접 등 다른 의견수렴 절차와 국회 논의 등 살펴보면서 (안을) 좁혀가는 노력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도 변수다. 국민연금을 ‘더 받기’ 없이 ‘더 내기’만 있는 개혁안을 총선 코앞에 내놓기에는 국민 반발이 있을 수 있어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남 교수는 “일부 위원들이 강경하게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안을 반대하고 있어 사실상 김 위원장의 의견이 관철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다음 달 초까지 소득대체율 인상 등이 담긴 대안 보고서를 별도로 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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